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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포커스] 봉사는 뒷전, 싸움만 일삼는 단체들

김동필/선임기자

지난 4월 9일 뉴욕 맨해튼의 그랜드 하얏트 호텔은 중국계 인사들로 북적였다. 이날 열린 '100인회(Committee of 100)'의 창립 25주년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전국의 유명 인사들이 대거 모인 것이다.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을 비롯해 미국 정·재계 인사들도 모습을 보였다. 기금 모금도 겸한 행사이다 보니 골드만삭스, 웰스파고, 월마트, 티파니 등 유명 기업들도 스폰서로 참여했다.

'100인회'는 1990년에 만들어진 미국 내 중국계 단체다. 1989년 중국의 천안문 사태로 중국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뜻 있는 중국계 인사들이 커뮤니티의 목소리를 단일화 할 필요성을 느낀 것이 계기였다. 원로 건축가인 이오밍 페이, 유명 첼리스트 요요마 등 각계 인사들이 창립 멤버로 모였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그날 뉴욕타임스에는 낯 부끄러운 기사 하나가 실렸다. '뉴욕한인회관 침입 사건'이다. 한인회장 선거 과정에서 갈등이 빚어졌고 한 후보측이 밤중에 열쇠수리공까지 불러 한인회관 사무실 문을 강제로 뜯고 들어갔다는 내용이었다. 봉사단체의 회장을 서로 하겠다고 전쟁하듯 다투는 모습이 기사를 쓴 기자의 눈에는 참 희한하게 보였던 모양이다. 신고를 접수한 수사기관 관계자도 황당해 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뉴욕한인회관은 '100인회' 행사가 열린 장소와 멀지 않은 거리에 있다.

한인들은 이민사회의 모범생으로 불린다. 근면과 성실, 높은 교육열 등으로 짧은 이민역사에도 급성장을 이뤄냈다. 그런데 칭찬에 너무 취한 탓일까. 요즘 일부 한인단체들이 벌이는 행태를 보면 모범생이 아니라 완전 낙제생 수준이다. 내분이 무슨 유행병처럼 번지고 있고 소송과 고발이 줄을 잇는다. 뉴욕한인회 외에 미주한인회총연합회라는 단체도 둘로 쪼개져 서로 '네 탓' 타령만 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문제단체'로 찍혀 한국정부의 지원금도 중단될 상황이다. 스스로 밥그릇을 깬 꼴이다. 그뿐이 아니다. LA의 한인회관 건물을 관리하는 동포재단은 수 년째 이어진 내분으로 식물단체로 전락했고, LA축제재단도 전·현직 임원들간에 진흙탕 싸움이 벌어졌다.



내분과 갈등은 과거에도 있었다. 그런데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게 문제다. 최근의 사태들도 원인을 보면 불투명한 회계 관리, 공금유용 의혹, 정관 미준수 등으로 요약된다. 물론 이는 어디까지나 명분용이고 이면에 다른 이유가 있을 가능성도 있지만 적어도 표면상으로는 그렇다. 분란의 단골 메뉴들이다. 그동안 많은 전례가 있었지만 결국 한 발짝도 앞으로 나가지 못했다는 얘기다. 결국 단체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구성원들에 문제가 있다는 결론에 도달할 수밖에 없다. 한인사회는 성장하는데 단체를 이끄는 사람들이 이를 제대로 담아낼 수 있는 역량을 갖추지 못했다는 생각이다.

자기반성과 성찰이 필요한 시점이다. '한인사회 봉사'를 말로만 할 것이 아니라 구성원 각자가 '내가 왜 단체활동을 하고 있는가' 곰곰이 생각해 보라는 의미다. 고민 후에도 '봉사'라는 결론에 도달한다면 남고, 다른 이유가 있다면 미련없이 자리를 넘겨줘야 한다. 이번 사태들도 어설픈 봉합보다는 차라리 끝장을 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도 이런 이유다. 오염된 호수는 정수기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것이 미래의 또 다른 분란을 막는 길이다.

나는 한인단체 무용론에는 반대하는 입장이다. 표방하고 있는 것들이 한인사회에 필요한 일들이기 때문이다. 단체가 사라진다면 누군가는 대신해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마땅한 대안을 찾기 어렵다. 그러나 지금의 모습이라면 득보다는 폐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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