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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건강에세이] 헤르만 헤세의 우울증

‘너는 항상 나를 따라다니고/ 내가 노여움과 슬픔으로 인해 마시는 술 속에도/ 사랑의 무더운 밤 속에도 너는 나와 함께 있었다./ 내가 너에게 던진 비웃음 속에조차 있었다....’ (헤세의 시 ‘우울에 대하여’ 중 일부)

20세기 전반에 크게 활약했던 시인이며 소설가 헤르만 헤세(Hermann Hesse, 1877-1962)는 독일 남부 칼프란 작은 마을에서 태어났다. 어머니는 인도에서 선교하던 부친 때문에 현지에서 태어났으며 아버지는 장인의 신학 저술을 인쇄하던 출판업자였다. 부모가 모두 인도에서 선교활동을 했기 때문에 아들도 가족의 전통을 이어 신학을 공부하길 바랐다.
1891년 가족은 스위스의 바젤로 이사하고 나중에 스위스 시민권을 얻었다. 그해 헤세는 부모의 권유에 따라 신학교에 입학했지만 일 년 만에 학교에서 도망쳐 하루 뒤에 벌판에서 발견되었다. 그런 연고로 학교에서 퇴학당했다.

1882년 3월 15세에 불과한 그는 자살을 암시하는 글을 썼다가 부모에게 발각되었다. 부모와 잘 알고 지내던 한 목사가 운영하는 정신병 환자들을 위한 사설 요양소에 들어갔다. 두 주일 만에 자살을 시도했기 때문에 그는 ‘악마에 사로잡혔다’는 의견이 첨부되어 슈테텐에 있는 한 정신병원에 이송되어 넉 달이나 입원해 있었다. 후에 소년원으로 이송되었다는데 기록에 의하면 당시 병명은 ‘멜랑콜리’였다.

퇴원 후 한 김나지움에 입학해 일 년 수료시험에 합격했다. 그것이 그의 마지막 정규수업이었던 것이다. 그 후 몇 년간 헤세는 서점 직원으로 일을 하는 사이 막대한 양의 서적을 탐독했다. 하루 12시간의 일과가 끝나면 책 읽기에만 몰두했으며 쉬는 일요일에도 밖에 나가지 않고 하루 종일 책을 탐독했다. 이때 그는 괴테, 레싱, 쉴러 그리고 독일 낭만파 작가들의 작품과 희랍 신화도 접했다. 젊은 날의 경험을 적어 훗날 ‘수레바퀴 밑에서’란 작품에 기술했다.



1904년 ‘피터 카멘친트’란 첫 작품을 발표하여 작가로서의 화고한 위치를 차지했다. 주인공이 복잡한 도시생활을 청산하고 자연으로 돌아가 성 프란시스 아시시와 같은 금욕생활을 한다는 로맨틱하고 서정성이 강한 소설이었다.

작가로서 성공한 그는 바젤 대학의 교수의 딸이며 사진작가인 마리아 베르눌리와 결혼하고 알프스 산맥이 있는 콘스탄틴 호수 독일 쪽 호반에 집을 마련했다. 거기서 세 아들을 얻었다. 그러나 결혼생활은 순탄치 않았다. 그는 전부터 계획했던 스리랑카와 버마를 여행하면서 정신적 종교적 영감을 찾으려 했으나 실패했다. 1912년 스위스 바젤로 이사했는데 주위 환경의 변화도 악화된 결혼관계에 영향을 주지 못했다. 작가가 결혼을 해야 하는 지에 대한 의문이 들었고 악화일로에 빠져가는 자신의 결혼생활을 1914년 ‘로스할데’란 작품을 통해 고백했다.

그는 작가로 크게 명성을 얻었기 때문에 신문 잡지에서 전운이 감돌던 당시 유럽의 정세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그는 반전주의를 주장해서 프랑스의 로망 롤랭 같은 평화주의자들에게 크게 환영을 받았다. 그러나 국수주의와 군국주의로 길들여진 독일 국민에게 그는 반역자의 모습으로 부각되었다. 낙망에 빠진 그의 젊음은 이렇게 지나갔다.

'지친 여름이 머리를 숙이고/호수에 비친 퇴색한 내 모습을 본다./ 나는 지쳐서 먼지투성이가 되어/ 가로수의 그늘 길을 걷고 있다.
포플러 나무 사이로 수줍은 바람이 불고,/ 내 등 뒤의 노을은 빨갛게 물들었다./ 그리고 내 앞으로는 저녁의 불안과/-황혼과-죽음이 보인다.
나는 지쳐서 먼지투성이가 되어 걸어간다./내 뒤에는. 청춘이 망설이며 걸음을 멈추고,/다소곳하게 머리를 숙이고/ 이제 나와 같이 가지 않으려 한다.'
(청춘의 도주)



정유석 (정신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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