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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20/20] 난이도 '카테고리5'의 한국어

[LA중앙일보] 발행 2015/07/22 미주판 8면 기사입력 2015/07/21 20:44

김완신/논설실장

한국인이 영어를 잘하기는 어렵다. 10년 넘게 영어를 공부해도 기본 회화가 쉽지 않다. 반대로 영어 모국어 사용자들의 한국어 배우기는 어떨까. 언어 습득 능력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영어사용자의 한국어 학습도 힘들기는 마찬가지다.

연방 국무부 산하에는 미국과 관계된 국가들의 언어와 문화를 교육하는 'FSI(Foreign Service Institute)'라는 기관이 있다. 세계 각국에 파견돼 근무하는 직원들에게 70여개국의 언어를 훈련하는 것이 FSI의 업무다. 효율적인 교육을 위해 FSI는 영어를 모국어로 하는 미국인들이 배우기에 가장 쉬운 언어에서 어려운 언어까지를 5개의 카테고리로 분류해 놓고 있다.

영어 모국어 사용자가 가장 빨리 습득하는 언어는 카테고리1의 스페인, 프랑스, 이탈리아, 포르투갈, 덴마크어 등이다. 영어와 구조가 매우 유사해 24~24주(575~600시간)의 학습으로 배울 수 있다. 카테고리2에는 독일어가 속한다. 전 단계보다는 조금 어렵지만 영어와 비슷해 평균적으로 30주(750시간) 학습하면 된다.

카테고리3은 영어와 언어적 구조가 다른 언어로 36주(900시간)의 학습이 필요하다.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스와힐리어가 여기에 속한다. 카테고리4는 언어구조가 영어와 상당히 차이가 나는 말로 태국, 베트남 등 대부분의 동남아시아 언어와 러시아, 터키, 폴란드, 그리스, 핀란드어 등이 포함된다. 이들 언어를 배우려면 44주(1100시간)가 소요된다.

한국어는 가장 어려운 단계인 카테고리5에 포함된다. 한국어 외에 중국어, 일본어, 아랍어가 속해 있다. 이들 언어는 영어와 구조가 '전혀 달라' 영어 사용자에게 최악의 말이다. 외국어 중에서 학습기간이 가장 길어 88주(2200시간)가 필요하다. FSI는 한국어가 어려운 이유를 문장구조가 영어와 확연히 다르고, 동사의 변형이 다양하며, 한자의 의존도가 높기 때문으로 설명하고 있다.

외국 파병 군인들에게 현지어를 교육하는 국방언어연구소(DLI)도 1~4단계로 언어별 난이도를 구분하는데 여기서도 한국어를 가장 어려운 4단계로 분류하고 있다.

한국에는 외국어를 난이도에 따라 구분한 것은 없지만 FSI의 분류를 기준하면, 역으로 한국어 모국어자들이 가장 배우기 힘든 언어는 '영어'라는 가정도 성립한다.

세계적으로 드물게 한국은 단일 언어가 전국민에게 지배적으로 통용되는 국가다. 한국보다 작고 인구도 적은 나라에도 다수의 언어가 공존하는 경우가 많다. 단일 언어는 장점이기도 하지만 단점일 수도 있다. 이방의 언어 구조를 경험할 기회가 없어 타 언어 습득에 장애가 되기도 한다.

중앙일보는 2세들의 한국어 교육을 위해 매주 월.화.수.토 특집섹션을 발행하고 있다. 2세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고 한국문화와 역사를 소개하려는 목적이다.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2세들이 한국어를 배우기는 용이하지 않다. 영어 사용 미국인들과 마찬가지로 2세들에게 한국어는 세계 언어 중 가장 어려운 말이다. 여기에 학습동기가 없다는 것도 한국어 공부의 걸림돌이다. 한국어의 필요성을 실감해 배우려는 성인 미국인에게는 자발적인 동기가 있지만 영어 사용만으로도 학교생활과 교우관계에 불편이 없는 아이들에게서 한국어 학습동기를 찾기는 힘들다. 주말 한글학교를 찾는 동기도 부모에게 있지, 아이와는 상관이 없다.

우리 2세들에게 가장 어려운 언어 한국어를, 그것도 동기가 없는 아이들에게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 지루한 한국어 지도방식을 고수하고 있는지, 정체성 운운하며공부만 강요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봐야 한다. 1세들이 잘못된 학습으로 영어의 벽을 넘지 못했듯이 우리 2세들도 동기 없이, 비효율적인 교육방식으로 배움의 흥미를 잃어갈 수도 있다. 2세들에게 한국어 학습의 '동기'와 '흥미'는 '가나다라…'에 우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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