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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20/20] 운전면허보다 쉬운 총기허가증

김완신/논설실장

총기에 의한 대형참사가 또 발생했다. 지난 17일 사우스캐롤라이나 찰스턴에서 21세 백인 청년 딜란 루프가 이매뉴얼 흑인교회 지하 예배실에서 총을 난사해 9명이 사망했다. 범행동기는 백인우월주의에 서 시작된 인종혐오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사건 직후기자회견을 갖고 인종갈등 문제에 앞서 총기사고의 참극을 강조했다. 오바마는 "총기를 쉽게 구할 수 있어 다수의 무고한 희생을 가져오는 참사가 계속 발생한다"며 "선진국 중에서 이렇게 총기사건이 빈번한 나라는 없다"고 한탄했다.

최근까지도 총기난사는 자주 발생했다. 2012년 12월 코네티컷 뉴타운 샌디훅 초등학교에서는 젊은 남성이 총을 휘둘러 어린 학생을 포함해 28명을 무참히 살해했다. 2013년에는 워싱턴DC 해군기지에서도 총기난사로 13명이 목숨을 잃었다.

총기범죄의 동기는 인종갈등, 직장불만, 정신병력, 가족불화 등 다양하다. 그러나 동기가 달라도 참사의 궁극적인 수단과 방법은 총기로 귀착된다. 총기사건이 터질 때마다 규제의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그때 뿐이다. 샌디훅 참사 때 오바마 대통령은 "의미있는 행동을 취할 것"이라며 총기규제를 추진했지만 의회의 반대로 무산됐다.



미국은 총기소유 권리를 헌법에 명문화하고 있고 이를 지지하는 국민도 많다. 총기소유를 옹호하는 전국총기협회(NRA)는 연방의회에 최강의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박빙이었던 2000년 대선에서도 총기협회가 주동이 되어 공화당 부시에게 몰표를 주어 고어의 낙선에 일조를 했다.

전세계적으로 총기보유율은 미국이 1위이고 선진국 중에서는 스위스가 3위에 올라 있다. 그러나 유엔마약범죄사무소(UNODC)의 2012년 통계에 따르면 스위스의 인구 10만명 당 피살자 수는 0.6명으로 미국(4.7명)의 8분의 1 정도다. 총기가 많이 보급된 스위스의 피살자가 적은 것은 총기소유 자격을 엄격히 심사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총기는 개인 신변보호가 아닌 국가안보에 사용돼야 한다는 스위스 국민의 인식도 미국과는 차이가 있다.

미국에서 총기를 구입하려면 연방 알코올.담배.무기 담당국(ATF)의 양식을 작성하고 'NICS'라는 신원조회 과정을 거친다. ATF양식에는 이름, 주소, 출생지, 인종, 시민권 번호 등을 게재한다. 이후 신원조회 과정에서 범죄, 가정폭력, 마약복용, 정신병력 등을 조사받는다. 그러나 수박 겉핥기식의 조사여서 FBI통계를 보면 지난 10년간 총 1억건의 조회 중 거부된 것은 70만건에 불과해 거부율은 1%가 안 된다. 가주 운전면허시험 불합격률이 약 50%인 것과 비교하면 운전면허 취득보다 총기허가 받기가 더 쉽다.

이보다 심각한 문제는 신원조회를 통과한 사람들이 총기를 구입한 후 이를 타인에게 선물하거나 판매하는 경우다. 미국내 10개주와 워싱턴DC는 개인간의 판매에도 신원조회를 하지만 나머지 40개 주에서는 양도나 선물에 제약이 없다. 찰스턴 총격사건의 딜란 루프 경우도 범죄에 사용된 총을 21살 생일 선물로 아버지로부터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루프는 지난 2월 마약을 소지한 혐의로 컬럼비아몰에 접근금지 명령을 받았지만 4월에 다시 쇼핑몰 주차장에 나타나 체포된 전과도 있다. 더욱이 그의 페이스북에는 인종주의 심볼까지 내걸려 있었다.

미국에서 총기소유를 완벽하게 금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총기는 미국민에게 일종의 역사이면서 문화다. 독립을 성취한 민병대의 자랑스러운 전통이기도 하고, 개인의 자유와 기본권을 지키는 상징이기도 하다.

총기소유의 전면적인 불허는 어렵겠지만 철저한 규제는 필요하다.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의 언급처럼 최소한 '분노하는 사람들'의 손에 총이 주어져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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