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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 업] 아이의 '양심'은 어떻게 생겨날까

수잔 정/소아정신과 전문의

병원에 찾아오는 부모들에게 당부하는 말이 있다. 지금 부모가 보고 있는 말썽쟁이 아이는 아직 완성품이 아닌, 초기 단계에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라고.

포유동물의 감정뇌(번연계)는 배고픔, 통증, 그리고 응급시 '도망가거나 싸우는 반응'을 하도록 해서 생존을 가능케 한다. 갓난 아기도 이 원시적인 두뇌 덕분에 살아남게 된다. 아기가 배고프거나, 몸이 아플 때 우는 것은 살기 위한 몸부림이다. 기저귀가 젖어 있어 기분이 나쁘다거나, 아무도 놀아주지 않아 심심할 때 아기는 스트레스를 받는다.

반면 이성적 사고와 학습을 하고, 계획을 세우며, 판단을 하는 두뇌는 머리의 앞부분에 있는 집행뇌(executive brain)이다. 이 뇌는 출생 후부터 서서히 성숙해 간다.

인간은 태어난 첫 해에 가장 많이 두뇌의 성숙이 이루어진다. 머리의 크기도 출생 때보다 3배나 커진다. 엄마를 바라보며 방긋이 웃고, 엄마를 다른 사람과 구별해 내고, 기거나 설 수 있고, 한두 마디 말을 시작하는 행동들은 두뇌의 성숙에 의해 이뤄진 것이다. 그러다가 두살 쯤 돼 조금 더 발달하면 엄마 품에서 벗어나서 세상을 향해 나아간다. 뒤뚱거리며 걸어나가다가 책상 모서리에 부딪치면 아파서 울지만 그때 엄마가 조심하라고 소리지른 '책상'이란 단어를 금방 배운다. 또 지나가던 누나가 '많이 아파?'라며 따뜻하게 안아주면 아이는 아프다는 말의 뜻을 알아낸다.



언어학자 노엄 촘스키는 아이들이 두뇌 안에 언어를 배울 수 있는 능력을 갖고 태어났어도 이처럼 주변과의 사회적 접촉이 없으면 언어 발달이 지연되거나 심한 경우에는 말을 배우지 못한다고 한다.

아이들은 세살 쯤에 대소변 가리기를 배운다. 아이들이 변기에 가서 일을 보려면 두뇌의 충분한 성장이 필요하다. 대개 두 살부터 세살 사이에 훈련이 가능하지만 특히 남자아이의 경우 다섯살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경우도 있다. 집행두뇌(또는 전두엽)에서 직장이나 방광에서 오는 자율신경계의 신호를 알아차리고 변기가 있는 곳으로 가는 길을 기억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빠르게 옷을 벗는 방법도 익혀야 한다. 귀찮기 짝이 없는 이 일들을 아이가 열심히 하려는 이유는 엄마나 아빠의 칭찬을 듣고 싶기 때문이다.

그런데 바로 며칠 전에 엄마가 동생이라는 적(?)을 병원에서 데리고 와서 온 식구가 아기에게만 관심을 쏟고 있다면, 아이는 공연히 심술이 나고 허전해지며 화를 낸다. 감정뇌가 기승을 부리니 그동안 어렵게 배워두었던 것들도 힘을 못쓰고 그만 바지에 실수를 한다. 그리고 아이는 이제 부모가 화를 낼 거라는 것을 알고 있다.

옳고 그른 것을 구별할 줄 아는데도 오줌을 싸버린 것은 아직도 연약한 집행두뇌가 감정뇌에게 졌기 때문이다. 이때 아이의 머리 속에 들어있는 오줌싸면 나쁜 행동이고 엄마에게 야단맞는다라는 믿음이 생겨나는데 이것이 양심이다. '요강 양심(chamber pot conscience)'이란 말도 여기서 생겼다. 다시 말해 세 살 이전의 아이에게서는 양심이라는 고도의 두뇌능력이 아직 발달되지 않았다. 이 미완의 아이를 완성품으로 만드는 것은 부모의 사랑과 관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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