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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에어] 로봇이 기사를 쓰는 시대

부소현/JTBC LA특파원·차장

'kt는 16일 열린 2015년 프로야구 롯데와의 홈 경기에서 1-10점으로 크게 패하며 홈 팬들을 실망시켰다. (중략) 한편 오늘 롯데에 패한 kt는 6연패를 기록하며 수렁에 빠졌다.' 지난달 16일에 열린 프로야구 경기 기사다. 경기 내용을 일목요연하게 잘 정리해 써 놓았는데 기자 이름은 빠져 있다.

다음은 지난달 19일 LA 타임스에 게재된 지진 관련 기사. '미국 지질 조사소에 따르면 화요일 오전에 캘리포니아의 로스바노스에서 27마일 떨어진 지점에서 규모 4.0의 약진이 관찰됐다.' 이 기사 역시 기자 이름을 찾을 수 없다.

두 기사는 모두 로봇 기자가 작성한 것이다. 미국에서는 이미 로봇 기자가 지진 기사를 상업용도로 공급하는 수준에 이르렀고, 한국에서는 이준환 서울대학교 언론정보학과 교수 연구팀이 로봇저널리즘 서비스를 통해 기사를 생산 중이다.

로봇 기자는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정리해 그 중 가장 뉴스가치가 있는 아이템을 골라 리드를 잡아 기사를 쓴다. 머지않아 사람 기자는 사라지게 될까?



지난 주말 포모나에서 '다르파 로보틱스 챌린지(DRC)' 대회가 열렸다. DRC는 이른바 '재난 로봇 올림픽'으로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계기로 미 국방부 산하기관이 인간을 대신해 극한의 재난 현장에 들어가 작업할 수 있는 로봇을 개발하자는 취지에서 만들었다. 참가 로봇들은 운전, 밸브 잠그기, 벽 뚫기, 장애물 돌파, 계단 오르기 등 8단계의 임무를 1시간 안에 완수해야 한다.

이번 대회에 한국에서는 카이스트, 서울대, 로봇 제작업체인 로보티스 등 3팀이 참가했다.

2013년부터 치러진 예선을 거쳐 본선에 오른 팀은 한국을 포함해 미국, 일본, 독일 등 6개국 24개팀으로 모두 실력이 쟁쟁했다. 이런 팀들을 제치고 카이스트가 1위를 차지했다.

카이스트는 인간형 로봇인 '휴보2'로 미국 연구팀을 꺾고 정상을 차지하는 영광을 안았다. 한국 연구진이 뛰어난 역량을 과시하며 전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한 것이다.

세계적으로 로봇산업은 일본과 미국이 이끌고 있다. 사실 한국과 독일 등은 그 뒤를 추격하고 있다. 때문에 이번 대회가 비록 재난구조라는 특정 주제에 국한됐지만 한국 연구팀의 우승은 앞으로 얼마든지 로봇 선진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경기 내내 한국팀의 로봇을 향해 뜨거운 응원을 보냈다. 아직 서툴지만 하나하나 임무를 수행해 나가는 모습은 손에 땀을 쥐게 할 정도로 흥미진진했다.

로봇이 쓰러지기라도 하면 행여 굴욕스럽지 않을까 마음이 쓰이고 실수를 하면 안타까웠다. 인간의 모습을 닮아 있는 로봇에게 묘한 '감정'을 느꼈다.

산업계에서는 머지않아 '1인 1 로봇 시대'가 올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특히 고령화 시대를 맞아 서비스 로봇 수요가 엄청나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대회 우승을 계기로 한국에서도 로봇산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정부와 기업이 첨단로봇 개발을 위한 투자에 적극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미 로봇산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미국과 일본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로봇이 외로운 노인들을 돌보고, 인간을 재난에서 구해주는 시대, 로봇이 영웅 대접을 받는 날이 곧 올 것으로 보인다.

기자들이 로봇 기자들과 실력을 겨룰 날도 머지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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