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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일본 재무장 지켜만 볼 것인가

신영균/전 한국어진흥재단 이사장

지난 6월 초 한국을 다녀왔다. 8년여 만의 방문이었다. 한강에 새로 놓인 멋진 다리, 고층 아파트와 건물들, 값비싼 외제차들을 보면서 놀라운 경제발전을 실감했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그 놀라움은 우려와 염려로 바뀌어 갔다. 겉으로만 본 조국과 그 안에서 형성되고 있는 무서운 사회 양극화가 회복할 수 없는 단계에까지 이르지 않았나 하는 느낌 때문이었다. 어딘지 모르게 성장의 동력을 잃어버린 것 같았고 저출산과 초고령화 시대로 접어들면서 빈부격차와 이념대립과 지역갈등은 그 골을 더 깊게 파고 있었다.

정치 지도자들은 위기관리 능력이 없어 보였다. 분야마다 양극화된 사회를 통합할 수 있는 능력은 물론 역사의식의 부재로 외세의 경향 및 민족의 평화를 위한 교류문제는 뒷전이었다. 특히 수단이어야 할 권력이나 재력이 모든 국민이 추구하는 목표가 되면서 나눔과 소통은 사라져버렸다.

우리 민족역사에 가장 고통을 많이 준 일본이 재무장을 시작했고 중국이 경제대국으로 향해 가고 있다. 그런데 한국은 이런 현실을 바로 보지 못하고 미래에 대한 아무런 비전이나 희망도 찾아 볼 수가 없다.



지난 6월 중순으로 기억한다. 일본의 유명한 승려 작가 세토우치(93세)가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추진하는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위한 안보법 개정작업을 반대하는 2000여명의 시민들 앞에 나타났다. 그는 자신이 직접 겪은 처참한 전쟁경험을 이야기하면서 "죽이지 않으면 죽임을 당하는 전쟁에 결사반대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최근 일본의 상황을 보면 점점 전쟁이 가까워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어떤 전쟁도 좋은 전쟁은 없으며 모두가 살인이다. 이대로 가면 여러분의 아들, 손자들이 전쟁에 끌려가고 그리고 죽어간다. 현 상황이 겉으로는 평화로워 보이지만 귀를 기울여 조심스레 들어보면 군화소리가 들려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우리는 16세기 말부터 지금까지 여러 번의 외세 침략으로 많은 것을 잃어 버렸다.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을 겪었고 1910년에는 한일합방으로 우리의 국권을 송두리째 일본에 빼앗겼다. 36년 동안 일본의 식민지로 있었지만 우리 힘으로 나라를 되찾지 못하고 미국을 비롯한 연합군에 의해 1945년 8월15일 일본이 항복함으로써 해방을 맞았다.

이어 승전국들의 편의에 따라 분단된 조국은 두 개의 다른 이념을 가진 정부가 세워지고 결국 1950년 6월25일, 동족상잔의 비참한 전쟁이 일어난다. 3년 후 휴전이 조인되었지만 민족과 국가에 엄청난 상처만 남기고 정전은 오늘 이 순간까지 계속되고 있다. 전쟁은 남과 북 모두 520만의 인명피해와 1000만 이산가족을 만들었다. 하지만 이러한 인적, 물적 손실보다 더 심각한 피해는 민족 내부에 형성된 불신과 적대감이다. 상대방과의 타협과 대화 자체가 죄가 되고 어느 쪽에도 중도적 이념을 추구하는 세력이 성장할 수 없었다.

일본에 의해 합병이 되고 일본에 의해 통치되었던 한반도가 일본이 전쟁에 참패함으로써 분단되었다. 그리고 분단으로 인해 우리가 동족상잔의 비극을 겪어 오는 동안 이 전쟁의 근본 원인을 제공한 일본은 그 비참한 역사에서 싹 빠지고 반성은커녕 오히려 6·25를 통해 침체된 경제를 되살리고 요즘 다시 재무장을 시작하고 있다.

우리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나? 깊이 생각해 볼 이유가 분명히 있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겐 미래가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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