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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속 뉴스] 8할의 노고가 행복을 만든다

김 석 하/사회부장

# 가족은 짐이다. 귀찮고 피곤하다. 가정의 달이라니까 애써 사랑의 불꽃을 피워보려 하지만, 역시 가족간의 일상 중 8할은 밋밋한 권태와 짜증이다. 누가 안 보면 슬쩍 내다버리고 싶은 마음마저 있다.

가족이라는 울타리의 안정감과 행복은 나머지 20%에 담겨져 있다. 80%의 수고와 20%의 만족. 이 수치라면 모든 가족은 불행해야 한다. 부부가 심하게 다투는 순간만 보면, 그들은 곧 남남이 될 듯하다. 남보다 속속들이 상대를 잘 알고 있기에, 가슴을 후벼파는 말을 더 잘한다. 어머니와 딸, 아버지와 아들도 마찬가지다. 역으로 묻는다. "당신(가족)은 불행합니까?" 8할이 "예"라고 답해야 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아니다!"라고 답하는 사람이 상당수다. 막장으로 치닫던 이들 가족이 며칠 뒤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대화하고 웃음을 나눈다. 신기하다. 무슨 비결이 있단 말인가.

# 불안해야 흥분된다. 우리가 추구하는 삶은 '느낌에서 사실로' '불안에서 안정'으로 계속되는 행위다. 사랑하는(느낌) 연인이 아내(사실)가 되고, 혼자(불안)에서 가족(안정)되는 게 인간 본성의 목표다.



문제는 이 방향을 향해 가다 보면 어김없이 심심하고 답답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가 하는 즐거워하는 일(꿈)의 태반은 일상의 목표와 반대 방향으로 역행하는 것이다. '사실에서 느낌으로' '안정에서 불안으로.'

사실로 인정 못 하는 이상한 그림을 보러 미술관에 가고, 불편하고 낯설기 위해 여행을 떠나고, 말도 안 되는 영화나 책을 읽고, 세상의 소리와 다른 음악을 듣는다. 살아가는 것보다 죽음을 생각하는 종교도 가진다. 심지어 도박.불륜 같은 일탈도 여기에 해당된다.

그러나 인생의 80%는 일상의 목표대로 살아야만 한다. 역방향의 20%를 간직한 채.

# 노력해도 소용없다. 국제적 권위의 심리학 학술지인 '심리과학'에 실린 한 논문은 아무리 노력해도 선천적 재능을 따라잡기 힘들다고 결론졌다. 학술분야는 4%, 음악.스포츠.체스 등의 분야는 실력의 차이에서 차지하는 노력 시간의 비중이 20% 정도였다.

하지만 워싱턴포스트 기자 출신 맬컴 글래드웰이 2009년 발표한 저서 '아웃라이어'에서는 선천적 재능 대신 1만 시간 동안 꾸준히 노력하면, 천재나 대가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평범한 우리는 통상 후자의 논리를 따라 80%의 노력과 20%의 재능이 최고를 낳는다고 여긴다. 그래야 마음 편하다.

# 가족, 인생의 의미, 자아 실현은 모두 '80%대 20%'를 포함하고 있다. 행복은 주로 20%에 있는 듯하다. 그렇다고 20%에만 매달리면 결코 정상적인 삶을 이어갈 수 없다. 또 80%에만 치중하자니 인생이 너무 재미없다.

멀고도 큰 간격인 80과 20을 이어주는 무언가가 반드시 필요하다. 고무줄이다. 늘어나긴 하지만 끊어지지 않는 '회복탄력성'이 사실 행복의 요체다. 80과 20중 어느 곳에 쏠리지 않고, 한 곳에 너무 마음을 두지 않는 것이다.

아버지와 가끔 다투는 아이들은 회복탄력성을 지닐 가능성이 더 높다. 순진한 꿈을 간직한 사람은 회복탄력성을 지닐 가능성이 더 높다. 남의 타고난 재능과 성과를 인정하는 사람은 회복탄력성을 지닐 가능성이 더 높다.

멈춘 시곗바늘처럼 한 곳에 붙박여 있다면 고난도 없지만, 행복한 웃음은 없다. 둘러봐라. 웃음이 없는 사람은 유연하지 않다. 충만한 행복감과 높은 자기 통제력은 확정적 고집이 아닌 유연성과 탄력적 회복력에서 나온다.

가족과 인생이라는 반죽이 찰지려면 사랑의 물과 아울러, 적당한 두들김과 메침이 필요하다.

5월은 끈적끈적함을 배우는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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