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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한국산' 민중의 지팡이를 잃다

오세진/사회부 기자

경찰을 흔히 민중의 지팡이라고 한다. LA한인타운의 한인들은 최근 '지팡이' 둘을 잃어버렸다. 타운을 관할하는 LA경찰국(LAPD) 올림픽경찰서의 한인 경관 2명이 갑자기 자취를 감추면서다.

두 경관은 LAPD와 한인커뮤니티가 밀접한 관계를 맺는데 앞장서 왔다. 각종 행사에 참석해 통역을 맡았고, 민원을 해결해 달라는 한인들을 직접 마주했다. 하지만 지난 3월 갑자기 두 경관이 근무지를 옮겼다. 그나마 언어와 정서가 통하던 두 지팡이가 사라졌다.

두 경관은 왜 사라져야만 했을까. 문제는 한인 커뮤니티와의 소통에 무책임한 LAPD의 태도에 있다. 한인 경관의 대표격으로 앞세우던 두 경관을 인사조치하면서 왜 이들이 자리를 옮기게 됐는지, 자초지종에 대한 설명이 아직까지 전혀 없다.

취재 결과, 자리를 옮긴 C경관과 S경관은 LAPD 본부 내사과의 조사를 받고 인사조치됐다. 순찰반장을 맡았던 C경관은 오피서3에서 2로 강등되기도 했다. LAPD 고위급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2월 LA타임스의 보도로 불거진 '한인타운 노래방 정치인 개입 사태'에 따른 후속 인사조치일 가능성이 크다. 당시 타임스는 타운 내 유흥업소가 규정 시간 외에 주류 판매를 하고 도우미를 동원하다 문제가 발생했으나, 정치권 인사가 개입해 이를 눈감아줬다고 보도한 바 있다.



LAPD는 기사가 나간 직후 올림픽경찰서 서장이었던 티나 니에토 캡틴을 웨스트LA로 이동시켰다. 당시에도 왜 니에토 서장이 갑작스레 올림픽경찰서를 떠나야 하는지에 대한 공식적인 설명은 전혀 없었다.

익명을 요구한 LAPD 고위급 관계자는 "C경관과 S경관은 니에토 서장의 오른팔과 같았다"며 "함께 한인커뮤니티의 주요 행사에 참석하고, 인사들을 만나며 경찰과 커뮤니티 관계 개선에 앞장섰던 인물들"이라고 설명했다.

내사과는 이들이 유흥업소 관계자들과 어떤 관계에 있었는지를 집중적으로 조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경찰 내부에서도 "유흥 업소들의 불법 행위를 서장과 몇몇 경관이 눈감아줬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하지만 내사 결과, 이들의 잘못을 명백히 밝혀내지는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불똥은 한인 경관에게만 튀었다. 니에토 전 서장은 캡틴3의 계급을 그대로 유지하며 웨스트LA 경찰서에서도 최고위직을 맡고 있다. 하지만 C경관은 계급이 한 단계 낮아졌다. 26년차 베테랑인 그에게는 매우 불명예스러운 일이다. S경관 역시 한인 커뮤니티에서 얻었던 명예를 실추당했다.

한인 커뮤니티로서는 납득하기 어려운 조치다. 너무 갑작스러웠고, 부당한 측면도 많다. 하지만 LAPD 찰리 벡 국장은 이런 어리둥절한 상황을 한인커뮤니티가 일방적으로 받아들여야만 하는 사안으로 여겼다. 지난해 연임에 성공하면서 "커뮤니티와의 소통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던 자신의 말에 스스로 역행하는 행동이다.

올림픽경찰서후원회 등 한인 인사들의 대처도 아쉽다. 커뮤니티와 경찰의 교두보 역할을 하던 두 경관이 갑자스러운 인사조치를 당한 것에 대해 아무도 이의 제기를 하지 않고 있다. 경찰 내부에서도 "돈만 지원하는 게 후원회는 아니다. 한인들의 힘이 필요할 때, 공식 성명서 제출 등 목소리를 낼 줄 아는 후원회가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한국산 지팡이 둘을 잃엇다. 무엇 때문에 그랬는지, 여전히 모른다. 버터냄새 나는 미국산 지팡이는 여전히 불편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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