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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잔디에 직접 물 주는 즐거움

박 낙 희/OC총국 취재팀 차장

계속된 가뭄으로 가주 정부가 발표한 절수령이 이달부터 발효되면서 연일 언론 매체에서 절수 관련 기사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반면 지난달 말 텍사스주와 오클라호마주 등에는 기록적인 폭우가 내려 31명이 사망하고 도심 곳곳이 침수되는 비상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LA에서 1300여마일 떨어진 텍사스주에서 일주일간 내린 강우량이 무려 37조3000억 갤런이라고 한다. 한쪽에선 가뭄으로, 다른 한쪽에선 홍수로 물비상 사태를 겪고 있으니 미국이 넓은 탓인지 이상기후 탓인지 모르겠다.

처음에는 도대체 가주에 가뭄이 얼마나 심하기에 주정부까지 나서 절수 의무화를 공표하고 위반자에게는 벌금까지 물리는가 싶었으나 인공위성이 촬영한 가주 곳곳의 대형 수원지의 수년전 모습과 현재 모습을 비교한 사진을 보고 나서는 사태의 심각성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우리집도 절수 조치를 해야 할 것 같아 OC수도국의 절수안내 웹사이트(www.ocwatersmart.com)를 들어가보니 가구당 물사용량의 60%가 정원 급수라는 말에 집안을 둘러봤다. 앞마당과 뒤뜰에 밭이라고 하기에는 부끄러울 정도의 잔디가 깔려있고 아이들이 재미로 가꾼 조그만 텃밭이 있다.



정부 리베이트 프로그램이 있어 잔디를 갈아 엎고 인조잔디를 깔거나 가뭄 내성 식물들을 심으면 된다고 하는데 웹사이트에서 절수형 정원 공사 전후 사진을 보니 푸르던 정원들이 황막한 모습으로 변해 있었다. 식물들이 자리를 잡으면 보기 나아진다고 하지만 영 내키지 않아 다른 방법을 찾기로 했다.

스프링클러만 조절해도 하루 50갤런, 스마트 타이머로 교체하면 40갤런을 절약할 수 있다고 해서 바로 타이머를 교체하고 스프링클러를 조정했다. OC거주 1인당 평균 28갤런을 절약하면 된다기에 이 정도만 조치를 취해도 규정에 맞출 수 있을 듯 싶었다.

그런데 뭐가 잘못 됐는지 그날 밤 스프링클러가 타이머를 꺼도 멈추지 않고 게다가 메인 파이프 하나에서 물이 새기 시작했다. 한참을 씨름하며 온몸이 흠뻑 젖고 나서야 수리를 끝내고 작동을 멈출 수 있었다. 덕분에 한 일주일 분량의 정원 급수를 마친 듯했다. 정원사가 올 때까지 일단 스프링클러 작동을 멈추고 직접 물을 주기로 했다.

한밤의 물난리(?) 이후로는 일을 마치고 귀가하자마자 앞뜰과 뒤뜰에 호스로 물을 주기 시작했다. 스프링클러로 작동할 때는 물이 넘쳐 흐른 곳도 있고 미치지 못한 곳도 있어 잔디가 누렇게 변하기도 했던 것이 직접 뿌리니 식물 크기에 따라, 면적에 따라 골고루 적당히 물을 줄 수가 있어 오히려 물절약을 할 수 있었다.

게다가 매주 정원사들에 맡겨 놓고 무관심했던 꽃과 나무들에 물을 주며 하나하나 인사를 나눌 수 있게 됐고 문득 어릴 적 물장난 치던 추억이 떠오르기도 해 입꼬리가 올라가기도 한다. 또 물 뿌리며 저녁놀이 지는 하늘도 올려보다 보니 하루 종일 컴퓨터와 스마트폰으로 지친 눈과 목이 힐링되는 상쾌함도 맛볼 수 있게 됐다.

때론 전자 타이머로 제어되는 스프링클러를 작동시키면 편하고 시간도 절약할 수 있겠지만 이렇게 직접 물 뿌리면서 이전에는 미처 몰랐던 소소한 기쁨과 여유를 누릴 수 있게 된 이상 우리집에서 작고 푸른 정원이 사라지지 않을 듯 싶다.

역시 디지털이 주는 편안함보다 아날로그가 주는 감성에 더 끌리는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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