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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매일 자기 검열을 통해 자신을 재확인 해야"

'한국문단 표절 사태'
우한용 교수에 묻다

한국 아직 명확한 표절 기준 없어
이번 사태를 기준 마련 기회 삼아
작가는 언어운용 틀을 변화시켜
완전한 창작품 쓰기는 쉽지 않아
미주문단, 한국과 계속 교류하되
추종하지 않는 자존감 유지해야


신경숙 표절 파문으로 심한 홍역 앓이를 하고 있는 한국 문학계가 자성과 고찰이라는 사다리를 오르며 치유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한국문단과 출판계 권력 구조의 부조리함을 드러냈다는 위기론도 제기됐지만 '고통 없이는 무엇도 얻지 못한다'는 교훈을 실천하며 알찬 수확을 꿈꿀 수 있게 되었다고 긍정적 평가를 내리는 분위기가 크다.

미주 문단도 이에 동승한다.



'나를 다시 한번 돌아보자'는 자성의 바람으로 오히려 문인들 의식이 성숙해 졌다는 평가다.

때맞춰 서울대학 강단에서 오랜 세월 강의해온 문단의 원로 소설가 우한용(67) 교수가 문학 강의를 위해 LA를 방문했다.

한국의 문단 분위기를 전해줄 누군가 없을까 찾던 참이었다. 한국문단의 현자로 알려진 그의 LA 방문은 그래서 매우 반가웠다.

국문학자로 한국문학을 연구해 온 그는 그러나 한국문단의 분위기보다 오히려 이곳 미주문단의 분위기를 궁금해 했다.

"세계의 중심에 서있는 미국에서 한국어로 생활하고 일하며 살아가는 한인들이야말로 세계 속에 한국어 문화를 창조하는 주역이기 때문"이라며 그는 한인을 추켜세웠다.

지난 주말(25일) 국제PEN 미주서부지역위원회(회장 김영중)에서 마련한 해변문학제에서 강의한 그는 "문인을 포함해 모든 사람은 자기 검열 시스템을 스스로 가동해 매일 나를 돌아보는 것이 삶에서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이번 파문을 통해 배웠으면 한다"고 희망했다.

교단에서 내려서자마자 자연으로 돌아가 과실수로부터 겸손을 배우며 산다는 우한용 교수.

그는 한국문단의 표절 파문, 문학의 위기등을 이야기하면서도 "지나가는 나그네의 개인적 견해로 생각해 달라"며 학자보다 현자의 자리에 서길 원했다.

- 미시마 유키오의 작품 '우국'을 표절했다는 신경숙씨 작품 '전설'에 대한 견해는?

일차적으로 사회적 공공재로서 언어의 속성을 고려해야 할 것입니다. 작가는 새로운 언어를 독자적으로 창조하는 것이 아니라 언어운용의 패러다임을 변화해 가는 역할을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완전히 창조적인 작품을 쓰기가 쉽지는 않습니다. 개인적 문제도 고려해야 합니다. 신 작가는 습작 과정에서 필사를 중심으로 문장연습을 했다는데 이런 점이 그런 일을 발생케 한 것이 아닌가 생각해 봤습니다. 자신의 문학행위에 대한 투철한 비평정신이 필요했던 것으로 봅니다.

- 문학작품의 표절이란?

문학작품은 논문이나 실용문의 경우와는 다른 기준으로 표절 문제를 다루어야 할 것입니다. 무언의 공감이 작가의 문체 속에 녹아 있는 경우나, 유사한 모티프가 다른 맥락에서 나타나는 경우는 표절로 보기 어려운 점이 있습니다. 그러나 맥락이 유사하고 문장이 정확히 일치하는 경우는 표절 시비를 벗어나기 어려울 것입니다. 크게 본다면 모든 문학작품은 그 문학의 역사적 맥락에서 이전 작품의 영향 아래 쓰여진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 대부분 문인은 남의 글을 읽고 기억하고 기록합니다. 무의식적 모방 가능성에서 벗어나려면?

작가가 자신이 생산하는 텍스트에 대한 비평의식이 있어야 하고, 자기작품을 스스로 검열하는 일종의 자기검열 시스템을 스스로 가동함으로써, 자신의 독서 경험이나 인용이 작가의 주체를 통해 창조적으로 변용된 것이라는 점을 거듭 학인해야 할 것입니다.

-표절 파문 후 한국문학계 움직임은?

그동안 한국 문학계에는 표절 여부를 가리는 명확한 기준이 없었습니다. 최근 '한국문예학술저작권협회'가 한국문인협회와 출판사 등 관련 단체와 연계, 표절기준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또한 1만2000여 문인이 회원으로 활동하는 한국 최대 문학모임인 '한국문인협회'에서 '문학표절문제연구소'를 만들어 표절 방지를 위한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일 것으로 밝힌 바 있습니다. 이곳에서는 표절의 장르별 기준과 처벌 기준을 정하고 표절로 확정된 작품은 기록으로 남기겠다는 일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한국문학 세계화에 미친 영향은?

한국문학에 대한 이미지가 손상된 것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이 일이 한국문학의 세계화 전체를 저지하거나 중단하지는 않을 것으로 봅니다. 외국에 알려진 많은 한국 작가의 작품을 똑같은 시각으로 바라보지는 않을 것입니다.

- 한국문학 세계화는 미주문단의 화두이기도 합니다.

매우 반가운 말입니다. 미주문단에서 한국문학의 세계화에 기여할 수 있는 길은 우선 작품의 수준이 세계적 수준으로 향상되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모국 문단과 상호 교류가 필요한 것은 물론 작품도 겨룰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한국문단의 작품을 추종 대상으로 설정하지 말고 자체적인 자존감을 유지하면서 동등한 자격으로, 나아가 세계문학과 발맞추어 나가는 자세를 가다듬어야 할 것입니다.

- 경기도 충주에서 밭을 일구신다고요?

대지에 뿌리를 내린 삶이 어떤 것인지를 체험하고, '내가 먹을 것은 내가 장만하는' 삶의 자기책임을 수행해 보자는 뜻이었는데 현실적인 어려움이 한둘이 아닙니다. 밭의 넓이는 혼자 운영할 수 있는 정도이고, 일반 작물과 채소, 과수 등을 심었습니다. 최근 출간한 소설집 '초연기-파초의 사랑'은 대개 밭에서 일하면서 얻은 소재를 다루고 있습니다. 밭에서 일하는 것은 삶의 구체성을 체감하는 계기가 되기도 하고 선조의 삶이 얼마나 힘든 과정을 거쳤는지를 깨닫게 해줍니다.

- 미주 한인, 특히 문인에 덕담과 당부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미국에서 한국어로 생활하고, 일하며, 창작하는 여러분은 한국어 문화를 창조하는 주역이라는 자부심을 가지시기 바랍니다. 한국어와 함께 영어를 구사할 수 있다는 것은 세계 언어의 다양성과 풍부함을 지켜나간다는 자긍심을 갖기에 충분합니다.

문학인은 인생 전체를 바꾸고 싶은 꿈을 꾸어야 합니다. 그러한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몸을 찢고 영혼을 파괴해서라도 자기 변화를 지속해 가야 합니다. 그러한 이들에게만 작가라는 이름이 합당하고 또 책값을 지불할 가치가 있지요. 거듭 말씀드리지만 미주는 세계로 나가는 중심부임을 잊지 마시고 한국이 세계 속에 우뚝 설 수 있도록 노력해 주십시요. 여러분은 해 낼 수 있습니다. 부탁드립니다.

유이나 선임기자

우한용 교수는

서울대 사대를 졸업하고 서울대 대학원에서 석사학위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전북대 사대와 서울대학교 교수를 지냈다. 국어국문학회 회장, 한국현대소설학회 회장, 한국작가교수회 회장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 '한국소설' 편집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저서로 '한국현대장편소설구조연구', '채만식소설담론의 시학', '한국현대소설담론연구' 등의 학술서적과 소설집 '불바람', '귀무덤', '양들은 걸어서 하늘로 간다', '멜랑꼴리아', '초연가 … 파초의 사랑'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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