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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종교인들의 항의 태도 2가지

장열/문화특집부·종교담당

마음은 선용할수록 밝아진다. 악용하면 빛이 바래는 게 또한 마음이다. 원불교는 마음 사용을 중시한다. 이를 '용심법(用心法)'이라 하여 마음을 학습한다.

원불교는 한국의 4대 종교다. 올해로 개교 100년, 미주 교화는 40년을 맞았다.

얼마 전 설법을 위해 미국을 방문한 이선종 교무(은덕문화원 원장)를 만났다. 그는 원불교의 상징적 인물이다. '사회를 빛낸 사람 100인'에 선정(2005년)된 바 있고, 여성 최초로 원불교 교구장(2007년)을 맡았다.

문득 예전에 원불교도로부터 항의를 받은 기억이 떠올랐다.



지난 2013년 본지 종교 면에는 원망, 불평, 교만의 줄임말(원.불.교) 표현이 들어간 한 개신교 목회자의 칼럼을 실은 적이 있다. 내용은 원불교와 무관했지만 특정 종교에 대한 비하라는 원불교 측 항의에 즉시 사과문을 냈었다.

그동안 수많은 항의를 받아봤지만 유독 그때가 생각나는 건 원불교도들의 점잖고 예의를 지키는 태도 때문이었다. 감정을 앞세운 여느 항의와 달랐던 건 그들이 '마음'을 공부하기 때문일까.

이선종 교무에게 대뜸 "원불교는 어떤 종교냐"고 물었다. 그는 한마디를 툭 던졌다.

"다 빈 게 다 갖춰진 것이지요. 진정 빈 상태는 아무것도 없는 진공, 그건 즉 본질적으로 가득 찬 마음으로 원불교는 비움을 추구하는 종교입니다. 그 과정을 수행이라 하지요."

대화는 이내 '마음 관리'로 귀결됐다. 그는 물질 문명은 발전했지만 그것을 사용하는 인간의 마음은 퇴보했음을 꼬집었다. 가시적인 것을 중시하고, 비가시적인 것을 소홀히 여기는 인간의 마음을 질타한 것이다.

"우리는 매일 세면을 하지요. 육신과 물질 등 보이는 건 열심히 관리하는데 보이지 않는 '마음'은 관리를 잘 안 하지 않습니까."

그는 마음 관리를 위해 종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종교는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의 매개가 되고 이를 함께 볼 수 있도록 깨우침을 전하기 때문이다. 이는 종교적 신념을 떠나 누구나 한번쯤 깊이 고찰해 볼 일이다.

원불교의 교리는 '생활 종교, 실천 종교'를 추구한다. 믿음과 수행을 두고 경중을 재지 않는다. 믿음 속에 수행이, 수행 속에 믿음이 동시에 작용해서다. 두 가치는 '하나' 안에서 동전의 양면처럼 존재한다.

종교 이슈는 늘 민감하고 예민하다. 이성만으로 신념의 영역을, 이상을 품는 종교를 실존의 관점으로 소화하는 건 한계가 있다.

상반기 한인 교계는 유독 사건이 많았다. 미국장로교단(PCUSA)과 한인교회의 재산권 분쟁, 한 교회가 언론사를 상대로 수백만 달러를 소송한 사건, 한 저작권 회사가 교회에 찬양 저작권료 요구 공문을 보낸 일 등 각종 논란을 보도했다.

종교는 워낙 특정 영역이라 기사에 대한 다양한 견해는 이해가 된다. 다만, 기본적인 예의나 상식을 벗어난 항의는 기독교인이 맞나 싶을 정도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게 한다.

본래 기독교는 '믿음'에 역점을 두지만, 마음을 관리하지 않으면 좋은 믿음은 허상이다.

종교인에게는 항의도 미덕이 담겨야 한다. 그건 결국 마음 관리에 달려있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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