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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 로그인] 남들은 쉽게 하는데 왜 난 안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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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중앙일보] 발행 2015/05/26 미주판 9면 기사입력 2015/05/25 15:40

최 주 미/조인스아메리카·차장

인터넷에선 잘 되는데 난 왜 안되지? 하소연의 주제는 '불친절한 블로거' 였다.

그 남성 페친께서 레몬청과 토마토 페이스트라는 작품을 만들어보리라 과감히 결심한 것은 순전히 '이거 진짜 쉬워요' '대박 초간단 레시피'를 호언장담한 블로그 포스팅들 때문이었다고 한다.

쓱쓱 썰어 병에 담아 설탕에 재기만 하면 된다는 레몬청. 그런데 베이킹 소다로 닦고 굵은 소금으로 닦고 식초물로 씻고…. 여덟개들이 레몬 한 봉지 씻느라 자정을 넘길 때 불길했다. 토마토 페이스트는 토마토와 양파를 끓여 졸이면 끝이라는데, 졸이기까지의 과정은 그렇다치고 졸이는 시간만 2시간 넘게 걸린다는 걸 왜 진작 알려주지 않았느냐며 '불친절한 블로거'들을 향해 애교 섞인 항변을 외치고 있었다.

읽노라니 웃음이 삐져 나오지만 속사정은 나도 절대 공감이다. '레시피만으로는 절대 안되는 숨은 함정이 꼭 나오죠, 나도 정말 수없이 당해봤어요….'

아기, 강아지, 음식 사진은 자타공인 SNS의 3대 천왕이다. 엄마 미소 아빠 미소에 침 떨어지는 줄 모르고 넋놓게 하는 세상 아기들의 천진한 모습, 거의 인간화된 각종 애완동물 사진, 여기에 세상 사람들은 어찌 다들 이렇게 먹고 웃고 즐기며 행복을 만끽하는 것인가, 화르륵 인생의 질투를 불지르는 떡 벌어진 수천가지 음식 사진들은 현실의 행복을 가상의 세계에서 노래하며 기막힌 삼중주를 완성시킨다.

차라리 저 먼 곳 내가 감히 따라잡을 수 없는 별들의 잔치라면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 만족하고 말텐데, 익명의 필부필녀로 가득한 웹에서 그들이 보여주는 '어쩐지 만만한' 행복들은 쉽게 손 내밀어 가질 수 있을 것만 같아서 이건 할 만한데? 저 정도쯤은 나도, 를 부추긴다. 하지만 인생 뭐 하나 만만한 것이 있던가? 그들의 '쉽고 간단한' 과 '누구나'의 아름다운 사진 사이 사이 깨알같은 노력의 그늘이, 쌓여진 시간의 함정이 숨어 있다는 진실은 언제나 당해봐야 깨닫는 것을..

주7일 24시간 인터넷 식탁에 서빙되는 뚝딱 레시피들을 그들처럼 캐주얼하게 쉽게 만들자고 대들면 처참한 비주얼로 대략 난감한 피날레를 안겨주기 일쑤다. 꼬리치는 강아지의 순진한 행복 한 컷을 담아내려면 개팔자 상팔자 아멘을 입에 달고 살며 심신을 다바쳐야 하며, 방긋방긋 웃는 아기, 잠든 천사의 평화로운 장면은 위대한 모성의 인고 끝에 완성된 역작임을, 그 처절한 물밑 오리의 발버둥임을 여지없이 확인하게 된다.

웹의 가상 세계와 리얼 세계의 괴리에 관한 새삼스럽지 않은 재인식은 모니터 안팎을 오가며 살아가는 21세기형 크로스 오버 일상에서 매우 중요한 덕목이다.

이론과 실전, 실상과 허상의 딜레마는 인간의 역사만큼이나 오래 지속되어 온 안 풀리는 숙제지만, 웹이라는 가상의 세계에 그만큼의 허상이 함께 부유한다는 사실을 뒤통수 맞으며 당하고 실망하고 다시 알아가고 있다.

하지만, 웹이 뿌려대는 무책임하기 일쑤인 환상의 유혹을 나는 사실 절대적으로 환영한다. 어느날 문득 50대 남성이 라자냐 베이킹에 나서고 새내기 주부가 매실 효소를 담가보겠다고 기염을 토하는 '무모한 도전'과 반란은 결국 어디에서 왔는가. 인터넷에서는 쉽게 잘 되니까 나도 잘 될거라는 행복한 착각이 만들어낸 가슴 뛰는 일상이다.

'불친절한 블로거'들 덕분에 페친 가족들은 아침마다 달콤한 레몬차와 가장의 사랑을 맛보게 될테니 이쯤이면 위대한 문명의 전진, 만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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