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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밥통'을 차야 사랑도 하지…

오세진/사회부 기자

친구가 이별을 했다. 올해 초 한국에 있는 애인에게 청혼하겠다며 미국 생활을 정리했던 친구다. 결혼을 위해서는 한국에서 취업해야 했다. 친구는 LA의 한 명문대 졸업생이다. 친구는 "나름 알아주는 대학 졸업장이 있으니, 어떻게든 밥통(취업)을 찰 수는 있을거야"라고 했었다.

그 '밥통'이 문제였다. 한국 취직은 미국 명문대 졸업장으로도 쉬운 상대가 아니었다. 자기소개서에는 '미국에서 배운 경영학 지식은 귀사의 큰 목표인 미국 시장 진출에 밑거름이 될 것입니다'라고 썼다. 하지만 답변은 '귀하는 뛰어난 역량을 갖췄으나, 제한된 인원 선발 때문에 기회를 더 드리지 못하게 됐습니다'였다.

입사 지원만 10곳. 단 2회 서류 전형을 통과했을 뿐 결국 모두 탈락했다. 7개월 간 한국에서 밥통을 찾아 헤매던 친구는 결국 여자 친구와 이별했다. 대기업 유망주인 애인에 비해 초라하기만 한 자신의 모습을 견딜 수 없었다고 한다.

한국 취업에 실패하고 고통을 겪고 있는 미주 한인 청년들은 많다. 잡코리아(Job Korea)의 브랜드 이 대표에 따르면 미국 대학 출신 10명 중 9명 이상이 한국 취업에서 서류 전형도 통과하지 못한다.



한 대기업 인사 담당자는 "국내 지원자들에 비해 영어 실력이 월등히 좋은 것도 아니고, 미국 대학 출신자들에게 요구하는 창의력도 기대 이하다. 실전 업무에 쓸 수 있는 전공 지식도 국내 지원자들에 비해 떨어진다"고 혹평했다.

또 다른 기업 인사 담당자도 "한국에서 좋은 대학 못 가니 도피 유학을 떠났던 게 아닌지. 의심스러운 지원자가 많다"고도 했다.

정말 그런 것일까. 미국 대학 출신자들의 업무 역량은 정말 볼품 없는 수준일까.

아니다. 토익 점수 900이상, 제2외국어 중·상 이상, 학점 4.0 이상 등 뭐든 숫자로만 판단하려는 한국 취업 기준에 어울리지 않을 뿐이다. 필자가 겪은 미국 대학의 한인 대학생들은 진취적이며, 경험하기를 좋아하고, 자기 생각을 갖고 있는 우수한 인재들이었다.

USC에 재학 중인 이모(24)양은 한국 영화 감독이 꿈이다. 카메라 기술과 음향 기술에 능통하고 대본도 직접 쓴다. 특히 자신의 영화를 할리우드 영화판의 투자자들에게 소개하고, 직접 제작비를 받아 영화를 만든다. 학교 성적은 100점 만점에 70점 수준. 영어도 완벽하진 않지만 의사 소통에는 문제가 없다. 영화를 만드는 한국 기업이 마다할 이유가 없다.

UC계열 대학에서 경영학을 공부한 정모(26)군은 대형 스포츠 용품 업체 N사와 계약해 학교 로고가 새겨진 티셔츠를 판매한 이색 경험이 있다. 특히 라이벌 대학과 운동 경기가 있는 시기에 상품을 내놓아 히트를 쳤다. N사는 졸업 후 인터뷰 기회를 우선적으로 주기로 약속했다. 정군은 언젠가 한국에서 국가대표 축구팀의 유니폼을 제작하고자 하는 꿈이 있다.

애인과 이별을 택한 친구, 미국에서 실력을 키우며 미래를 꿈꾸는 이양과 정군. 이들에게는 높은 학점과 제 2외국어 점수, 격식 차린 봉사활동 경험, 자격증이 없다. 그러나 이들이 배운 미국인들의 문화, 비즈니스 방식, 가치관 등은 글로벌 한국 기업에 꼭 필요한 요소다.

친구의 한 마디가 마음을 누른다. "밥통을 차야 당당히 사랑도 할 수 있다는 것. 이렇게 또 아파봐야 청춘이라고?" 아니다 친구야. 청춘들을 볼 줄 아는 안목이 달릴 뿐이다. 충분히 승산은 있다. 계속 도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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