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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핑 개근 기록 깨질까봐 해외여행도 멀리 못가"

[인터뷰] '1500일' 대기록…한인 소녀 메그 노 양

한 달만, 백 일만 하다 습관
새벽 5시면 일어나 바다로
아무리 컨디션 안 좋은 날도
바다에만 나오면 말짱해져
비행기 연착으로 못 탈 위기
밤 9시 어둠속 홀로 서핑도


소녀가 바다를 향해 걸어가고 있다.

자신의 키보다 두 배 길이의 서프보드를 든 채다. 해변의 자갈밭을 가로지른 소녀는 보드가 물에 뜨자 이내 몸을 싣는다.

하얗게 부서지는 포말이 아침햇살을 받아 반짝거리는 지점에 도달하자 새로운 파도가 일렁인다. 팔로 물을 젓는 동작(패들링)도 생략한 채 소녀는 곧바로 보드 위에 몸을 일으킨다. 밀려오는 파도에 보드가 사뿐히 얹혀지는 순간 소녀의 우아한 활주가 시작된다. 보드와 연결된 끈도 없이 보드 앞쪽에 서서 중심을 잡는 고난도 기술이 소녀가 서핑 전문가임을 알려준다.



40분 남짓 파도를 탄 소녀는 보드를 들고 해변으로 걸어나오며 환한 미소를 짓는다. 소녀가 1500일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서핑(파도타기)을 하는 대기록을 수립하는 순간이었다.

소녀는 데이나포인트 거주 16세 한인 메그 노(Roh)양이다. 노양은 지난달 1일 '4년째 매일 서핑' 기록을 세우며 ABC 방송, 허핑턴포스트, OC레지스터 등 언론매체들의 집중조명을 받았다.본지 6월 3일자 A-12면> 본지는 당시 성씨로 볼 때, 노양이 한인으로 추정된다고 보도했으며, 이후 취재 끝에 노양이 한인임을 확인했다.

9일 오렌지카운티 남단의 샌오노프리 스테이트 비치에서 대기록을 세운 노양을 한인언론 최초로 만나 인터뷰를 했다.

대기록의 기원은 지난 2011년 6월 1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중학생이었던 노양은 서핑 기술을 다듬기 위해 여름방학을 이용해 매일 바다를 찾았다. "처음 목표였던 30일이 훌쩍 넘어가 어느 새 90일이 됐어요. 처음엔 열흘만 더 해 100일을 채우려고 했고 300일이 넘으니 1년을 채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다음부터는 서핑이 자연스럽게 생활의 일부가 됐어요."

현재 샌후안힐스 고교에 재학 중인 노양은 방학이 아닌 때는 매일 오전 5시에 일어나 바다로 간다. 주로 계부 샘 한씨가 1971년형 볼크스웨건 버스에 노양을 태우고 도헤니 비치나 샌오노프리 비치로 간다.

서핑을 하기에 적당한 파도를 기다리다 보면 매일 최소 30분이 넘는 시간이 걸린다. 파도가 잔잔한 날엔 3시간을 넘길 때도 있다. 오전에 서핑을 못하는 날엔 오후에 바다를 찾는다.

1500일간 단 하루도 빠지지 않고 서핑을 한다는 것은 상상 외로 어려운 일일 것이다. 비가 오는 날, 추운 겨울날, 심지어 몸이 아픈 날에도 서핑을 거를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노양에게 바다는 신비한 존재다. "아무리 아파도 일단 바다에 나오면 컨디션이 좋아져요. 평화롭고 자연을 느낄 수 있어요. 그 느낌은 말로 표현하기 어렵네요."

기록이 깨질 뻔한 위기도 있었다. 가족여행에서 돌아오는 비행기가 늦게 출발한 것. 노양 가족은 LA국제공항에서 택시를 타고 그길로 바다로 갔다. "밤 9시에 아무도 없는 어두운 바다에서 혼자 서핑을 했지요. 뭐, 혼자 서핑하는 건 비가 오거나 추운 날, 파도가 거친 날에도 마찬가지긴 하지만요."

노양 가족은 2~3주 후에 여행을 갈 계획이다. 한씨는 "발리와 하와이를 놓고 고민하다가 하와이로 결정했다. 발리까지 가는데 20시간쯤 걸려서 잘못하면 기록이 깨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노양은 매일 서핑하는 기록을 늘려가는 과정에서 주류 언론매체들에 소개돼 유명인사가 됐다. 유명 의류업체 록시(Roxy), 그리스식 레스토랑 '대프니'는 노양의 스폰서가 됐다. 샌클레멘티의 서핑문화유산재단은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서퍼' 중 1명으로 노양을 선정했다. 노양은 존 롱 감독이 지난해 발표한 영화 '서치 포 프리덤(The Search For Freedom)에도 출연했다. 이 영화는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일을 하는 이들에 의한 문화 변혁을 다룬 다큐멘터리다.

노양은 수준급 서퍼다. 노양은 샌후안힐스 고교 서프팀이 지난 5월 샌오노프리 비치에서 열린 '스콜라스틱 서프 시리즈 하이스쿨 스테이트 챔피언십' 대회에서 내륙 고교들이 속한 섹션B 타이틀 3연패에 성공하는 데 2년 연속 기여했다. 한씨는 "메그는 자신이 속한 리그의 여자 롱 보드 부문에서 지난해 가주 랭킹 1위를 차지했고 올해는 2위"라며 "록시가 지난해 주최한 서핑 대회에서도 1등을 차지했다"고 귀띔했다.

올해 노양의 일차 목표는 월드챔피언십 대회 출전권 획득이다.

노양의 '매일 서핑' 기록은 언젠가 깨질 것이다. 언제까지 기록을 이어갈 것이냐고 묻자 노양은 "모르겠다. 그렇지만 미련은 없다. 겨울엔 눈이 오는 곳으로 놀러가고 싶기도 하다"고 말했다.

장래 희망을 묻자 노양은 "해변 가까이에 있는 대학교에 진학해 교사나 심리학자가 되고 싶다"고 밝혔다. 역시 노양에겐 기록보다 바다와 서핑이 더 큰 의미였다.

임상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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