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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 In] "개혀?"

정구현/사회부 차장

"개혀?"

개의 혀(舌)가 어떻다는 건지. 상대방은 자꾸 개혀를 아느냐고 했다. 얼마 전 '내 고향을 가다' 시리즈 취재차 출장갔던 충청도에서다.

서산시 문화관광과 김종길 팀장은 '개혀'라는 두 글자가 '충청 사람은 느리다'는 고정관념을 깨는 말이라고 했다. '혹시 보신탕 드실 줄 아시나요?'라는 뜻이다. 또 다른 말도 있다. '출텨?'다. '혹시 저하고 춤추실래요?'라는 뜻이다. 김 팀장은 "충청도 사투리는 압축의 미학"이라며 껄껄 웃었다. 다소 느릴 순 있어도 말을 줄여 쓰기 때문에 느리지 않다는 설명이다.

지난 3월, 한 달여 충청남북도 9개 지자체에 다녔다. 압축된 충청의 미학은 가는 곳마다 여기저기서 넘쳤다. 매주 1곳씩 지금까지 3개 지자체를 소개했다.



여정은 충남 서천군에서 시작했다. 한산 모시의 고향이다. 한산 모시는 어머니들의 말 그대로 피와 땀과 침으로만 탄생된다. 머리카락보다 가는 모시는 입으로 태모시를 일일이 찢어 만든다. 거친 모시에 입술이 베어 피가 나기 일쑤다. 짧은 모시의 양쪽 끝은 침을 묻혀 잇는다. 1500년 전부터 지금까지 이어진 그 고된 작업을 알지 못한 채 '여름엔 모시가 최고'라고 입고, 덮어왔다.

공주에서는 무령왕릉의 숨겨진 비밀을 들었다. 4600여점의 출토품 중 하찮게 보이는 석판 한 장이 최고의 유물이란다. 현존하는 유일한 삼국시대 왕의 비석이다. 탄생과 사망일시가 적혀있어 삼국역사의 '기준시'를 마련할 수 있었단다.

서산의 천수만 간척지는 후대가 만든 대역사다. 4660만평의 거대한 매립지는 정주영 전 현대그룹회장의 대야망으로 탄생됐다. 거센 유속을 막기 위해 폐유조선을 침하시켜 만든 세계 최대 규모의 간척지다.

또 서산은 우리나라 소의 고향이다. 전국 인공수정 정자의 99%가 서산에서 자라는 수소들의 것이다.

충남의 마지막 취재지인 당진은 삽교천부터 돌았다. 저수량 8400만톤의 거대한 인공호수다. 서해안고속도로가 뚫려 서울과 더 가까워지면서 개발 붐이 한창이다.

충북은 '청풍명월'의 고장이다. 맑은 바람과 밝은 달빛같은 품성과 풍광을 어디서든 볼 수 있다.

청주는 대통령의 별장이었던 청남대가 있는 곳이다. 전두환 전 대통령부터 이명박 전 대통령까지 6명의 대통령이 88회 471일을 이곳에서 보냈다. 개인으로서 그들의 삶을 엿볼 수 있어 흥미로웠다. 예를 들어 골프를 가장 많이 친 대통령은 노태우 전 대통령이었다. 또 김영삼 전 대통령은 매일 새벽 860m 조깅로를 두 번씩 왕복했다고 한다. 세계 3대 광천수인 초정약수도 맛봤다.

괴산의 화양구곡도 아름답다. 그 유명한 수안보 온천은 충주에 있었다. 코스요리로 나오는 담백한 꿩고기는 '강추'하고 싶은 음식이다. 제천은 청풍명월의 중심이다. 충주호를 끼고 있다. 호수 아래서 모노레일을 타고 비봉산 정상에 올라 바라본 호수는 맑고 밝았다.

전체 취재는 단양에서 마쳤다. 8경의 원조인 '단양 8경'은 마지막 대미를 장식하기에 충분했다.

미국으로 돌아오는 기내에서 취재 중 만난 문화해설사 한 분이 주신 책을 읽었다. 공주문화원장인 나태주 시인의 글이다. '풀꽃'이라는 짧은 시가 충청 기사의 방향성을 일러줬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앞으로 6개 지자체의 이야기가 연재된다. 독자의 눈으로 자세히 보고, 오래 본 맛과 멋을 '압축'해서 소개하는 것이 내고향 시리즈의 목적이다. 무엇보다, 기사를 통해 충청식 줄임의 미학을 맛보시라고 권한다. 두 글자의 의미를 되새김질 하면서. "개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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