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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 In] '시니어 평통'의 잡음 되풀이

정구현/사회부 차장

또 진흙탕이다. 22일 공식 확정된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LA지역협의회 17기 인선 과정은 '역시나'였다. 민주와 평화와 통일이라는 반듯한 단어들이 비방과 투서로 다시 혼탁해졌다. 자문위원을 새로 뽑는 2년 주기마다 반복되는 '평통 되돌이표'다.

당초 17기 평통 인선과정은 잡음이 덜할 것이라는 일말의 기대가 있었다. 이전까지는 한인회 등 각 단체별로 자문위원 후보들을 추천해 LA총영사관에 전달했다. 이 과정에서 어떤 인물들이 자문위원 후보자에 포함됐는지 대략적인 윤곽이 외부로 새어나가는 바람에 '그런 형편없는 인간이 어떻게 평통 위원이 되느냐'는 비방이 쏟아졌다.

그런 부작용을 막고 개인 정보를 보호하기 위해 이번엔 총영사관이 직접 추천서를 받았다. 단체별로 추천하는 중간과정을 없앴기 때문에 최종 발표 전까지 위원 명단의 보안 유지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꿈이 컸다. 회장 후보들에 대한 투서가 어김없이 난무했다.

17기 LA평통 회장 경쟁은 8명의 후보가 심사에 올라 전례 없이 치열했다. 평통 관계자에 따르면 거의 회장 임명이 확실시됐던 후보가 투서에 맞아 낙마했다고 한다. 그래서였는지 몰라도 박근혜 대통령의 최종 낙점을 받은 임태랑(74) 신임 LA평통회장은 기자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어부지리하는 사람도 있게 마련"이라고 했다.



임명되고, 낙마하고, 투서한 사람들은 다들 삶이 제각각이지만 한가지 공통점이 있다. 대개 일흔이 넘은 어르신들이라는 점이다. 물론, 인생 경험이 녹아있는 고견을 내는 것은 한인 커뮤니티 어른의 특권이자 의무다. "한인사회를 위해 절대 회장이 되지 말아야 할 사람"이라는 주장도 백번 옳을 수 있다. 그런데 투서라는 수단은 이제 그만 접어도 되지 않을까 싶다.

70세는 '종심(從心)'이라고도 한다. '마음이 하고자 하는 대로 해도 법도를 넘어서거나 어긋나지 않았다'는 공자의 말에서 유래했단다. 마음이 하고자 하는 대로 하는 투서전은 젊은 세대들로 하여금 평통에 등을 돌리게 했다. 지난 통계를 들춰보면 한눈에 알 수 있다. 13기부터 17기까지 8년간 LA평통은 세대교체에 실패했다. 40세 미만 젊은 위원수가 13기 38명에서 14기 27명, 15기 26명으로 줄어 들더니 16기(8명)와 17기(6명)에선 한자릿수로 급락했다.

이런 추세라면 LA평통은 머지않아 '시니어 평통'이 되고 만다. 어쩌면 이미 그렇게 됐는지도 모른다. 많은 한인들은 평통회장에 누가 됐는지 알려 하지 않고, 관심도 없다. 한 친구는 평통에 대해 "어르신들끼리 모여 '언제쯤 통일이 되나' 담소하는 단체"라고 했다.

본래 평통 위원의 역할은 막중하다. 지난달 20일 LA를 찾은 박찬봉 민주평통사무처장은 "해외 동포사회 통일역량을 결집하고, 한반도 통일 여론 조성에 적극 기여해 국제 사회의 지지와 협력을 확보하는 공공외교관"이라고 했다. 통일이라는 거대 담론에 매일 생각과 행동의 주파수를 맞추고 살아야 한다는 뜻이다.

임 신임회장은 "마지막 봉사의 기회"라면서 "대한민국의 대북정책을 한 사람 한 사람 만나 열심히 알리겠다"고 했다. 대립각을 세우는 강한 성격이라는 지적에는 "소이부답(웃을 뿐 답하지 않는다)"의 네 글자로 반대 의견을 포용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어쩌면 좋은가. 임 회장이 그저 웃어 넘기기는 어려울 듯하다. 24일 오전 편집국에 보수진영의 어르신들이 전화를 걸어왔다. "임 신임회장 임명은 결코 용납할 수 없다"고 했다. 에둘러 표현하자면 임 신임회장의 사상에 '붉은색'이 의심된다고 했다.

25일에는 한인타운내 식당에서 임 회장 반대 기자회견까지 열었다. 나온 말들은 아무리 포장을 잘한다 해도 비방 혹은 잡음으로 들렸다. 또 진흙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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