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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20/20] 남부연합기와 로버트 리 장군

[LA중앙일보] 발행 2015/07/15 미주판 8면 기사입력 2015/07/14 23:49

김완신/논설실장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의사당의 남부연합기가 내려졌다. 남부연합기 퇴출 법안에 주지사가 서명함으로써 53년간 의사당 건물에 걸렸던 깃발은 사라졌다.

1860년 에이브러햄 링컨의 대통령 당선으로 노예해방과 연방주의 움직임이 가속화되자 가장 먼저 이에 반발해 연방을 탈퇴한 주가 사우스캐롤라이나다. 이듬 해 2월에는 사우스캐롤라이나를 필두로 미시시피, 플로리다, 앨라배마, 조지아, 루이지애나, 텍사스 등이 연방에서 이탈해 남부연합을 결성했다.이듬 해 2월에는 사우스캐롤라이나를 필두로 미시시피, 플로리다, 앨라배마, 조지아, 루이지애나, 텍사스 등이 연방에서 이탈해 남부연합을 결성했다. 남북전쟁도 사우스캐롤라이나주가 북군의 철수를 요구하며 찰스턴 인근 섬터 요새를 공격하면서 촉발됐다.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서 남부연합기를 내리게 된 직접적인 계기는 백인우월주의 청년 딜런 루프가 흑인교회에서 교인들을 살해한 참극이었다. 남부연합의 중심이었던 사우스캐롤라이나의 이번 결정으로 인종차별의 상징처럼 남아있는 남부연합기 금지가 확산될 것은 분명하다.

남부연합기 퇴출과 맞물려 최근에는 남부연합의 역사적 인물 이름도 추방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다. 캘리포니아주 민주당 소속 스티브 글레이저 상원의원은 남부연합과 관련된 용어를 공립학교, 건물, 공원, 도로명 등에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안을 상정했다. 이 법안이 의회를 통과해 주지사가 서명하면 남부연합군 총사령관 로버트 리 장군의 이름을 학교명으로 사용하고 있는 롱비치와 샌디에이고 초등학교가 개명을 해야만 한다. 이미 동부 페어팩스 카운티 공립학교에서도 교명인 '로버트 리'를 바꾸기 위한 청원 캠페인이 시작됐다.

오래 전 웨스트포인트 육군사관학교에 갔을 때다. 학교 역사에 대한 설명 중에서도 가장 인상적인 내용은 남북전쟁 당시 북군과 남군의 전투에 관한 것이었다. 북군과 남군으로 갈라져 서로 총을 겨눴던 장교들 중에 웨스트포인트 선후배가 많았다고 한다. 실제로 남북전쟁 기간 중 북군에는 294명, 남군에는 151명의 웨스트포인트 졸업자가 출전했다.

1865년 4월 9일 버지니아주 애포매톡스의 남북전쟁 항복문서 조인도 웨스트포인트 선후배 사이에 이뤄졌다. 후배였던 율리시스 그랜트 북군 총사령관은 로버트 리 남군 총사령관에게 최대한의 예의를 갖춰 항복문서의 사인을 받았다. 조인식 장소를 떠나는 리 장군에게 그랜트와 그의 참모들은 모자를 벗고 경의를 표했다. 승전 축하를 자제했고 패배한 남군에 보복하지도 않았다. 조인식은 승자와 패자를 가리는 자리가 아니었다. 미국역사의 대표적인 신사협정이었다.

남부연합기와 로버트 리 교명 퇴출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도 크다.

남부연합기는 남부의 전통이며 자부심이다. 그러나 노예제 존속을 주장했던 남부연합의 깃발이라는 이유로 인종차별의 상징으로 간주돼 왔다. 여기에 인종주의자들이 백인우월주의를 앞세우는 방편으로 깃발을 이용해 반감은 커졌다.

로버트 리 장군도 남부군 총사령관이었지만 이전 미국.멕시코 전쟁(1846~1848년)에 참가해 무공을 세웠다. 항복 문서 조인에 앞서 참모들이 게릴라전으로 전투를 계속할 것을 요구했으나 더 이상 병사들의 희생은 안 된다며 단호하게 거절했다. 미국 역사에 명장(名將)으로 기록돼 있는 리 장군을 기리기 위해 일부 남부주에서는 기념일까지 제정했다.

인종차별은 피부색에 근거해 사회적.제도적.법적 우열을 두는 것을 뜻한다. 역사적으로는 유럽계가 노예제와 식민지를 정당화하는 과정에서 다른 인종을 차등화하기 위해 만든 개념일 뿐이다. 인종 그 자체의 생물학적 구분은 없다.

미국에서 인종에 따른 법적.제도적 차별은 철폐됐지만 정서적.문화적 차별은 여전하다. 원죄처럼 남아있는 뿌리깊은 차별을 없애야 한다. 남부에 펄럭이는 깃발을 내리고 역사 속 명장을 인종주의자로 돌려세운다 해서 인종갈등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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