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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캘리포니아 주민들의 특권

오수연/문화특집부 차장

한국 속담에 '남의 떡이 더 커보인다'는 말이 있다. 미국에도 '울타리 너머 이웃집 잔디가 더 푸르게 보인다'는 비슷한 속담이 있다. 사람 마음은 다 비슷비슷한가 보다. 아무리 맛있는 음식을 먹고 있어도 옆 테이블 음식이 더 먹음직스러워 보이니 말이다.

딱 그런 마음에 놓친 곳이 옐로스톤이다. 옐로스톤은 세계 최초의 국립공원이자 세계적인 관광지다. 그랜드캐년의 세 배가 넘는 지역에 강과 호수, 계곡, 협곡, 기암괴석 등 인간이 절대로 만들어 낼 수 없는 대자연의 경이로움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유타주에 살 때 옐로스톤은 내 떡이고 우리집 잔디였다. 4~5시간만 운전해 가면 닿을 수 있는 곳에 있었다. 언제든지 가볼 수 있는 곳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그때는 남의 집 잔디 같은 말리부 비치가 더 가보고 싶었다. 더 먼 곳에 있기도 했고 어려서도 그랬을 것이다. 그렇게 미루다가 결국 옐로스톤을 가보지 못하고 유타를 떠났다.

이제 옐로스톤은 남의 집 잔디다. 옐로스톤을 가려면 곧장 가도 1000마일은 족히 운전해 가야 한다. 유타주를 경유해 자동차로 갈 경우 가는데만 대략 이틀은 잡아야 한다. 한마디로 선뜻 나서서 갈 수 없는 곳이 돼버렸다. 대신 캘리포니아가 우리 집 잔디가 됐다. 그런데 내 잔디가 되고 나니 그렇게 푸르게 보이던 캘리포니아 바다도 덜 푸르러 보인다. 사람 마음이 참 간사(?)하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지금 살고 있는 이곳이 또 누군가에게는 그리도 동경하는 남의 떡이다. 사실 캘리포니아는 지천이 관광지다. 영국 BBC가 선정한 '죽기 전에 가봐야 할 세계 여행지 톱 50'에 LA에서 4시간 거리에 있는 라스베이거스(7위)가 있고 북쪽으로 4시간만 가면 요세미티 국립공원(23위)이 있다. 좀 더 올라가면 샌프란시스코(36위)다. 그리고 영예의 1위를 차지한 그랜드캐년은 멀지만 그래도 8시간 정도만 운전해 가면 된다. 세계인들이 죽기 전에 가보고 싶은 50곳 중 4곳이 주말여행으로 다녀올 수 있는 곳이라는 얘기다.

캘리포니아 해변 역시 타주에 사는 사람들이 부러워해마지 않는 곳이다. 여행전문업체 트립 어드바이저가 선정한 '전국 베스트 해변 25'에 라호야(6위), 뉴포트(17위), 칼스배드(23위), 크리스털 코브(24위) 등 남가주에서만 4개 비치가 이름을 올렸다. 뮤지엄 분야에서는 게티센터가 전국 2위, 샌디에이고에 USS미드웨이 뮤지엄도 7위에 꼽힌다. 지척에 디즈니랜드(5위), 유니버설스튜디오 할리우드(9위), 샌디에이고 시월드(17위), 식스플래그 매직마운틴(20위) 등 세계적인 테마파크들이 즐비하다.

다~ 우리 집 잔디다. 옆집 잔디와 비교해도 충분히 푸르다. 얼마 전 취재했던 한인 서퍼는 "이렇게 가까운 곳에서 서핑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은 캘리포니아 사람들만이 갖는 특권"이라고 했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많은 특권을 누리고 있다는 얘기다.

올해도 해외 여행 한번 못 가본다며 투덜대고 있었다면 먼저 갖고 있는 것을 제대로 누렸으면 한다. 우리 집 잔디는 푸르고 이번 주말은 독립기념일 연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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