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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회사 산책] 표절과 신화 만들기

옥성득 교수/ UCLA한국기독교학

표절 사태로 갈등이 심하다. 부인하는 저자와 출판사나 침묵하는 문인들로 인해 논쟁이 확산된다. 표절 공화국에서 암묵적 카르텔은 기독교계에도 그물망을 형성하고 있다. 설교나 목회학박사 논문 표절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최근 신학교의 교과서, 주석서, 우수도서들이 영어 책을 상당 부분 표절한 것으로 드러났으나 신학교는 침묵뿐이다. 열악한 출판 생태계에도 불구하고 표절을 깔고 생존하는 출판사와 저자의 공생관계는 이번 기회에 정리되어야 한다. "표절하지 않은 자가 돌로 치라"는 말을 하려면 그런 말을 할 윤리와 권위가 있어야 한다.

표절과 더불어 심각한 문제는 상상적 허구를 역사적 사실로 만드는 작업이다. 두 가지 예만 보자. 첫째, '언더우드의 기도'로, 원문은 정연희의 소설 '양화진(1992)'에 나오는 "뵈지 않는 조선의 마음"이다. 그런데 지난 20년간 언더우드가 한국에 처음 왔을 때 드린 기도로 수없이 인용되고 노래로 불러지고 동영상에 등장했다. 메마르고 가난한 땅, 나무 한 그루 없는 조선의 이미지는 사실 1885년 4월 아펜젤러가 부산에 처음 도착했을 때 쓴 글에 나온다. 한국을 잘 모르던 개척 선교사의 오리엔탈리즘을 무비판적으로 옮긴 작가, 인용한 설교자, 퍼나른 네티즌의 역사의식 부재가 거대한 신화를 만들었다.

둘째, 내한 1년 만에 병사한 루비 켄드릭 양은 "내게 천 개의 심장이 있다면 그 모두를 한국에 바치겠다"는 묘비명의 주인공이다. 1908년 죽기 전 그녀는 텍사스 엡웟청년회에 후임자를 파송해 줄 것을 부탁하는 편지를 보냈다. 그런데 모 장로가 쓴 책에는 그녀의 편지를 인용하면서 여러 초신자와 두 선교사가 순교했고, 선교부의 철수 명령에도 불구하고 순교를 각오하고 활동하는 지하교회가 있으며, 그녀는 순교했다고 썼다. 그러나 그런 편지는 없었고 내용도 허구다. 1907년 대부흥이 일어나 교회가 흥왕하는데 어찌 핍박과 순교가 있었겠는가.

은혜가 되면 허구라도 조작하는 사이비 사가, 이를 수용하는 불성실한 학자와 설교자, 감동을 받고 싶은 독자가 있는 한 역사 왜곡은 계속된다. 그러면서 어찌 일본이나 중국의 역사 왜곡에 항의하랴. 오려붙이는 'ctrl+V'를 누르는 손가락을 잘라 버리지 않는 한, 허구를 퍼 나르는 '쥐(마우스)'를 죽이지 않는 한, 표절과 왜곡의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고열에 시달리는 한국교회여, 결단코 천국에 들어가지 못하리라.



sungoak@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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