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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신학교· 신학생 <상>…점점 텅 비는 신학교

주요 신학교들 10년 새 규모 감소
자금 충당 위해 학비 올리기도

생존 위해 학생 유치 경쟁 심화
자구책으로 한인 학생 모집 치중
입학 기준 완화·졸업 학점 낮춰
신학교 수준 낮추는 결과 초래


신학교의 신입생 모집 시즌이다. 하지만, 신학교 문을 두드리는 사람이 없다. LA지역 한 신학교 관계자는 “요즘은 정원을 채울 만큼의 지원자도 없다. 입학 설명회를 하고 여기저기 광고를 해도 소용이 없다. 이대로 가면 향후 수년 사이 문 닫는 신학교가 많아질 것”이라고 한숨을 내뱉었다. 신학교가 학생 모집에 난항을 겪고 있다. 이는 운영 위기로 이어지면서 생존을 흔든다. 미국 신학계에서는 이미 수년 전 부터 신학교의 존립 자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제기돼 왔다. 본지는 오늘날 신학교의 현실과 신학생의 미래 등을 두 차례에 나눠 게재한다.

장열 기자

jang.yeol@koreadaily.com



"목회학 정원 미달 된지 오래"

신학생이 줄고 있다.

학생이 줄면 재정적으로 신학교 운영이 어려워진다.

본지는 북미신학교협의회(ATS) 통계를 분석했다. 그 결과 지난 10년 사이 대부분의 신학교 정원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선 패서디나 지역 풀러신학교의 경우 2014-2015년도 전체 학생 수는 3258명으로 나타났다. 10년 전(2004-2005년·4128명)과 비교하면 1000명 가까이 줄었다.

풀러신학교 이광길 교수는 "목회학의 경우 이미 정원이 미달된 지 수년 째"라며 "풀러 뿐 아니라 미국 내 많은 신학교가 학생 모집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자유주의, 보수주의 등의 성향을 막론하고 샌프란시스코신학교(547명→199명), 클레어몬트신학교(479명→ 272명), 리젠트칼리지(644명→458명), 리폼드신학교(1249명→1082명) 등 주요 신학교의 학생 수는 지난 10년 사이 감소 추세를 보였다.

남가주 지역 대표 한인 신학교인 미주장로회신학대학교의 경우 지난해 학생 수는 총 147명이었다. 이곳 역시 2011-2012년도(170명)와 비교하면 학생 수가 크게 줄었다.

신학교 관계자들은 이러한 위기가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이후 더욱 극심해졌다"고 전했다.

미주장로회신학대학 이상명 총장은 "시대적으로 기독교의 교세가 감소하다 보니 신학 인구가 줄어들었고 적은 수의 학생을 서로 유치하려는 학교 간의 치열한 경쟁이 결국 신학교의 수준을 낮추는 결과를 초래했다"며 "특히 불경기 이후 각 교회가 재정적 어려움을 겪으면서 교회들의 지원이 끊긴 것도 신학교가 위축되는 원인"이라고 밝혔다.

신학교 자구책 질적 하락 불러

신학교의 운영난은 학비 상승으로 이어졌다.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이는 신학교의 대표 전공이라 할 수 있는 목회학 석사(M·Div·목회자가 되기 위한 학위·기본 3년 과정)의 학비만 봐도 쉽게 알 수 있다.

지난해 풀러신학교의 목회학 석사 학비(1년·풀타임 기준)는 1만7760달러였다. 이는 10년 전(1만1328달러)에 비해 크게 올랐다. 10년간 목회학 학비 변화 추이만 놓고 보면 클레어몬트신학교(9840달러→1만6440달러), 리폼드신학교(1만423달러→1만5900 달러), 탈봇신학교(1만1584달러→1만6608달러), 골든게이트침례신학교(3780달러→6075달러), 웨스트민스터신학교 에스콘디도(1만620달러→1만4580달러) 등 주요 신학교의 학비가 대폭 인상됐다.

이는 지난 10년간 평균 물가상승지수(27%) 및 고등교육학비상승지수(38%)보다 상승률이 높다. 이상명 총장은 "신학교 경영이 10~20년 전과는 너무나 달라졌다"며 "샌프란시스코신학교만 봐도 풀타임 교수들이 파트타임으로 전환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오늘날 신학교에게는 생존이 화두다. 그렇다 보니 학생 모집을 보다 쉽게 하기 위해 신학교마다 다양한 자구책을 내놓고 있다.

입학 기준을 완화하고, 신학을 세분화 시켜 다양한 전공을 신설하는가 하면 온라인 학위 과정까지 개설하고 있다. 학생의 부담을 덜기 위한 방편으로 수년 전 부터 졸업 이수 학점을 대폭 줄이기도 했다.

풀러신학교의 경우 졸업 학점(목회학 석사)을 120유닛(기존 140 유닛)으로 내렸다. 또 성경 원어 해석을 위해 필수로 택했던 히브리어 및 헬라어 수업을 선택 강의로 변경했다.

아주사신학교도 지난 봄학기 부터 졸업 이수 학점을 74 유닛(기존 90 유닛)으로 줄인 상태다.

LA지역 신학교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한 폐해는 시간이 한참 지나봐야 나올 것이다. 사실 신학 교육을 더 강화하고 필터링을 철저히 해도 모자란 상황에서 오히려 졸업 학점을 낮추고 커리큘럼을 간소화한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 아니다"라며 "하지만 문턱을 낮춰서라도 학생을 끌어모아야 할 만큼 신학교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인 잡기’ 나섰던 주류 신학교들

한국어 신학 과정 속속 개설
지금은 그마저도 여의치 않아


미국 신학계는 오래전 부터 운영난 타파를 위해 한인 교계에 눈을 돌렸다.
한동안 미국 신학계에서 한인은 마치 ‘블루 오션’의 영역으로 여겨졌다. 소위 ‘장사’가 됐다.

주류 신학교의 한국어 프로그램 개설은 지난 몇 년간 붐을 이뤘다. 아주사신학교, 풀러신학교, 골든게이트침례신학교, 미드웨스턴신학교, 센트럴침례신학교, 클레어몬트신학교 등 주요 신학교들이 목회학, 선교 문학, 선교 신학, 목회학 박사 등 다양한 전공의 한국어 과정을 개설했다.

현재 탈봇신학교도 한국어 목회학 과정 개설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탈봇신학교에 재학중인 한 신학생은 “타분야와 마찬가지로 한국 교계 역시 목사 및 교수 청빙시 외국 학교 학위자를 우대하고 선호하는 문화로 인해 유학 바람이 불었다”며 “미국 신학교는 신입생이 부족해 학년 구성조차 어려운 상황이었기에 재정 확보의 일환으로 한국어 과정까지 개설했다. 미국 신학교의 필요와 한인들의 학위 열망이 맞물린 결과”라고 꼬집었다.

학생 모집의 편리를 위해 학교를 아예 대도시로 옮긴 신학교도 있다. 북가주 지역 대표 신학교인 골든게이트침례신학교는 오는 2016년 남가주 온타리오 지역으로 학교를 이전한다. 이 학교는 이미 남가주 브레아 지역에서 한국어 목회학 프로그램 및 온라인 교육 등을 실시해왔다.

하지만 한인 학생 모집마저 지금은 여의치 않다.

미주장신대 한 관계자는 “몇 년 전 부터 특별히 한인 신학생에 대한 F1 비자 발급이 어려워지면서 신학교마다 한국에서 오는 학생을 받는 게 너무나 어려워졌다”며 “이제는 각 신학교가 한인 1.5세나 2세 등 현지 학생 모집에 주력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다민족 신학교로 전환해야 생존”

일반 학문과의 경쟁서 밀려
지금은 신학교 수준 높일 때


신학계 현장 교육자들은 “암울한 현실이지만 반드시 변화가 필요하다”는데 입장을 같이 했다.

풀러신학교 이광길 교수는 “신학 교육이 변화에 둔감하다 보니 일반 학문에 비해 많이 뒤처지면서 경쟁에서 밀린 게 사실”이라며 “요즘 미국교육협회에서도 수준이 낮아진 신학교에 변화를 요구하는 상황인데 그럴수록 오늘날 신학교는 생존 전략보다는 교육의 깊이와 본질을 더욱 추구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현재 북미신학교협의회(ATS)에 소속된 정식 신학교 외에 남가주 지역에는 60여 개 이상의 비인가 신학교가 있다.

미주장신대 이상명 총장은 “신학교가 오히려 ‘퀄리티’를 높여야 한다. 앞으로는 제대로 된 신학교만이 살아남게 될 것”이라며 “궁극적으로 한인 신학교도 다인종, 다민족 신학교로 전환돼야 생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신학교가 흔들리면 결국 목회자 양성이 힘들어진다. 좋은 목회자를 배출하지 못한 피해는 고스란히 교회로 돌아간다.

하지만 현실상 신학생이 학업과 교회 사역을 병행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교계 구조에 대한 근본적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있다.

미국 교회에서 인턴을 하고 있는 신학생 스티브 김(27)씨는 “한인 교회는 사역의 양이 너무 많아서 신학생이 학업에만 충실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라며 “한인 신학생들과 대화를 해보면 신학에 대한 학구열보다는 교회 사역과 생계에 대한 부담과 고민이 더 많다”고 전했다.

ITS 김재영 교수는 “목회학(M·Div)을 전공하면 최소한 본인이 히브리어 사전을 찾아보고 성경을 해석할 수 있을 정도는 돼야 하는데 오늘날 상황에서는 신학의 ‘맛’만 보는 정도”라며 “실제 신학 공부의 양은 엄청나다. 하지만 한인 교계의 경우 신학생이 학업보다는 교회 사역에 매여 있어 과제를 제대로 감당할 만큼 시간적 여유가 없다. 그들이 학업에 충실할 수 있도록 제도적인 환경이 뒷받침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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