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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즘] '동북아 질서' 새 판 짜는 미국

[LA중앙일보] 발행 2015/05/18 미주판 8면 기사입력 2015/05/17 14:54

안유회/선임기자

동북아시아의 '전후 질서'가 끝이 났다.

2차 대전 승전국 미국이 설계한 '전후 질서'의 핵심은 소련 봉쇄였다. 한국과 일본의 경제력을 키워 한국은 육군 일본은 해군 위주의 군사력을 키워 소련의 힘을 묶어놓는 전략이었다. 이 질서는 소련이 무너지면서 사실상 존재 의미가 반감했다. 다만 새로운 질서를 만들 필요가 없기 때문에 존재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중국이 새로운 힘으로 떠오르면서 '전후 질서'는 새로운 질서로 대체될 필요가 생겼다. 새로운 질서의 목표는 중국 봉쇄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아시아로 복귀를 선언했을 때부터 동북아시아의 전후 질서를 대체할 새로운 질서가 등장할 것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일이었다.

이번에도 미국의 전략은 봉쇄다. 다른 점은 그 대상이 소련에서 중국으로 바뀌었다는 점과 그 사이 미국의 사정이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2차 대전 이후 미국은 한국과 일본의 상품을 사면서 경제를 키워줬지만 이제는 경제적으로 커버린 한국과 일본에 더 많은 것을 요구하게 됐다.

조 바이든 부통령이 한국을 방문해 미국과 중국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라고 압박하거나 지난 2월말 웬디 셔먼 국무부 정무차관이 아시아 국가의 과거사 갈등을 공격하고 4월 애슈턴 카터 국방장관이 "(한.일) 협력에 의한 잠재적 이익이 과거의 긴장이나 지금의 정치보다 중요하다"고 말한 것은 새로운 질서를 직설적으로 강요한 것이라 볼 수 있다.

미국이 추구하는 동북아시아 새로운 질서의 핵심은 2차 대전 이후와 마찬가지로 일본이다. 다만 지금은 일본의 힘이 더 필요하다. 2차 대전 이후엔 수비만 할 수 있게 묶어놨지만 이젠 공격도 할 수 있게 풀어 주었다. 미국의 부족한 힘을 메우겠다는 전략이다.

이 전략을 대내외에 선포한 것이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미국 방문 때 발표한 '미.일 공동비전성명'이다. 그냥 공동성명이 아니라 비전성명이다. 여기서 양국은 "과거의 적이었던 두 나라가 견고한 동맹으로 변했다"고 선언했다. 공동성명의 핵심은 일본의 군사력이 수비에서 공격으로 바뀌었다는 점과 중국을 제외한 경제적 블록을 짠다는 것이다.

일본 정부는 지난 14일 미.일 공동비전성명에 따라 11개 안보 관련 법률 개정안을 의결했다. 법안이 의회를 통과하면 일본은 2차 대전 패전 이후 포기했던 교전권을 되찾아 전쟁을 할 수 있는 나라로 바뀌게 된다.

경제적으로 미국은 다자간 FTA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Trans-Pacific Partnership)을 밀어붙이고 있다. TPP 참여국의 총 국내총생산(GDP)은 전세계 GDP의 36.3%를 차지한다. 이 가운데 핵심은 일본이다. 물론 중국은 제외된다.

워싱턴포스트는 지난달 15일자 기사에서 미국이 TPP 참여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힌 한국 정부에 협정이 진행 중이니 협정이 체결된 뒤에 가입하라고 했다고 밝혔다. 2년여 전에 한국의 참여를 권고했던 미국의 태도가 바뀐 것이다.

미국은 현재 두 개의 봉쇄 라인을 갖고 있다. 하나는 러시아를 봉쇄하는 크림반도 하나는 중국을 봉쇄하는 동북아다. 이 전략에서 한.일의 과거사는 중요하지 않다. 과거사를 대하는 일본의 태도를 비판하는 미국내 세력은 어찌 보면 아직 미국에 남아있는 2차대전 이후의 동북아 질서 지지자들의 목소리 일 수 있다.

미국이 쿠바와 화해하고 이란 핵문제를 대화로 해결하려는 것은 크림반도와 동북아시아에 힘을 집중하기 위해 다른 지역의 문제를 일단락 짓는 사전 정지작업으로 보인다.

새로운 동북아 질서가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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