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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향계] 망하는 이민, 흥하는 이민

이종호/논설위원

나는 미국에 잘 왔을까. 누군가가 미국에 이민 오겠다고 하면 뭐라고 대답해야 할까. 미국 사는 한인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던져보는 의문이자 질문일 것이다. 지난 주 인터넷에서는 이에 대한 대답이랄 수 있는 글이 화제가 됐었다. 오래전 어떤 변호사가 쓴 '당신의 미국 이민이 망하는 5가지 이유'라는 글이 다시 올라온 것이다. 소개하면 이렇다.

첫째, 체류신분 때문에 망한다. 불법체류의 고통은 다른 모든 미국 생활을 압도할 만큼 절대적이다. 둘째, 돈 때문에 망한다. 미국은 먹고 살기가 쉽지 않다. 물가도 비싸다. 가족 모두 고된 삶을 각오해야 한다. 셋째, 미국 사회의 자체 모순 때문에 망한다. 중산층 붕괴.공교육 파멸.총기 문제.부실한 사회보장 서비스 등 미국의 현실은 생각보다 암울하다. 넷째, 이민자라서 망한다. 안 되는 영어.이질적인 문화.인종차별 등 이민자가 부딪쳐야 하는 벽은 상상 이상으로 높다. 다섯째, 가정생활이 망한다. 바쁜 이민 생활에 매달리다 보니 가정이 무너지기 쉽고 언어차이.문화차이로 자녀와의 단절도 심각하다.

이렇게 여러 면에서 미국 생활은 녹록치 않기 때문에 장밋빛 환상만 품고 섣불리 이민을 결정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결론이다.

일리 있는 주장이다. 성공한 이민자도 많지만 실패한 이민자도 많은 것이 엄연한 현실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100% 동의할 수 없는 부분이 많다. 관점을 달리해 본다면 미국 이민은 21세기에도 여전히 한국인들의 가슴 뛰는 선택일 수 있기 때문이다. 어째서 일까. 그 이유를 순서대로 적어본다.



첫째, 불법체류자 문제는 이민을 넘어선 또 다른 차원으로 접근해야 한다. 불체자의 고통을 일반 이민자의 아픔으로 일반화시킬 수는 없다.

둘째, 먹고 사는 일은 미국만 힘든 게 아니다. 그래도 미국은 학벌.인맥보다 자신의 노력과 능력.실력이 통하는 사회다. 미국은 아직도 기회의 땅이다.

셋째, 사회적 모순은 어느 곳이나 있다. 대신 그 사회가 얼마나 적극적으로 그것을 해결하고자 하는가에 따라 구성원들의 삶의 질이 결정된다. 그런 점에서 미국은 여전히 희망이 있다.

넷째, 이민자라서 망한다는 말은 성립하지 않는다. 물론 힘들 수는 있다. 하지만 낯선 환경과 편견 속에서도 무엇인가 이루어 보겠다는 도전정신이야말로 이민자의 최대 무기였다. 그렇게 벽을 넘은 사람들이 오늘의 미국을 만들었다. 이제 우리가 그 주인공이 될 차례다.

다섯째, 가정생활이 망한다는 말도 편견이다. 미국이라서 오히려 더 가정이 견실해졌다는 사람도 많다. 미국 생활이야말로 가족 중심.가정 중심이기 때문이다. 이혼율, 출산율 같은 것을 봐도 가정 붕괴를 걱정해야 하는 쪽은 오히려 한국이다.

지난 달 잠시 한국을 다녀왔다. 여러 가지로 발전한 모습은 역시 대단했다. 그럼에도 답답했다. 무거운 사회 분위기, 너무 복잡한 거리, 너무 치열한 경쟁, 오직 편 가르기에만 앞장서는 정당.시민단체.언론들. 그럼에도 그런 나라가 세상 제일인 줄로만 알고 사는 사람들…. 부딪치는 것들 모두가 과도할 정도로 인공적이고 인위적이라는 것도 어색했다. 어떡하면 좋을까. 해결책은 하나밖에 없겠다는 생각을 했다. 바로 이민이다. 밖으로 눈을 돌리는 것이다.

어딘들 못 살까. 어떤 상황인들 못 이겨낼까. 지구촌 곳곳에서 지금도 의욕적으로 살아내고 있는 750만 해외 한인들이 그것을 증명한다. 신중한 건 좋다. 그렇다고 안 되는 쪽으로만 자꾸 따져 지레 겁먹고 주저앉을 일은 아니다. 한 번 날아보겠다고 마음 다잡는 열정에 괜히 옆에서 찬물 끼얹을 일도 아니다. 세상은 넓고 인생은 의외로 길다. 이민, 좁은 땅에 부대끼며 사는 한국인들에겐 아직도 그만한 대안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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