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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새 세상 열어준 엄마의 카톡

[LA중앙일보] 발행 2015/05/20 미주판 8면 기사입력 2015/05/19 22:02

오수연/문화특집부 차장

카톡, 카톡, 카톡 카톡…. 집에 있는 날이면 온종일 쉴새없이 카톡 소리가 들린다. 엄마(65세)에게 오는 카톡 소리다. 하루 평균 엄마에게 들어오는 카톡(카카오톡)은 족히 30~40개 넘는다. 연락을 위한 메시지도 있지만 대부분이 인터넷에 떠도는 유머, 건강이나 생활상식 등을 담은 글이나 동영상이다. 엄마가 하루 평균 보내는 카톡도 평균 20여개 정도다. 여러 명에게 동시에 보내니 10명에게만 보내도 200개의 메시지를 보내는 셈이다.

특별히 필요하지도 않는 메시지를 주고 받는 게 귀찮지 않느냐는 질문에 "좋은 정보가 있으면 나눠야지, 이렇게 재미있는데 같이 웃으면 좋지 않냐"고 엄마는 말한다.

엄마가 카카오톡을 시작한 건 1년 반 전이다. 전화기를 스마트폰으로 바꾸면서 카카오톡을 깔았다. 사용하기 겁이 난다면 문자 하나 보내거나 들어오는 링크를 잘 누르지도 못하더니 몇 달이 채 안 돼서 평소 연락을 안 하던 지인들과도 문자를 주고 받고 이모티콘이나 배경 바꾸기, 그룹톡 등 다양한 기능을 잘 활용한다. 그리고 1년. 이제 엄마는 완전히 '카카오톡 전도사'가 됐다.

성격상 좋은 것은 나눠야 직성(?)이 풀리는 엄마는 주변에 카카오톡을 사용하지 않는 이들에게 적극 사용을 권유한다. 언젠가는 메릴랜드에 있는 70대의 친구 분이 엄마에게 "고맙다"는 짧은 문자를 보내왔다. 70대 할머니가 보낸 첫 번째 문자 메시지다. 엄마 덕에 카톡을 하게 됐고 또 엄마가 보내주는 메시지가 너무 재미있고 좋다며 덕분에 웃고 산다고 보내온 감사의 메시지다.

엄마의 지인은 50~70대다. 일부는 인터넷을 잘 사용하지만 대부분이 카카오톡은 물론 인터넷조차 쓸 줄 모르는 분들이다. 그들에게 카톡을 통해 만나게 된 세상은 또 다른 세상이다. 그렇게 편리하고 재미있는 것이 없단다. 허리를 삐끗해서 몇 주째 집에서 꼼짝도 못하고 있는 한 지인은 엄마가 바빠서 카톡 메시지를 못 보내는 날이면 꼭 전화가 온다. "하루 종일 답답한데 메시지라도 잘 보내줘야 하지 않겠느냐"는 전화다. 또 다른 지인은 "매일매일 먹이를 줘야 살 거 아니냐"며 원망 섞인 투정을 하기도 한다. 그렇게 엄마는 거의 매일 배급을 하다시피 한다.

젊은이들에겐 그게 뭐 그리 대단한가 싶을 수도 있다. 필요한 정보는 언제든지 인터넷을 통해 척척 찾아내는 세대에게 이런 메시지는 스팸과 다를 바 없다. 대부분이 인터넷을 떠돌다 보면 흔히 보이는 글이고 동영상이니 말이다. 하지만 주어진 콘텐츠만을 소비해 온 수동적인 어르신 세대들에게는 이보다 귀한 것이 없다. 접할 수 있는 방법이 따로 없기 때문이다.

신문이나 방송이 있지만 카톡으로 전해지는 콘텐츠 또 다르다. 그래서 생각한다. 귀찮아도 카톡에 도전하는 어르신들에게 좀 더 친절해야겠다고 말이다. 그리고 오늘은 나도 엄마에게 재미있는 콘텐츠를 담은 메시지를 하나 띄어 보낼까 한다. 아마 딸이 보낸 카톡 소리에 답장으로 기쁨의 이모티콘 하나 띄어 보내주시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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