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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 로그인] 마스크는 챙겼니?

최주미/조인스아메리카 차장

새벽에 울리는 카카오톡 메시지가 그녀의 기상 알람이 된 것은 꽤 오래 전부터다. 덜 깬 잠에 집어든 셀폰 화면에는 줄줄이 엮여 한창 올라오는 메시지 풍선으로 가득하다. 새벽 다섯시, 서울은 밤 아홉시-하루 일 끝낸 친구들이 한창 모여들 시간이다.

초등학교 동창들이 모이는 카톡방은 거의 보름째 중동호흡기증후군 메르스 얘기로 흉흉하다. 하필 평택 시댁으로 내려가 사는 동창이 있어 진작부터 친구들 걱정이 늘어졌다.

"오늘 평택에 새로 환자가 나왔다는 뉴스가 뜨더라고. 거긴 끝난 줄 알았는데."

"덥다고 귀찮아 하지 말고 외출할 때 마스크 꼭 써라 다들!"



엊그제는 컴퓨터 화상 채팅으로 한국의 어머니와 안부를 주고 받았다. 전화로는 "괜찮다, 잘 있다"만 반복하는 어머니 건강이 어떤지 눈으로 확인해야겠어서 마침 들렀다는 조카에게 화상 채팅을 연결해 달라고 했다.

화면 속의 어머니 얼굴은 또렷하진 않지만 표정이 밝아 안심이 됐다. 딸과 마주보며 이야기를 나눈다는 것이 신기해 묻는 말에 '그래 그래' 대답만 하던 어머니는 엊그제 모임도 취소되었다, 요즘엔 마트에도 안가고 배달만 시킨다는 소소한 일상을 풀어내다가 방에서 뭔가를 들고 나왔다.

"얼마 전에 산 찜질기인데, 요즘 아주 이것 덕을 제대로 봐. 장마 들기 전에 하나 사둬라, 네가 허리 안 좋잖아."

어머니는 앞에 보이는 딸이 미국 산다는 걸 순간 잊은 듯했지만 차라리 좋았다. 어머니의 '행복한 착각'이 오히려 감사했다. 흔쾌히 대답했다. "그렇게 좋아요? 나도 사야겠네…."

모두 모여 앉아 결국 스마트폰으로 대화를 나누는, 지금은 '모두가 혼자'인 시대다. 네트워크와 기술의 발달은 유익을 안겨주는 대신 인간 삶의 형태부터 바꿔치며 리셋하고 있다.

그 결과 물리적 공간의 의미나 가치는 이제 무용해졌다. 옆에 앉은 동료와 서울 사는 친구 모두 어차피 메신저 대화 상대인 것은 똑같다. 지금 머무는 공간의 좌표가 아니라 상대와 연결된 현재 그 시간이 내가 존재하는 진짜 공간인 시대다.

즉시로, 항시로 연결되어 있다보니 사소하고 자잘한 일상의 경험을 공유하면서 촘촘한 관계의 조건이 충족된다. '너무 멀리' 떨어져 살기에 늘 목마르고 애틋하기만 했던 부모형제에 대한 울컥함도 공간감과 거리감을 잊으니 잦아들어 편안하다. 끊어져 아쉬웠던 옛 친구들과의 살뜰한 우정도 매일 나누는 카톡 대화 덕분에 새록새록 채워진다.언제든 돌아갈 고향과 추억이 온라인의 마법의 튜브에 접속하면 손에 잡히니 타국살이의 시름도 잠시 피할 지붕을 얻은 셈이다. 고마운 일이다.

하지만 이따금, 고국의 동생이 블로그에 올린 사진과 영상을 보고 카톡으로 이야기를 나누며 한국 소식을 주고 받다가 집 밖에 나서면 주변은 몹시 낯설기만 하고 그녀는 새로운 고립감에 상심한다. 한국은 일찍 찾아온 폭염에 헉헉댄다고 떠들지만 여기는 문 밖에 나서면 상큼한 봄바람이 한줄기, 미망을 깨우듯 지나가는 것이다. 순간 아뜩하다.

외출한다는 아이에게 그녀가 반사적으로 묻는다.

"마스크는 챙겼니?"

멀뚱히 바라보는 아이의 표정을 대하며 순간 아차싶다. 여긴 메르스 없는 미국이잖아!

온라인 덕분인지 때문인지, 이제는 내 몸이 아니라 내 생각이 어디에 연결되어 있느냐에 따라 영혼의 거주지가 결정되는 시절까지 와버린 지금, 당신은 과연 어디에 머물고 있는가.
우리는 진정 어디에 머물고 싶은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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