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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건강에세이] 무대 공포증과 가면극

가수만이 아니라 영화배우면서 영화 제작자이기도 한 바버라 스트라이전드는 조금 특수한 무대 공포증을 갖고 있었다. 지난 1967년 뉴욕 센트럴 파크에서의 공연에서 노래를 하다말고 가사를 잊어버린 경험을 했다. 그로부터 27년 간 그는 연주 도중 가사를 또 잊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 때문에 가수 생활을 모두 포기하고 배우 생활과 영화 제작에만 몰두했다. 장기간에 걸친 치료 끝에 무대 공포를 극복한 후 1994년에 가서야 라스베이거스에서 공연을 재기할 수 있었다.

그는 전부터 민주당 출신 정치인 후원에 상당히 적극적으로 활동해 왔다. 클린턴 대통령과는 후원 연예인의 입장을 떠나 그들 사이에 은밀한 관계까지 갖고 있지 않았나 하는 의심을 받는 상태에 있으나 별로 괘념하지 않고 후원 기금 모집에 항상 열성적이었다. 심지어 힐러리는 코가 유난하게 굽으러진 그가 백악관에 나타날 수 있는 모든 행사에서 그의 이름을 제외했다는 이야기까지 나오는 형편인데 그러고 보면 클린턴 대통령 재임 후반기에 그가 백악관 근처에 나타난 적이 없는 것 같다.

그는 클린턴이 대통령에 취임했을 때 이를 기념하기 위해 공연에서 보수 없이 출연해서 노래를 불렀지만 이때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그는 뉴욕 센트럴 파크 공연에서와 같이 돈을 내고 입장한 유료 관객 앞에서 노래를 부르지 못하고 꺼리는 것이 이십칠 년째 계속되었다. 아마도 그에게는 자신의 공연을 위해 돈을 내지 않고 입장한 사람들에 대해서는 아주 유연해져서 두려움을 덜 느끼는 대신 유료 관객들은 대가를 지불한 이상 자기에 대해 더 신랄하게 비판하리라고 생각하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역시 가수면서 배우인 도니 오즈먼드도 지난 1999년에 발간한 자서전에서 1994년부터 무대에 서기만 하면 이상한 불안감이 생겼다고 고백했다. 당시 이 배우는 한 뮤지컬에서 주역을 맡고 있었는데 연기는커녕 대사를 하는 것조차 힘들어 졌다.



“나는 완전히 마비 상태가 되었다. 그래도 자신이 마음 놓고 할 수 있는 것은 청중이 전혀 없는 스튜디오에 혼자 의자에 앉아 음악을 녹음할 때 뿐 이었다.”

그는 치료를 받아 무대 공포증을 극복한 뒤로 토크쇼에도 출연했으며 또 여동생 마리 오즈먼드와 함께 미스 아메리카 시상식에서 사회까지 볼 수 있게 되었다. 그런 다음부터 그는 “이제 나는 예전 어느 때보다도 더욱 내 직업을 즐기고 있다.“라고 자서전에 적었다.

그러고 보면 옛날 그리스에서 배우들이 가면을 쓰고 연기를 한 점을 보거나 한국에서 하회 탈춤 같은 사회 풍자극에 탈이 등장한 것은 맨 정신으로 자기의 얼굴을 내세워 가면서 세태를 풍자하기 곤란 점이 적지 않아서 였을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생각하면 가면 뒤에 숨음으로써 연기자들은 관객들의 비판적인 눈길을 피하는 동시에 남들 앞에 나선 자신의 불안과 두려움을 감춤으로써 무대 공포증을 극복해 보려는 시도까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무대 공포증에서 벗어나려면 누구라도 무대에 설 때 원래의 자기의 역량을 80% 정도 밖에 발회할 수 없다고 스스로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적당한 긴장은 자신의 기량을 발휘하는데 오히려 도움이 된다. 그래서 항상 완벽을 추구하려다가 실수하기 보다는 자신은 최선을 다 해 연기나 연주를 하고 그 결과를 받아들이려하는 마음가짐을 지닐 때 더 훌륭한 공연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정유석 (정신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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