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오픈 업] 왜 내 이야기를 신문에 썼나요?

수잔 정/소아정신과 전문의

20여년 전의 일이지만 지금도 신문에 글을 실을 때마다 떠오르는 일이 있다. 당시 독신이었던 내 친구에게 멋진 남성으로부터 결혼 신청이 들어왔다. 금방 대답을 못한 채 그녀는 내 의견을 물었다. 친구는 45살이었는데 그 남자는 40밖에 안됐었다.

그 남자는 이런 사실을 알고 있지만 별로 상관하지 않는다고 했다. 친구는 나이 차이 때문에 사랑이 빨리 식어버리지는 않을지, 주위 사람들이 이상하게 보지는 않을지 걱정된다고 했다. 25년 전이라 지금처럼 연상의 신부와의 결혼이 흔하지 않던 시절이었다.

나는 친구의 이야기를 칼럼에 써도 좋다는 허락을 받고서 이 사례를 문화의 차이와 두뇌의 여러 기능을 설명하는데 사용하기로 했다. 우선 주위 사람들의 시선과 관련해 이렇게 답을 해주었다. 동양문화에서는 가족.동창.친구 등으로 구성된 '집단자아'가 중요하다. 집단의 의견이 나 혼자만의 생각보다 우선된다. 그들에게 인정받는 것이 중요하다. 반면 미국에서는 나의 독립성, 나의 의견, 나의 자아가 중요하다. 그리고 이를 행사할 수 있어야 성숙한 성인이 됐다고 인정해 준다. 연하 남자의 사랑의 대상이 자신에게 중요했던 어머니를 연상시키는 연상의 여인이었다면 결혼의 조건으로 충분하리라. 게다가 여성은 남성보다 7~8세를 더 오래 살지 않는가.

그 다음 '싫증이 날까봐'라는 염려다. 나이가 많거나 적거나 두 남녀의 사랑은 결혼 후 몇 달, 길어야 3년 이내에 식기 마련이다. 처음에 둘의 눈이 맞는 시간이 3초임을 감안한다면 별로 놀랄 일도 아니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조언했다. 사랑은 감정이다. 감정은 쉽게 변할 수 있다. 그래서 이성적으로 계약을 맺는 결혼제도가 만들어진 것 아닌가. 두 남녀가 서로의 인격을 존중하고 함께 발전해 나가면서약속을 지켜간다면 사랑은 다시 불타오를 수도 있으리라.



칼럼이 나간 다음날 신문사에서 전화가 왔다. 5명의 독자들이 왜 자신들의 이야기를 신문에 냈냐며 분개했다는 것이다.

그 여성들도 내 친구와 비슷한 고민을 가지고 있었다면, 그 문제를 해결하는 전문가의 의견에 귀 기울이며 참고로 삼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분들의 유일한 관심은 누가 나의 이야기를 퍼뜨려서 세상에 알려졌다는 자기 중심적 감정에 휩싸였던 것 같다.

의사나 상담가들이 실제 환자나 인물을 예로 들 때는 절대로 신분이 드러나지 않도록 이름.성별.직업 등을 모두 바꾼다. 게다가 최근에는 법으로까지 제정돼 어겼다가는 범죄자가 된다. 그때 내가 실망한 것은 전문인에 대한 그들의 불신뿐만 아니라 자신이 처한 문제 해결의 방법을 배우려는 자세가 전혀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수많은 민족이 모여 살면서 다양한 문화를 경험하다 보면 가끔은 벽에 부딪치며 갈등을 경험하는 것이 이민 생활이다. 그런 사람들에게 본인의 생각과는 또 다른 길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그러면서 행복을 추구하도록 격려하는 것이 정신과 의사의 일이다.

한국전쟁 후의 잿더미 위에서 머리를 산발하고 울부짖던 정신분열증 환자들은 이제 찾아보기 어렵다. 현대의 항정신의약품 덕에 이들은 떳떳한 시민으로 살고 있다. 청량리 정신병원은 더 이상 현재가 아니고 정신과 치료는 많은 발전을 이루었다. 이제 우리 한인 이민자들도 자녀들이나 지역 사회에서 일어나는 정신적인 갈등에 대해 이해하고 도와주려는 자세를 가져야 할 때가 됐다.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