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나 홀로 대륙횡단 마라톤'…강명구씨 114일 만에 워싱턴 도착

"은퇴 후 나 자신을 위해 도전"
사막 달리며 가족생각에 눈물
이제 뉴욕까지 250마일 남아

지난 2월 1일 LA를 출발, 뉴욕까지 대륙 횡단 마라톤에 도전하는 강명구(57)씨가 114일만인 지난 25일 워싱턴 DC에 도착했다. 그는 약 3150마일을 아시아계 최초로 조력자 없이 단독으로 달려 화제다. 강명구씨는 목적지인 맨해튼의 UN본부까지 250마일을 남겨두고 있다.

그는 텐트와 취사도구 등 캠핑 장비와 생필품을 유모차에 싣고 달렸다. 유모차 무게만 100파운드에 달한다. 강씨는 하루에 많게는 39마일, 적게는 15마일씩 하루 평균 25마일을 달렸다. 마라톤 풀코스 거리가 26.2마일인 것을 감안하면 매일 마라톤 풀코스를 소화하고 있는 셈이다.

그는 "수명 100세 시대이다. 하지만 주변에 은퇴하는 친구들을 보고, 또 나도 운영하던 사업체를 정리하자 나 자신을 위해 무언가를 해보고 싶었다"고 도전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처음에는 짐 가방에 책이랑 낚싯대, 아내가 싸준 커피 등을 잔뜩 챙겼다. 하루에 길게 달려 봤자 5~6시간 달릴 텐데 남는 시간 동안 독서와 낚시를 통해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려 했다"며 "하지만 출발하고 한 주가 안 돼서 모두 버렸다. 유모차에 싣고 산길을 오르는 데 이건 못할 짓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캘리포니아와 네바다의 사막을 통과할 때는 휴대전화의 내비게이션도 잘 작동하지 않아 고생했으며 한밤 중 산짐승을 만나는 등 위험한 상황도 있었다. 돈을 절약하고자 저렴한 모텔에서 숙박하다 베드버그(빈대)에 물리기도 했고 침대 밑에서 쥐가 돌아다니는 건 부지기수였다.



강씨는 "나는 가정적인 사람이 아닌데 어머니와 아내 생각이 나고 그냥 이유 없이 눈물이 났다. 삭막한 사막을 달리는데 가족의 중요함을 알게 되는 등 마음은 비옥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길에서 도움을 준 사람과 만났던 사람이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출발한 지 3일째 되던 날 캘리포니아 사막에서 길을 잃었다. 그러다가 한 미국 사람이 나를 발견해 길을 안내하고 하룻밤을 자기 집에서 자게 해줬다"며 "알고 보니 그 사람은 캘리포니아 교통국에서 일하는 55세 남성이었다. 그 후로 한 주 동안 물과 식량이 떨어졌을까 걱정해 직접 내가 달리는 곳으로 찾아와 전달해 줬다. 유모차 타이어 바람이 빠졌을 때도 직접 타이어를 사들고 와줬다"고 전했다.

그는 휴게소나 주유소 등에서 트럭 운전사를 비롯해 차를 타고 대륙 횡단에 나서는 가족, 또는 자전거나 말을 타고 횡단에 나서는 사람들을 많이 봤다고 한다. 강명구씨는 "다른 사람들은 나보다 훨씬 빠른 시간 안에 횡단할 수 있다. 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두 발에만 의지하는 나에게 존경심을 표했다"며 "현대 문명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다. 속도와 효율성을 중요시하지만 느리고 원시적인 방법에도 가치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고 설명했다.

워싱턴DC 도착으로 단독 횡단에 성공하고 마지막 목적지만을 남겨놓은 그는 횡단에 도전하는 마라토너들에게 "무모한 도전일 수도 있다. 생각처럼 낭만적이지는 않다. 하지만 자신과 자신의 한계를 시험해 보고 싶은 사람들은 꼭 도전해보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뉴욕까지 250마일, 그는 긴 여정의 끝까지 10일을 앞두고 있다. 그는 횡단 중 쉬는 시간마다 느낀 점 등을 기록해 뉴욕중앙일보에 '삶의 뜨락에서: 대륙횡단 마라톤 일기'라는 칼럼을 연재해 왔다. 강씨는 "연재했던 글들을 정리해 책을 내는 게 다음 목표"라고 밝혔다. 그의 도전은 끝나지 않았다.

김영남 기자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