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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향계] 박 대통령, 인상부터 펴시라

이종호/논설위원

# 관상은 타고 난다. 쉽게 바뀌지 않는다. 반면 인상은 후천적이다. 스스로의 노력에 의해 얼마든지 바꿀 수가 있다. 나이 40이 넘으면 자신의 얼굴에 책임을 져야한다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

관상하면 떠오르는 동화 같은 이야기가 있다. 어렸을 때 어머니에게 들은 이야기다. 옛날 노스님이 어느 집 앞에서 탁발을 하고 있었다. 빈궁한 살림의 젊은 아낙은 쌀이 없어 미안해하면서 보리쌀을 한 움큼 퍼 주었다. 대여섯 살 된 아이가 곁에 있었다. 스님은 감사의 합장을 하면서 얼핏 아이 얼굴을 보았다. 열 살을 넘기지 못할 상이었다. 스님의 근심어린 표정을 아낙은 놓치지 않았다. "우리 애 관상이 안 좋은가 보네요. 어떻게 해야 하나요?" 스님은 별다른 대답은 않고 "적덕을 해야지!" 하는 말만 남기고 돌아섰다.

아낙은 '적떡'이 무슨 떡인지 몰라 고민했다. 그래도 아무 떡이든 해야겠다고 작정하고 개울 건너 아무개 집에 가서 쌀 한 되만 꾸어오라고 아이에게 심부름을 시켰다. 이튿날 스님이 다시 그 집 앞을 지나게 됐는데 아이의 관상이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놀라서 물었다. "얘야 어제 무슨 일이 있었느냐?" "엄마 심부름 가는데 개울가 물웅덩이에 작은 물고기가 바글바글하지 뭐예요. 그냥 두면 다 말라 죽을 것 같아 물길을 터 살려줬어요. 그러느라 심부름도 못하고…." 스님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아이 엄마에게 말했다. "아이가 확실한 적덕(積德)을 했네요. 크게 될 상입니다. 잘 키워보세요." 노스님 말대로 아이는 자라서 훗날 큰 인물이 되었다 더라는 이야기다.

# 나는 관상은 볼 줄 모른다. 하지만 사회생활을 오래 하다 보니 인상은 좀 볼 줄 알게 됐다. 얼굴만 보면 그가 대충 어떤 사람인지 안다. 그게 별로 틀리지 않는다는 것이 놀라울 정도다.



요즘 한국 뉴스 보기가 많이 힘이 든다. 메르스 때문이다. 끊임없이 싸우는 정치판 탓이기도 하다. 또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인상 때문이다. 그는 '독재자의 딸'이라는 굴레를 지고 있었다. 그럼에도 다수가 그를 대통령으로 선택했을 때는 기대한 것이 있었다. 여성다운 따뜻함이다. 어머니 같은 자상함이다. 모진 풍파 겪어본 사람만이 아는 어려운 처지의 사람들에 대한 동병상련의 긍휼함이다. 후보 시절 그의 인상은 충분히 그런 기대를 갖게 했다. 그런데 지금은 아니다. 표정은 굳어있고 어쩌다 웃는 웃음도 억지스럽다. 입술이나 눈매엔 결기 아닌 오기만 보인다. 그 자리가 그렇게 괴로울까?

이해는 간다. 사사건건 발목 잡는 야당 뜻대로 움직여주지 않는 여당 세월호다 메르스다 잇따라 터져나오는 악재에 속이 속이 아닐 것이다. 그렇다고 세상 모든 대통령이 다 그렇게 찌푸리지 않는다. 오바마 대통령 머리 아픈 일 결코 덜하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그의 얼굴은 늘 밝다. 자신감이 있다. 대화와 설득 열정과 용기로 반대자들조차 미워할 수 없게 만든다. 나는 그것이 소수자와 약자의 편에 서겠다는 긍휼의 마음에서 비롯됐다고 생각한다.

소통하라 대화하라 큰 정치를 하라. 박 대통령도 수많은 조언을 들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남의 얘기인 양 오불관언 허송세월만 하고 있다. 오히려 왜 나의 진심을 몰라주나 분노하고 억울해하는 것만 같다. 요즘 박 대통령의 얼굴 표정이 그렇다.

인상도 오래되면 관상이 된다. 결국은 운명까지 바꾼다. 그래서 안타까운 마음에 또 한마디 보탠다. 박 대통령 제발 인상부터 좀 펴시라. 보좌관들도 지지율 떨어진다고 걱정하기 전에 표정부터 바꾸시라 조언하길 바란다. 인상만 밝아도 웬만해선 미움받지 않는다.

그전에 명심해야 할 전제가 있다. 인상은 억지로가 아니라 물고기 살려준 아이처럼 적덕을 해야 바뀐다는 사실이다. 적덕은 약한 자 병든 자 배고픈 자 마음 상한 자의 마음을 헤아리는 것에서 출발한다. 적덕은 덕을 쌓는 것이지 날로 먹는 '떡'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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