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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즘] 미국은 왜 FIFA에 칼을 들었나

[LA중앙일보] 발행 2015/06/08 미주판 8면 기사입력 2015/06/07 18:07

안 유 회/선임기자

국제축구연맹(FIFA) 고위 임원들이 지난달 27일 본부가 있는 스위스에서 부패 혐의로 체포됐다. 1991년부터 24년 동안 뇌물 등으로 1억5000만 달러를 받은 혐의다.

놀라운 것은 FIFA 임원이 부패 혐의를 받은 것이 아니다. 미국이 수사에 나섰다는 점이다.

미국이 왜? 뉴스를 접하고 이 질문을 던진 이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미국에서 축구의 인기도는 수영과 육상 수준이다. 심지어 2014년 축구 관련 여론조사에서 월드컵 개최지가 같은 대륙인 브라질임을 아는 미국인은 3분의 1 수준이었다. FIFA엔 미국인도 거의 없다.

축구는 진정한 전세계의 스포츠다. 축구는 전세계 스포츠 수입의 40%를 차지하고 월드컵은 전세계 인구의 10% 이상이 시청한다. FIFA 가입국은 UN 가입국보다 많다. 축구에서 미국은 섬이다.

그런 미국이 왜? 이 질문은 연방법무부의 FIFA 부패 수사를 놓고 옹호와 비판, 혹은 유사 음모론이 충돌하는 출발점이기도 하다.

FIFA는 미국이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하는 대표적인 국제조직이다. 이 때문에 오바마 행정부가 자국의 정치적 이해를 관철시키기 위해 제프 블라터 전 회장 제거에 나섰을 것이라는 의혹이 나온다. 이번 수사가 끝나면 미국은 FIFA에 2018년 월드컵을 개최하는 러시아의 야심에 제동을 걸만한 우호적인 인물을 앉힐 것이라는 음모론이다.

FIFA 내의 역학구도도 정치적 시각에 한 몫을 한다. 블라터의 최대 적수로 알려진 인물은 요르단의 알리 빈 후세인 왕자다. 요르단은 중동에서 미국의 최대 우방국의 하나다.

2005년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은 이란에 대한 제재의 일부로 2006년 월드컵에 참가하지 못 하게 하라고 블라터 당시 회장에게 요구했으나 블라터가 이를 거부했다는 악연도 들춰지고 있다.

BBC는 음모론까지는 아니지만 미국이 2022년 월드컵 유치경쟁에서 카타르에 패배한 것을 이번 수사의 배경으로 꼽았다.

유럽축구연맹(UEFA)도 블라터에 우호적이지 않았다. 이미 UEFA는 2018년 러시아 월드컵을 보이코트하겠다는 으릉장을 놓고 있던 터였다. 유럽연맹(EU)이 우크라이나 군사충돌과 크림반도 합병을 놓고 러시아와 갈등을 빚고 있는 상황이 배경으로 꼽힌다.

스위스축구연맹이 축구의 세계조직 자체를 타겟으로 삼았다며 미국을 비난하고 증오의 캠페인을 하고 있다며 유럽축구 지도자들을 비난한 것은 이 때문이다.

브라질의 유명한 축구 전문가인 티아고 카시스는 이번 수사를 FIFA내 주도권을 둘러싼 갈등으로 본다. 월드컵은 지난 두 차례 남아프리카공화국, 브라질에서 열렸다. 다음 개최국은 러시아다. 유럽세가 장악했던 FIFA에서 브릭스의 힘이 강화되고 있고 서유럽이 여기에 반발하고 있다는 것이 카시스의 시각이다. 카시스는 유럽 축구도 부패가 심하다고 주장하며 이번 사건이 표면적으로는 부패지만 이면에는 서유럽세의 FIFA 재장악 노력이라고 분석한다.

블라터 아래서 아프리카와 아시아의 힘이 강화된 것은 사실이다. 중국은 2026년 개최에 눈을 돌리고 있고 2017년 17세 이하 월드컵을 개최하는 인도도 월드컵 유치전에 뛰어들 가능성이 높다.

한쪽에서는 이를 축구를 진정한 전세계 스포츠로 만들겠다는 블라터의 노력이 결실을 이룬 것이라고 보고 있지만 한편에서는 영향력을 사들이고 부패에 끌어들인 블라터 방식의 결과물이라고 비판한다.

"유럽은 축구계에서 영향력을 잃는 것을 걱정하고 미국은 축구를 정치의 수단으로 본다." 익명을 요구한 브라질축구협회 고위 임원이 언론에 한 말이다. 이런 의혹과 유사 음모론은 축구가, FIFA가, 정치.경제적으로 얼마나 힘이 센지를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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