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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0만원 때문에…구상민 100m골, 뒤늦은 기네스<최장거리 골 기록>도전

작년 7월 경기서 골킥 그대로 골인
베고비치 91.9m 기록 넘어섰지만
대행업자가 거액 요구해 신청 포기

한국기록원, 올해 우수 기록 공모
비용 일부 지원…재심사 길 열려


기네스 월드 레코드(세계 기네스북)가 인정하는 축구 역사상 최장거리 골은 지난 2013년 11월 3일 나왔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서댐턴과의 경기에서 스토크시티 골키퍼 아스미르 베고비치(28·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가 경기 시작 13초 만에 특별한 기록의 주인공이 됐다. 골 에어리어 부근에서 길게 찬 볼이 한 차례 크게 바운드 된 뒤 상대 골키퍼의 키를 넘겨 골망을 흔들었다.

기네스협회가 인증한 공식 거리는 301피트 6인치(91.9m). 프리미어리그 에버튼의 골키퍼 팀 하워드(36·미국)가 지난 2012년 세운 종전 기록(91m)을 0.9m 뛰어넘었다. 베고비치의 골은 약 10개월의 검증 기간을 거쳐 지난해 9월 공식 기록으로 인정받았다. 베고비치는 기네스 기록 인증서를 받은 뒤 "골키퍼로서 득점 관련 기네스 기록을 세울 거라곤 상상도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제 베고비치가 '대기록 보유자' 타이틀을 물려줄 때가 온 것 같다. 베고비치를 뛰어넘은 '롱기스트 골'이 한국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실업축구 내셔널리그 울산미포조선의 골키퍼 구상민(24)이 주인공이다. 새 기록은 지난해 7월 25일 나왔다. 울산종합운동장에서 열린 김해시청과의 내셔널리그 경기에서 구상민이 후반 5분 골킥을 했다. 이 볼도 크게 한 번 퉁긴 뒤 상대 골키퍼를 넘어 골문 안으로 들어갔다. 내셔널리그 관계자들은 구상민의 기록을 인증하기 위해 경기 후 골 에어리어 라인에서부터 상대 골대까지 거리를 측정, '100m'라는 결과를 발표했다. 두 선수의 경기 화면을 돌려보면 구상민의 킥 지점이 베고비치보다 두세 걸음 뒤에 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구상민의 대기록은 내셔널리그 팬들 사이에서 잠깐 화제가 된 뒤 이내 잊혀졌다. 기네스북도 새 기록을 반영하지 않았다. 내셔널리그가 기록의 가치를 알고도 등재를 포기했기 때문이다. 돈이 문제였다. 내셔널리그 관계자는 "지난해 구상민 기록을 기네스북에 올리기 위해 노력했지만 관련 업무대행을 맡은 업체가 3000만원의 비용을 요구해 진행을 멈췄다. 예산이 빠듯해 선수 한 명의 기록 보존에 거액을 지출할 순 없었다"고 말했다.

한해가 지난 뒤 새로운 길이 열렸다. 기네스 월드 레코드(영국), 국제 기록 아카데미(미국) 등 글로벌 기록보존 단체의 국내 심사와 인증을 전담하는 한국기록원(KRI)이 최근 '우수 기록 공모' 이벤트를 실시했다. KRI는 "국제적으로 가치가 있거나 희소성 있는 기록에 대해 해외 인증기관 등록 비용 일부를 부담하겠다"고 나섰다.

내셔널리그가 구상민 기록 등재를 다시 준비하는 과정에서 비용에 대한 오해도 일부 풀렸다. 김일화 KRI 원장은 27일 "기록 인증 과정에 전문가 인건비를 포함한 실비가 발생한다. 세계 기네스북 등재시 서류 번역, 영상물 및 사진설명 영문 변환, 제3자 공증 등에 추가 비용이 든다"면서도 "별도의 홍보물이나 영상을 제작하지 않는 한 수천만원이 든다는 건 터무니 없는 말이다. 등록 대행업체가 수수료를 과도하게 요구한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또 "우수 기록 공모는 아직 진행 중이지만 세계 최장거리 골이라면 선정 가능성이 매우 크지 않겠느냐"고 덧붙였다. 내셔널리그는 조만간 KRI에 동영상과 사진, 현장 관계자 증언 등을 모아 심사를 요청할 예정이다. 경기장 실사와 동영상 감정, 관련자 인터뷰 등 추가 절차를 거쳐 기록으로 인정받으면 한국축구 역사에 뜻깊은 발자취를 남길 수 있다.

구상민은 "축구를 하면서 세계 최고 기록을 세울 수 있는 기회가 얼마나 되겠느냐"면서 "지난해 기네스북 등재가 무산됐다는 소식에 내심 실망했다. 다시 가능성이 열린다니 무척 흥분된다"고 말했다.

송지훈 기자

mil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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