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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기분 나쁜 칭찬, 기분 좋은 격려

이재희/사회부 차장

지난주 방송인 곽정은의 트윗으로 인터넷이 시끄러웠다. 택시를 탔는데 주말에 일하러 가는 곽정은에게 택시기사가 "예쁜 공주님들도 일을 하러 가느냐"고 했고 이 말에 대한 감정을 "중간에 내려야겠다"는 말로 대신한 내용의 트윗이었다. 지극히 개인적인 푸념이다. 그런데 비난이 쏟아졌다. '예쁘다고 칭찬을 해줬는데 고맙다고 해야 하는 거 아니냐'에서부터 '피곤하게 산다' '정신이 이상한 거 아니냐'까지 각종 댓글이 빗발쳤다.

곽정은은 이후 "낯선 사람에게 외모에 대한 평가가 섞인 말을 듣는 것이 매우 불편하고 예쁜 여자가 왜 일을 하느냐는 모종의 전제도 괴이하기 짝이 없으며 공주라고 지칭하며 어리고 미성숙한 애 취급을 하는 일련의 말투에 불쾌함을 느꼈다"고 했다. 택시기사는 좋은 의도에서 주말에도 일하는 곽정은을 걱정해서 '예쁜 공주님'이라는 칭찬까지 곁들여 한 말일 것이다. 하지만 선의라 해도 상대방이 이 때문에 기분이 상한다면 그건 실례가 될 수 있다. 또 걱정해서 한 말이라면 굳이 예쁜 공주님이라는 표현은 할 필요가 없다.

칭찬도 좋지만 그 칭찬을 듣는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있어야 한다. 상대방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기분 나빠 하진 않을지 같은 고민 없이 내가 하고 싶다고 해서 한 말이라면 그건 칭찬이라고 하기 어렵다. 칭찬은 내가 하고 싶은 말이 아니라 상대를 위한 말이기 때문이다.

한 음악평론가가 가수 윤종신에 대해 '윤종신은 좋은 프로듀서가 아니다'라는 제목으로 칼럼을 기고했다. 좋은 가수 작사가 작곡가 프로듀서이지만 최근 그가 프로듀싱한 여성 음악가의 앨범들을 보면 여성 음악가 개개인의 개성 대신 윤종신 색깔이 드러나는 획일성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하는 내용이다. 윤종신은 이를 자신의 페이스북에 공유하면서 "오래오래 더 지켜봐 주세요. 애정 어린 말씀 감사합니다. 항상 귀 열어 놓을게요"라고 했다. 이 경우는 윤종신이라는 뮤지션에 애정이 있는 음악평론가가 비난 비판이라기보다는 아끼는 마음으로 지적을 한 것이고 이 음악평론가의 의도를 윤종신이 제대로 파악하고 받아들인 순기능이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기사를 쓰고 이에 대한 반응을 접하다 보면 기사 의도와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내용을 이해하는 경우가 있다. 독자 전화나 인터넷 댓글을 확인해 보면 그것이 좋은 반응이든 나쁜 반응이든 '아 이렇게도 받아들이는구나' 할 때가 종종 있다. '표현이 명확하지 않아 잘못 이해할 수도 있겠구나'라며 기자의 잘못을 탓할 때도 있지만 기사를 제대로 읽지도 않거나 또는 기사 중 본인이 원하는 단어 및 문장만 발췌해 기사에 나와있는 내용에 대한 문의를 하거나 엉뚱한 반응을 보일 때도 많다. 기사 내용과는 전혀 상관없는 반응이 나오기도 한다.

물론 반응에 감사하다. 일부 연예인들에 따르면 악플도 대중의 관심이 있어야 가능한 것이니까. 그래도 그것이 SNS에 올리는 댓글이든 기사에 대한 반응이든 평소 사람 사이에서든 배려와 분별 이해가 바탕이 되길 바라본다. 그리하면 칭찬을 칭찬으로 지적을 지적으로 온전히 받아들이는 건강한 사회가 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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