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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20/20] 어린이 행복지수 꼴찌 나라

김완신/논설실장

인터넷 신문 허핑턴포스트 한국어판이 얼마 전, 한국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최하위권을 차지한 9개 부문을 소개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복지지출이 28개 조사 대상국 중 가장 적었고 출산율과 성인의 학습의지, 평균 수면시간 등도 꼴찌다. 바닥을 간신히 면하기는 했지만 국민행복지수, 부패지수, 조세불평등, 노조 조직률도 전체 평균에 크게 못미쳤다.

최하위권을 못 벗어나는 여러 문제 중에서도 한국이 6년째 굳건하게 '꼴찌'의 자리를 지켜온 분야가 있다. 바로 아동들의 '행복지수'다. 작년 한국 어린이의 행복지수는 OECD회원국 중 최하위로 조사됐다. 행복지수가 OECD평균인 100점에 훨씬 못 미치는 74점에 불과하다.

지난 18일 발표된 국제 아동구호단체와 서울대의 공동연구에서도 한국 어린이 행복지수는 조사대상 15개 국가 중 가장 낮았다. 만 8.10.12세 아동 대상 설문조사에서 한국은 네팔, 에티오피아, 남아프리카공화국에도 뒤졌다. 물건 소유에 따른 물질적 만족감은 노르웨이에 이어 두번째를 차지했으나 학업성적과 자신의 외모에 대한 만족감은 15개국 평균에 크게 미달했다.

한국 어린이들이 가장 불행하게 느끼는 것은 학습 부담이다. 교육환경은 OECD국가 중 상위권에 속하지만 그 속에서 공부하는 아이들은 불행하다. 한국 어린이들은 부모와 사회가 정해 놓은 기준과 자신을 항상 비교하며 살기 때문에 외모와 성적에 대한 만족감이 크게 떨어진다는 분석이다.



한국은 어린이날을 제정해 법정공휴일로 인정하고 있는 거의 세계 유일의 국가다. 세계 50여 국가에서 국제 아동절인 6월 1일을 어린이날로 기념하고, 여러 국가에서 나름의 특정일을 지정하고 있지만 정식기념일로 인정하지는 않는다.

미국도 전국적으로 통용되는 어린이날이 없다. 기독교 교단별로 특정 날짜를 어린이날로 정하기도 했고, 하와이주의 경우 1994년에 10월 첫째주를 '칠드런스 데이'로 지정했었다. 역대 대통령들도 관심을 보여 빌 클린턴은 10월 11일을, 조지 W 부시는 6월 3일을 어린이날로 선포했지만 이를 기억하는 사람은 없다.

아이러니하게도 어린이날을 국가공휴일로 제정해 기념하는 한국의 아이들이 가장 불행하다고 한다. 아이를 '어른'과 동등한 인격체로 대우하기 위해 '어린이'라는 말까지 만든 나라에 사는 아이들이 행복하지 않다.

한국정부는 지난 13일 황당한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아동들의 행복지수를 높이겠다는 야심찬 계획이다. '제1차 아동정책 기본계획'을 수립해 2019년까지 아이들을 행복하게 만들겠다는 것이다. 또한 10년 안에 아동의 삶의 만족도를 OECD평균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도 세웠다. 같은 기간 행복지수도 74에서 85점까지 높인다는 '구체적인' 수치도 발표됐다.

마치 경제개발계획을 보는 것같다. 목표치를 정하고 밀어붙여 달성하자는 식이다. 행복지수가 85점으로 오르면 행복해질까. 지금 행복하지 않은 아이들을 10년 후에 어떻게 행복하게 만들지 의문이다. 교육과 사회 분야의 획기적인 의식변화 없이, 통계수치를 개선한다고 해서 아이들이 행복해지지는 않는다.

미국의 어린이들은 행복할까. 분명 한국 아이들보다는 행복할 것 같다. 공부가 짐이 되지 않고 외모가 비교 되지 않는 나라에 산다. 아이들에 대한 배려와 보살핌이 있기에 어린이날이나 정부의 '행복 높이기' 프로젝트 없이도 행복하다.

어린이날이 들어 있는 가정의 달이 끝나가고 있다. 한 해 동안 관심에서 멀어졌다가 내년 어린이날이 되면 아이들은 다시 행복하지 않은 모습으로 돌아 올 것이다. 아이들이 행복한 나라가 좋은 나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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