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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 맛에서 '엄마' 느껴요

나파밸리 미슐랭 3스타 '더 레스토랑' 부주방장 된 캐티아나 홍

석 달 만에 백인 가정에 입양
요리하며 정체성 혼란 극복
같은 직장 한인 셰프와 결혼


젖도 안 뗀 석 달배기 딸을 입양 보낸 어머니의 마음을 알 수 있을까. 김치의 맛은 한국의 생모가 미처 전하지 못한 사랑의 맛 같다. 한국 음식을 요리할 땐 생모가 있을 한국을 느끼는 것만 같다.

뉴욕주 업스테이트 클립턴파크에서 백인 부모 아래 자란 한인 입양인 캐티아나 홍(31)씨. 주말이면 20마일을 달려 간 아시안 슈퍼마켓에서 꼭 김치 한 병을 사와야 했던 그녀는 요리에 대한 사랑이 남달랐다. 묵묵히 한국 요리를 하며 사춘기 시절을 보냈던 홍씨는 최근 캘리포니아주 나파밸리 미슐랭 3스타 ‘더 레스토랑’에서 여성으로서 보기 드문 부주방장 자리에 올랐다. 홍씨는 “어릴 적부터 요리를 하다 보니 부주방장이 되길 꿈꿨고, 더 나아가 주방장이 되고 싶다”고 밝혔다.

한인 입양아로서 정체성에 대한 소용돌이를 멈출 수 없었던 사춘기 시절. 어린 소녀 홍씨에게 요리는 삶을 이끌어 주는 지표와도 같았다. 한인들이 주축이 된 업스테이트 입양인들을 위한 비영리단체 ‘무지개’ 캠프에 참가했던 홍씨는 이곳에서 만들었던 한국 만두를 잊을 수 없다. 한국 음식에 대한 관심은 더 커져 갔고 백인 부모와 오빠에게 자신이 태어난 한국의 불고기를 만들어 주는 것은 사춘기 시절 더 없는 즐거움이었다.



홍씨는 고등학교 졸업 후 브롱스에 있는 맨해튼칼리지에 입학했지만 중퇴하고 CIA 요리학교에 입학, 본격적인 요리사의 길로 접어들었다. 그는 “원칙에 엄격하고 주어진 일에 열정적인 성격이 여성으로서는 고될 수 있는 셰프의 길을 걸을 수 있게 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정체성이 혼란스러웠던 어렸을 적 요리에 집중하면 다른 생각이 들지 않아 행복했다”고 덧붙였다.

셰프가 되며 한국과의 인연은 더 깊어갔다. 같은 레스토랑에서 셰프로 일하는 한인 존 홍씨를 만난 것은 인생 최대의 행운 중 행운이었다. 올해 초 그는 남편 존과 함께 웨딩마치를 울렸다. 결혼 후에는 남편과 함께 한국을 방문해 갖가지 음식을 맛보고 연구하는 기회도 가졌다. 지난 31년간 숙제로 남았던 한인으로서의 정체성을 확인하는 시간이었다. 한국에 가서도 생모를 찾을 순 없었지만 "어머니의 맛 같은 김치의 맛이 있었다"고 그는 말했다.

이조은 기자

lee.joeun@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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