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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 사막에서 개스가 떨어진 사건

[LA중앙일보] 발행 2015/07/21 미주판 28면 기사입력 2015/07/20 21:21

양은철 교무 / 원불교 LA교당

지난달 한국에서 오신 손님들을 모시고 사막지역을 여행하였다.

미국생활 10여 년 만에 처음으로 사막 한가운데에서 개스가 떨어졌다. 전화도 불통이고 인터넷도 안 되는 곳이었다. 마침 공사현장이 있어 인부들에게 물으니 가장 가까운 주유소도 25마일은 가야한다고 했다.

일하고 있던 세 분 중 한 분이 휘발유를 가져오겠다며 자신의 차를 타고는 시동을 켠다. "정말 갔다 올 거냐?" "양은 얼마나 사올 거냐?" "보험회사에 전화하는 것이 낫지 않겠느냐" 하며 물었지만 대답도 하는 둥 마는 둥 바로 떠나버렸다. 일단 가져온다고 했으니 기다리는 수밖에. 거리를 계산해 보니 50분 정도면 올 거리인데 60분이 다 되어 가는데 차는 보이지 않는다. "정말 오긴 하는 건가?". 조금씩 초조해 지던 차에 멀리서 비슷한 차가 보이더니 속도를 줄이면서 깜빡이를 켠다. 모두가 일제히 "와!" 함성을 질렀다.

개스를 큰 통으로 한통 담아왔다. 25불이란다. 다음 주유소까지 가기에 충분한 양이다. 한 손에는 개스값 25불을 다른 한 손에는 그분의 개스와 시간을 생각해서 50불을 들고 그분에게 다가갔다. 말을 꺼내기가 무섭게 손사래를 치며 1불도 안 받겠단다. 그냥 도왔을 뿐이며 개스는 보통 회사 돈으로 구입을 하기 때문에 사적으로는 받을 수 없다고 한다.

"차 안의 분들은 사장이고 나는 직원인데 이 돈을 안 받으면 나는 해고다"라며 농을 섞어 사정을 해도 꿈쩍도 않는다. 옆에 계시던 교무님까지 합세해서 돈을 받아달라고 사정과 협박(?)을 계속하자 한마디 한다.

"너희도 비슷한 상황이 생기면 다른 사람들을 성의껏 도와주어라. 나에 대한 보상은 그것으로 충분하다."

"혹시라도 바가지를 씌우면 어떡하지?"라며 잠시나마 염려했던 나를 한없이 무색케 했다. 차에 올라 그 상황을 손님들에게 설명하던 교무님도 감동에 겨워 목이 메었고 전해들은 손님들도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그분이 불법을 공부했는지 안 했는지 명상수행을 하는지 않는지 나로서는 알 수 없지만 어느 수행자 못지않게 우리에게 큰 감동과 가르침을 준 것만은 확실했다.

평생 부처님 공부를 하기로 서원한 나는 출가생활 10여 년 동안 얼마만큼이나 자비심을 키워왔으며 얼마나 부처님의 가르침을 세상에 전해왔는지 자문하지 않을 수 없었다.

원불교 초창기에 일제 당국에서 시찰을 나와 "귀교의 부처님은 어디에 모셔져 있습니까" 물었다.

대종사께서는 "우리 집 부처님은 지금 밖에 나가 있으니 보시려거든 잠깐 기다리셔야 합니다".

점심때가 되어 논에서 일하던 교무들이 돌아오자 "저들이 우리의 부처님입니다"라고 하셨다.

미래의 부처는 책 속이나 산중의 '죽은 부처'가 아니라 이렇게 일상에서 진리를 실천하는 '살아있는 부처'(활불)의 모습이어야 한다는 평범한 진리를 사막 한 가운에서 만난 이가 출가의 길을 가고 있는 내게 몸소 보여주었다.

drongiandy@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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