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젊은 세대, '음식'보다 '어디서' 먹느냐가 중요"

맛집 블로거 매튜 강 이터LA 편집장

은행원 시절 점심 때마다 식사 고민
싸고 맛있는 집 찾다가 관심 커져
나만 알기 아까워 블로그 쓰기 시작
방문객 다녀갈 때마다 벅찬 행복감
하루 5~6곳 순례 탓에 몸무게 폭증
"내 열정에 대한 훈장이라고 생각"


간혹 걷던 길을 멈추고 자신과 마주 선다.

내가 걷는 이 길에 후회는 없는지, 제대로 가고는 있는 것인지, 그러다 틈틈이 가보지 않은 샛길에 못내 미련 남아 흘끔 거리기도 하면서. 어디 이뿐이겠는가. 남들 걷고 있는 길에 대한 시샘은 또 어쩌랴. '부러우면 지는 것'이라고 애써 허세도 부려보지만 어쩐지 그 길이 더 넓고 좋은 것만 같아 낙담과 후회를 번복하기 일쑤.

그러나 그 어떤 현자가 있어 어떤 길이 좋다고 호언장담 하겠는가. 그저 우리는 작가 김훈과 허지웅의 책 제목처럼 '밥벌이의 지겨움' 속 '버티는 삶에 관하여'서만 소심하게 고개를 끄덕일 수 있을 뿐. 그래서일까.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진 그 고단한 여정 위, 남의 눈치 따위는 '개나 줘버리고'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신명나게 하는 이들을 볼 때면 한없이 기분 좋아진다. 구태의연함도, 세상 잣대도 내던진 채 일탈처럼, 놀이처럼 세상을 살아가는 이들을 보면서 우리는 대리만족이라도 얻는지 모르겠다. 이터LA(eaterla.com) 매튜 강(31) 편집장이 바로 그런 시원한 청량제 같은 남자다.



이미 주류사회 맛집 마니아들에게는 바이블이나 다름없는 이터LA를 이끌고 있는 이 남자, 맛있는 음식이 좋아, 맛있는 음식을 세상 사람들과 나누는 게 좋아 잘 나가는 직장까지 때려치우고, 몸무게 팍팍 늘려가며 세상과 소통 중이다.

초여름 노을이 기분 좋게 하늘을 물들이던 어느 늦은 오후, 매튜 강 편집장을 LA한인타운 IOTA 카페에서 만나봤다.

#잘나가는 은행원에서 맛집 블로거로

오렌지카운티에서 나고 자란 그는 USC에서 경영학을 전공했다. 2007년 대학 졸업 후 '시티 내셔널 뱅크' 베벌리힐스점에 취직해 커머셜 뱅커와 분석가로 일했다. 주로 할리우드 스타들이 단골 고객인 그 은행에서 그는 꽤 유능하고 잘 나가는 은행원이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그의 관심사는 '출세'보다는 맛집 엿보기로 이동했다.

"베벌리힐스라는 동네가 물가가 꽤 비싸잖아요? 그래서 점심 한 끼라도 먹을라치면 여간 고민되는 게 아니었죠(웃음). 그러다보니 근처에 싸고 맛있는 집이 없을까 고민하고 찾아보면서 맛집에 대한 관심이 저절로 높아졌어요."

그러면서 그는 맛집 순례 경험을 바탕으로 블로그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처음엔 베벌리힐스 인근 식당이 포스팅 대상이었지만 반응이 좋아지면서 점점 LA 전역의 맛집으로 확대됐다.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 한 달 평균 1만5000명이 다녀갈 만큼 당시 맛집 마니아들 사이에 그의 블로그는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본업인 은행 일보다 취미로 시작한 블로거로서의 삶이 훨씬 더 유의미하고 행복해지는 순간이었다.

그러면서 그는 평범한 회사원보다는 맛집을 순례하고 글을 적는 것이 훨씬 더 행복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리고 가족들과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 사직서를 제출하고 2010년 웨스트 LA에 아이스크림 스토어를 오픈했다.

#맛집 찾아 삼만리

아이스크림 가게 주인장이 되면서 그는 본격적으로 블로그 운영에 매진할 수 있었고 그러면서 이터LA와도 연이 닿게 됐다. 자신이 쓴 맛집 기사를 이터LA에 제공했고 그의 글을 맘에 들어한 이터LA가 그에게 파트타임 기자직을 제안한 것이다. 그렇게 그는 2012년부터 이터LA에서 기자로 활동하게 된다.

2006년 맛집 소개 웹진으로 출발한 이터LA는 이터닷컴의 LA지사로 이터닷컴은 미국내 25개 도시에서 로컬 웹진을 운영하고 있는 미국 내 최대 맛집 리뷰 웹매거진이다. 현재 이터LA는 한 달 평균 100만명이 다녀갈 만큼 맛집 마니아들은 물론 맛집을 검색하려는 앤젤리노들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다.

맛집 기사를 쓰고 사람들과 소통하려는 그의 의지는 이터LA라는 '큰물'을 만나면서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이터LA에 접속한 이들이 원하는 것, 즉 독자의 니즈를 정확히 파악한 그의 반짝반짝한 기사들은 이터LA 성장에 큰 힘을 실어주었고 회사 역시 그의 그런 공을 인정, 올해 초 그를 편집장으로 승진시켰다.

그러나 편집장이 됐다고 특별히 달라진 것은 없다. 다른 이터LA기자들과 다름없이 강 편집장 역시 많은 시간을 LA 일대를 돌아다니면서 음식을 맛보고 그 자리에서 기사를 작성해 올린다. 웹진의 성격상 매시간 웹사이트에 접속하는 열혈독자들을 위해 새로운 뉴스와 리뷰를 올려줘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새로운 식당을 찾아 헤매는 것이 그의 주 업무. 덕분에 지난 1년간 달린 차량 마일리지만도 2만4000일마일이 넘는다고 한다.  

"하루 평균 5~6곳의 식당을 다니고 음식을 먹느라 지난 2년간 몸무게가 20~30파운드나 늘었죠. 그래도 이게 제 일에 대한 열정을 보여주는 것이라 생각해 오히려 자랑스러울 따름이죠(웃음)."

#한식과 길거리 음식에 주목하다

그가 이터LA에 일하면서부터 부쩍 이 웹진에 LA한인타운 식당 소개가 늘었다. 정통 한식당에서부터 최근 오픈하는 카페에 이르기까지 타운 식당 동향을 한눈에 꿰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지 싶다.

"한식은 제 소울푸드이며 가장 좋아하는 음식 중 하나죠. 부모님도 1.5세지만 자주 한식을 집에서 요리하셨습니다. 또 일요일이면 온 가족이 LA한인타운 한식당에서 함께 식사를 했던 따뜻한 기억도 제가 K타운 식당가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된 것 같아요."

한국음식 뿐만 아니다. 그의 기사를 유심히 살펴보면 그가 미슐랭 별이 붙은 식당보다도 값싸고 누구나 쉽게 먹을 수 있는 음식들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단박에 알아차릴 수 있다. 그래서 그는 햄버거, 타코, 피자, 라면에서부터 푸드트럭까지 길거리 음식에 주목한다.

"요즘 젊은 세대는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이야기가 있는 쿨 플레이스(cool place)를 찾고 싶어하죠. 그들은 자신이 어디서 음식을 먹느냐가 자신의 정체성을 결정짓는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이들을 위해 바로 이터LA가, 제가 존재하는 이유가 아닐까요?"

그에게 물었다. 앞으로 꿈이 뭐냐고. 그는 답한다.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내가 행복하고 즐거운 일을 하고 싶다고. 그것이 계속 이렇게 쭉 식당가를 순례하며 글을 쓰는 것이 됐든 다른 그 무엇이 됐든 신나는 삶을 살고 싶다고. 그리고 바로 지금 그는 신나고 행복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살아가려 노력한다고 말한다. 아마도 그는 벌써 파랑새를 찾았는지도 모르겠다. 행복이란 이름의 파랑새를.  

이주현 객원기자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