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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건강에세이] 무대 공포증: 올리비에 경

로런스 올리비에 경은 영국이 배출한 연출가인데 오히려 배우로 더 유명하다. 그는 주로 셰익스피어 극에서 주인공의 역을 맡았는데 아마도 셰익스피어를 그 이상 더 완벽하게 소화할 배우는 연극 사상에서 아무도 없으리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가 맡은 셰익스피어 극의 역할은 ‘햄릿’, ‘맥베스’, ‘헨리 5세’, ‘리처드 3세’, 그리고 ‘리어왕’이라거나 ‘시저와 클레오파트라’ 이야기에 나오는 장군 안토니 또는 ‘타이터스 앤드로니커스’등 무척 다양하다. 그는 깔끔하고 고답적인 용모에다가 타고난 연기력을 갖추었기 때문에 버나드 쇼나 체호프의 작품은 물론 존 오즈본, 유진 이오네스코, 장 아누이같은 현대 작가들의 작품도 무리 없이 소화해 냈다.

그는 영화 몇 개를 제작하여 단지 연기만이 아니고 무대 예술 전반에 대한 천재성을 나타냈기 때문에 1970년에 여왕으로부터 작위까지 받았다. 그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서 무척 도도하면서도 세상살이에 적극적이며 또 약간의 들창코 까지 갖고 있어서 깊은 인상을 주던 여주인공 스컬릿 오해러 역의 비비언 리와 결혼했는데 젊은 시절에는 함께 동거한 적도 있다. 그들은 무슨 이유에서였는지 말년에 이혼하고 말았다.

이런 무대예술의 대가인 올리비에 경에게 어느 날 느닷없이 무대공포증이 시작되었다. 그 후 5년이나 계속해서 그 귀중한 연기 생활에 큰 지장을 주었다.



“모든 용기가 사라지고 시간이 지날수록 이 공포를 이겨내기가 더욱 힘들게 되었다. 감독이 신호를 보내면 무대 위로 나갈 수밖에 없었지만 나는 몇 분 이상 무대에 더 서 있을 것이 도저히 가능하다고 생각되지 않았다. 대사 하나 하나를 기억하기 힘들었고 동작마저 자주 중단되었다. 목구멍이 막히는 것 같아 목소리가 움츠려들기 시작하면 자동적으로 당황해졌다. 그러다 보면 어지러움 증이 나타나 내 앞에 있는 청중들의 모습이 빙빙 돌이 시작하는 것이다. 청중들이 이런 내 상태를 눈치 채지는 않을까 몹시 두려웠다. 이런 공포는 연극의 마지막을 알리는 막이 내릴 때까지 사라지지 않았다.

셰익스피어의 비극중의 하나인 ‘오텔로’에서 주연을 맡았을 때 그는 무대 공포증이 하도 심해서 연극 원본에 있는 대로 대사를 마치고 무대를 퇴장하게 되어있는 이아고 역을 맡은 배우에게 제발 무대를 떠나지 말아 달고 같이 남아달라고 간청한 적까지 있었다. 그는 텅 빈 무대에 자기 혼자 덜렁 남아 관중의 대하면서 연기를 계속할 용기가 없었던 것이다.

아마추어 연기자의 경우 무대 공포증이 심해지면 무대를 떠나 자기의 본업으로 돌아가면 문제가 해결되겠지만 전문 연기자나 연주자들은 무대 생활이 본업이기 때문에 무대 공포증이 생겼다고 해서 무대를 떠날 수는 없는 일이다.

피아니스트 블리디미르 호로비츠는 무대 공포증으로 인해 그가 살아 있을 때 무려 15 년간이나 연주 활동을 중단한 적이 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바이올리니스트인 야샤 하이펫츠는 항상 관중들이 자기가 연주 도중 실수할 것만 바란다는 강박적인 생각을 떨쳐 버릴 수 없었다.

파블로 카잘스는 금세기 최고의 첼리스트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 거장도 “내 생애를 통해 무대에 서기만 하면 공포증으로 인해 시달리지 않은 적이 없었다.”라고 고백한 적이 있다. 아루투르 루빈슈타인이나 루치아노 파바로티 같은 저명한 음악가, 그리고 지금도 정상에서 활동하는 소프라노 르네 플레밍도 심한 무대 공포증으로 시달렸다고 알려져 있다.


정유석 (정신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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