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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문제도 투트랙 전략 필요하다"

신기욱 스탠포드대 아태연구센터 소장

아베 방미로 외교·경제적 실리
과거사 올인하면 한국도 손해
한국의 외교전략 부재가 문제
박 대통령 6월 방미 중요성 커져


"일본은 아베 총리의 미국방문으로 외교와 경제적 실리를 모두 챙겼다고 볼 수 있습니다."

동북아 전문가인 신기욱 스탠포드대 아시아태평양 연구센터 소장의 '아베 방미'6박7일에 대한 평가다.워싱턴에서는 미·일동맹을,실리콘밸리에서는 경제협력을 강조해 나름 성과를 거뒀다는 분석이다.

워싱턴 일정을 마친 아베는 지난 달 30일 일본 총리로는 처음으로 실리콘밸리(정확히는 스탠포드대)를 방문해 관심을 모았다. 그는 실리콘밸리의 유명 기업가 등을 만나 협력 강화 의지를 밝혔다.



신 소장은 "미국 내에서의 일정이나 연설문 내용을 보면 철저히 준비한 흔적이 보인다"며 "미국정부나 정치권도 만족해하는 눈치"라고 전했다. 이어 그는 "6월로 예정된 박근혜 대통령 방미의 중요성이 더 커졌다. 박 대통령이 과연 어떤 메시지를 갖고 올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한국의 현 외교상황과 관련 신 소장은 "한·일 관계는 갈수록 꼬이고 있고 남·북문제도 지지부진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주요 현안들에 대한 한국정부의 대응방식을 보면 과연 큰 그림을 갖고 대응하고 있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라며 외교 전략의 부재를 지적하기도 했다.

아베의 실리콘밸리 행사에 참석했던 신 소장을 만나 아베 방미의 영향과 한국의 전략 등에 대해 들어봤다.

-행사는 어떻게 진행됐나.

"두시간 동안 3가지의 행사가 콤팩트하게 진행됐다. 첫번째는 존 헤네시 스탠포드대 총장, 존 슐츠 전 국무장관과 함께 한 간담회였다. (슐츠 전 국무장관은 일본 외무상을 지낸 아베의 부친과 친분이 있다) 아베 총리는 '일본경제가 변하고 있으며 실리콘밸리와의 협력을 강화하고 싶다'는 메시지를 집중적으로 전달하려는 모습이었다. 2부는 실리콘밸리 주요 기업인들과의 라운드 테이블 모임이었다. 야후의 제리 양, 마이크로 소프트의 사티아 나델라 회장, 트위터 창업자 등10여명의 쟁쟁한 인물들이 참석했다. 애플의 팀 쿡 최고경영자(CEO)도 참석 예정이었으나 갑자기 급한 일이 생겨 다른 관계자가 왔다. 모임은 비공개로 진행됐다.그리고 일본 유학생 등과 만나는 것으로 행사를 마쳤다."

-전방위로 움직였다.

"방문지나 연설문 내용을 보면 철저하게 준비했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만큼 이번 미국방문을 중요하게 생각했다는 의미다.미국 정치권이나 주요 싱크탱크의 관계자들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분위기다"

-'신 미·일동맹 시대'가 열렸다는 분석도 나온다.

"워싱턴이 일본의 현실적 중요성에 주목한 결과라고 본다. 하지만 미·일 관계가 좋아진다고 해서 한국에 불리할 것은 없다."

-우리의 관심은 위안부 문제에 집중됐는데.

"그동안 지속적으로 요구했던 사안이라 분노는 당연하다. 그리고 위안부 문제에 관한 문제제기는 앞으로도 지속되어야 한다. 그러나 정부는 다르다. 정부는 시민단체가 아니기 때문이다. 국민 감정을 수용하면서 한편으론 냉정한 자세로 국익을 위한 방법을 찾아야 한다. 국민을 이해시키거나 국민 감정을 협상의 지렛대로 활용해서라도 해결책을 찾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고 그것이 외교다. 그런데 지금의 한국외교에는 이런 노력이 보이지 않는다."

-한·일관계도 남·북문제처럼 투트랙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인가.

"지금의 한·일 관계는 꼬일대로 꼬인 상황이다. 과거사 문제에 얽매인 결과다. 일본에서 반한 감정이 확산되고 있다는 것도 우려할 만한 현상이다. '한국이 너무한다'는 인식 때문이다. 얼마 전 일본 대학생들을 상대로 한 여론조사에서 박 대통령에 대한 인식이 상당히 부정적으로 나왔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우리는 우리 방식으로 간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한국이 계속 과거사 문제에만 올인한다면 관계 진전은 어렵다. 일본은 어차피 함께 가야 할 나라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한국도 손해다."

-한국의 외교 전략 부재를 의미하나.

"사실 한국정부의 외교 지향점이 무엇인지 모르겠다. 일정한 방향성 없이 어떤 상황이 벌어지면 그에 대응하기 급급해 하는 모습이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나 AIIB(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 가입 문제도 비슷하다.얼마든지 선제적이고 주도적으로 해결할 수 있었는데도 시간만 지체하다 끌려가는 듯한 인상이다. 가령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중국에 대해 '북한 핵문제 해결'을 조건으로 내걸 수도 있었다. 그동안 여러차례 언급했지만 한국은 외교에 있어 새우가 아니라 돌고래가 돼야 한다. 주요 외교 현안들에 대해 주도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의미다."

-위안부 문제는 국민감정이 있는데.

"한·일 간 문제로 국한하지 말고 세계의 보편적 인권 문제로 확대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이렇게 되면 세계 각국 정부나 인권 및 여성단체들의 지지를 얻기도 한결 수월해진다. 이를 통해 일본 정부에 압력을 가하고 사과와 배상을 요구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독도 문제도 있지 았나.

"차원이 다른 문제라고 본다. 독도는 한국이 실효적 지배를 하고 있는 만큼 일본의 주장을 무시하는 것이 상책이다. 자꾸 문제가 불거지는 것은 오히려 일본의 전략에 말려드는 것이다."

-미국의 중재 가능성은 없나.

"미국정부가 나설 일도 아니고 나서기도 어려운 문제다. 미국 입장에서는 한·미 관계도 중요하지만 미·일동맹의 전략적 가치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요즘 미국 정치권이나 동북아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축구의 골대에 비유한 '골대론'이 먹히고 있다. 한·일간 과거사 문제에 있어 한국이 자꾸 골대를 옮기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일본이 만들어 전파하고 있는 논리로 보이지만 갈등관계가 길어지면서 미국 내 여론 형성에도 효과를 보고 있는 것 같다."

-한국의 공공외교 분야가 약한 것으로 평가되는데.

"민간외교를 바탕으로 한 공공외교의 중요성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그런데 양국의 미국 내 대학연구소와 싱크탱크 지원 규모를 비교해 보면 엄청난 격차가 난다. 정치분야에 대한 연구는 더 심하다. 예산도 선택과 집중의 전략적 지원이 필요하다. 장기적으로는 공공외교 전담부서를 신설하거나 외교부 내 전담 차관을 두는 것도 검토해볼만 하다."

-박 대통령의 6월 방미가 중요하다고 했는데.

"아베의 방미 직후라 중요성이 더 부각되고 있다. 2년 전 방미 당시에는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와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을 제시해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는 '통일대박론'으로,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은 꼬인 한·일 관계로 진전이 없는 상태다. 이번 방미에서는 과거사에 대한 언급보다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등에 대해 확실한 비전을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현재 남·북관계는.

"북핵문제나 무력도발에는 강력 대응하지만 교류협력은 확대하겠다는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는 방향을 잘 잡은 대북정책이다.그러나 '통일대박론'으로 엉켜버렸다.한국정부가 교류협력사업과 인도적 지원문제에 좀 더 과감하게 나설 필요가 있다."

김동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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