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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 로그인] '동성결혼 합법'이 불편한 사람들

[LA중앙일보] 발행 2015/07/06 미주판 9면 기사입력 2015/07/05 18:13

최 주 미/조인스아메리카 차장

그거, 어떻게 생각해? / 어떻게 생각해? / 어떻게 생각하세요?

지난 주 내내 온·오프 가릴 것 없이 사람들은 서로에게 물었다. 어떻게 보세요? 넌지시 묻지만 예외없이 선뜻 대답이 나오지는 않는다. 얼마간의 침묵이 꼴깍 꼴깍 이어진다.

"아직 생각이 정리 되지 않아요." "지금은 모든 판단을 유보한 상태예요." "당분간은 어디에도 속하지 못할 것 같은 기분입니다."

지난 달 26일, 연방대법원에서 동성결혼 합법 결정이 내려졌을 때, 백악관 건물이 무지갯빛 화려한 옷을 갈아입고, 각종 미디어들이 앞다투어 환영 메시지를 내 보내고, 레인보우 깃발을 펄럭이는 수많은 사람들이 거리로 몰려나와 축하를 나눌 때, 그 때 다른 한켠에는 그들의 축제를 '바라보는' 사람들도 있었다.

불현듯 소란한 군중들 사이로 밀려들어 멍한 심정으로 멈춰선 사람들. '아직 잘 모르겠어요'의 우선 멈춤 표지판에 나란히 대기한, 어제까지의 평범한 결혼을 이어온 평범한 사람들이 거기 있었다. 나부터 그런 사람이다.

아직 찬성이나 반대 같은 선명한 의견의 개진은 엄두도 못내는 상태다. 법과 사회가 정한 질서라면 당연히 기꺼이 따를 의지를 가진, 하지만 이제 막 선언된 새로운 룰을 통지받고 비로소 봉투를 열어 읽어봤을 뿐이다.

하지만 같은 줄에 일단 멈춰 '그들의 뉴스'를 동시에 열어본 사람들이라 해도 저마다 어떤 생각으로 달려가고 있을지는 짐작하기 어렵다. 그것은 '결혼'이라는 제도를 나 개인이 어떻게 정의하고 있느냐에 따라 무수히 다른 생각의 변주가 가능한 탓이다. 특별히 지금같은 '결혼 위기' 혹은 '결혼 해체'의 시대에는 더욱 그렇다.

당신이 그동안 생각해 온 결혼이란 무엇이었는가?

남녀의 결합, 자녀를 생산하여 가족을 이루는 기본 단위, 사랑하는 두 사람의 법적인 결합, 긴 인생을 함께 걸어갈 동반자와의 결속, 경제적인 목적의 동거, 가족의 대를 잇기 위한 의무, 사회 정서적 편의를 위한 계약…. 여기에 이미 시작된 결혼 생활을 지속하는 이유는 무엇인가로 한겹 더 들어가게 되면 수억 커플의 수억 가지 결혼만큼이나 결혼의 정의와 의미는 달라질 수 있다.

그러니 각자의 결혼관이라는 거울에 비추어 새로이 편입된 결혼의 형식을 수용하는 방법도, 그 폭과 깊이도 많이 달라질 것이다.

평등과 차별 철폐의 관점에서는 지극히 당연한 귀결이고, 남녀의 결합만이 유일하다는 가치관에서는 납득하기 힘든 결정이다. 사랑하는 두 사람의 법적인 결합이 결혼이라면 온당한 진전이고 남녀가 자녀를 낳고 제 핏줄의 부모로 더불어 가정을 이루는 결혼을 규정한다면 결코 마땅하달 수 없는 결혼이 된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혼이란 사랑하는 남자와 여자가 하나로 결속하여 가족이 되고 자녀를 낳아 가정을 이루는 인생의 한 관문이라고 믿고 살아온 기성 부부들, 아이를 낳아 키워온 부모들, 여기에 한국의 관습과 도덕에 익숙해 있는 한인들에게라면 이 '새로운 형태의 결혼' 선언은 뛰쳐나가 무지개 깃발을 흔들고 축배를 함께 들기에는 아직은 낯선 요구임을 인정해줬으면 좋겠다. 시간과 학습이 필요하다. 현실이다.

"우리 애는 자기 결혼과는 상관 없다고 하니 나도 괜찮아" "젊은애들은 그게 무슨 문제냐고 당연한 일이라고 하네요" "아직 아이들이 어린데 친한 친구에 대해서 우정인지 사랑인지 물어볼 때 뭐라고 답해줄지 그게 염려돼요" "여자나 남자에 대한 자기 정체성을 잃어버리면 어떻게 하죠?"

"내 신앙과 충돌하는 문제라 어떻게 정리해야 할 지 생각해 봐야겠어요" "평등은 당연하고 차별은 절대 없어야 하지만 새로운 결혼을 법적으로 인정하는 것이 사회적인 발전인가에 대해서는 확신 못하겠어요."

무지갯빛 미래 앞에 솔직한 오늘, 지금 우리의 생각들이다. 권리를 찾고 목소리를 높이는 소수들에 비해 다수에게 허용된 시간은 그리 많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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