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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 고아한 연꽃으로 임하신 임

박재욱 법사/나란다 불교센터

대저 그것은 인간해방이라는 지고의 가치를 위해 뼈를 깎고 살을 저민 위대한 포기였으며 거룩한 선택이었다.

세속의 윤리적 잣대로는 쉽게 용인되지 않는 허물을 지닌 분이 고타마 싯다르타였다. 일국의 왕자로서 부왕의 대를 잇지 않고 더욱이 부인과 어린 아들을 저버리고 출가를 결행하였으니 이르는 말이다. 그럼에도 인류가 그토록 오랜 세월동안, 불세출의 성자로 그분을 추앙하는 연유가 무엇일까.

기원전 8세기에서 3세기 사이에 동서양을 관통하여 문명의 벨트를 형성하며 수많은 현자가 출현하게 된다. 이 시대를 철학자 칼 야스퍼스는 인류문명사에서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을 이룬 철학적, 영적 각성이 폭발한 경이로운 시대로, 인류공통의 중심축이 되는 시대라 하여 '기축시대'라고 명명했다.

나아가 수녀출신으로 세계적인 종교학자인 카렌 암스트롱은 그녀의 역저인 '축의 시대'에서, 다른 현자들에 비해 그 시대를 함께 한 부처님을 단연 독보적인 분으로 평가하고 있다.



그러한 평가는 모든 인간은 근본적으로 평등하며 존귀하다는 절대평등사상과 고통의 소멸이라는 인간해방의 천명에 기인한 것이다. 인간의 귀천은 태생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그 행위에 의해 귀천이 결정되는 것임을 주창함으로써, 당시 인도 지배계급에 의해 수천 년간 왜곡된 인간관을 혁파하게 된다. 가히 목숨을 건 미증유의 혁명이고 개벽이었다.

또한 고통은 종교의 질료인(因)이다. 만약 인간에게 고통이란 것이 없었다면 세상의 종교는 발흥되지 않았을 것이다.

인간의 고통은 대체로 집착과 탐욕에서 비롯된다. 끈질긴 집착과 결코 만족 없는 탐욕에서 고통과 불행은 싹튼다. 그것은 인연조건으로 형성(연기)된 모든 것은 변한다는 제행무상의 진리에 무지한 때문이다. 그 무지에서 벗어나는 것이 깨달음이다. 연기 속에서 발견된 공성(空性)의 자각인 것이다.

그러한 깨달음으로 고타마 싯다르타는 석가족(族)의 성자인 석가모니 부처(깨달은 자)가 되셨다. 선각자로써 부처님은 중생들이 고통으로부터 해방되어 영원한 평안과 궁극의 행복을 얻게 하고자, 이후 45년간 길 위에서 헌신적 삶을 사셨다.

5월 25일은 '부처님 오신 날'이다. 인류의 위대한 스승을 기리는 날이며, 또한 부처될 자신의 존엄을 확신하여 안으로는 지혜의 등불을 밝히고, 밖으로는 자비의 등불을 밝혀 날마다 부처님처럼 살고자 다시금 마음을 다지는 날이기도 하다.

부처님은 언제나 어느 곳에서나 처염상정(處染常淨) 진리의 몸인 청정법신으로 결코 진흙(번뇌))에 물들지 않는 아름답고 고아한 연꽃으로 피어나, 지혜와 자비의 향기를 만방에 두루 충만케 하신다. 그 "향기로운 분홍빛 연꽃이여/ 아침에 피어 그 향기 아직 가시지 않았네/ 보라! 하늘에 걸린 태양처럼/ 빛나는 부처님의 모습을"(우바새의 노래 중에서)

musagus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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