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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20/20] 술·담배보다 무서운 스마트폰 중독

[LA중앙일보] 발행 2015/05/27 미주판 8면 기사입력 2015/05/26 22:56

김완신/논설실장

얼마 전 서울 친척의 방문으로 가족 여럿이 모인 적이 있었다. 80대 할아버지부터 4살 손녀까지 다양한 연령대가 함께 했다. 예전과 다를 것 없는 모임이었지만 이번에는 한 가지 색다른 모습이 눈에 띄었다. 식사를 마치고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자 일제히 스마트폰을 꺼내 든 것이다. 4살 아이는 태플릿으로 게임을 했다. 불과 몇년 전만 해도 보기 힘든 광경이었지만 이제 스마트 기기는 남녀노소를 구분하지 않는다.

바우처클라우드넷이 지난 달 2290명 부모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아이들에게 스마트폰을 사주는 평균 연령이 6세로 나타났다. 구입 이유는 첫째 자녀와의 비상연락(31%), 둘째 가족이나 친구와의 통화(25%), 그리고 셋째는 유행에 뒤처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 첫째과 둘째 이유는 실용적인 목적이 있지만 세번째는 '남이 하니까 나도 한다'는 식이다.

아이들에게도 필수품이 돼버린 스마트폰의 폐해는 성인에게서 더 심각하다. '인터넷과 테크롤로지 중독센터(CITA)'의 연구에서 성인 스마트폰 사용자의 90%가 기기를 오.남용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10~12%는 중독상태를 보인다. 연구 책임자 데이비드 그린필드 커네티컷 의대 신경정신과 교수는 61%는 잘 때도 스마트폰을 곁에 두어야 마음이 놓이고, 50%에서 전화기가 없을 때 불안증세가 나타났다고 한다.

CITA는 중독을 파악하는 10가지 '증세'를 소개했다. 그중 첫번째는 아침에 일어났을 때 날씨를 살피려고 창밖을 보지 않고 스마트폰을 찾는 것, 시간을 확인할 때 벽에 걸린 시계대신 스마트폰을 보는 것 등이다. 전문가들은 날씨, 시간 등 모든 정보를 스마트폰에 의존한다면 초기 중독단계일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한다.

3년전 한 정보통신업체에서 스마트폰 사용자 500명에게 '1주일간 전화기 사용불가를 막기 위해 당신은 무엇을 희생하겠는가'라는 질문을 했다. 이 질문에 70%는 술은 끊어도 스마트폰은 사용해야 한다고 답했다. 초콜릿(63%)과 커피(55%)를 안 먹겠다는 응답도 있었다. 심지어 섹스를 중단하겠다는 의견도 33%에 달했다. 스마트폰 사용을 위해 본능도 희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중독은 편리 또는 즐거움(쾌락)에서 시작된다. 마약, 알코올, 담배 등의 중독은 주로 즐거움에서 시작된다. 중독이 나쁜 것 만은 아니다. 중독행위에 부작용이 없다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흡연이나 음주, 마약 복용은 건강상 해를 주고 반사회적인 일탈행위를 유발해 문제가 된다. 이런 점에서 스마트폰 중독으로 생기는 부작용은 구체적이지 않은 특징이 있다. 스마트폰 사용으로 업무, 학교공부, 가정생활, 사회관계 등에 문제가 발생해도 이를 입증하기가 쉽지 않다. 운전 중 전화기 사용으로 인한 사고가 대표적인 부작용이다.

음주나 흡연을 중단할 때 금단현상이 생기듯 스마트폰도 금단현상이 있다. CITA에 따르면 운전 중 문자나 통화를 하는 것이 불법이라는 사실을 운전자의 90%가 알고 있지만 75%는 여전히 통화를 한다. 사회법규 준수보다 운전 중 통화욕구가 강하기 때문이다. 또한 음주와 흡연의 내성처럼 스마트폰에 대한 욕구도 사용시간을 점점 늘려야만 충족이 된다.

인류가 술, 담배, 마약을 사용해 온 이후 이들 물질에 새로운 가치가 추가되지는 않았다. 수천년 전이나 지금이나 술은 사람을 취하게 하는 물질일 뿐 바뀌지 않았다. 담배와 마약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스마트폰은 다르다. 하루가 다르게 부가기능이 개발된다. 지금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편리와 즐거움을 가져다 준다. 그런 만큼 중독의 확산은 가속화되고 있지만 이를 제어할 제도적 장치와 사회적 도덕률은 없다. 술과 담배보다 스마트폰 중독이 더 심각할 수도 있는 이유다. 스마트폰이 만들어 갈 세상을 상상하기는 어렵지만 분명 '멋진 신세계'만은 아닐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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