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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남준 따라 '하늘사다리' 오른 평생 예술 동지

[삶과 추억] 전위작가 구보타 시게코

자궁암 수술 직전에 청혼받고 결혼
백남준 "위대한 부인이자 간호사"
뉴욕 현대미술관에 작품 14점 소장


백남준(1932~2006)의 아내이자 전위예술가 구보타 시게코(久保田成子.작은 사진)가 23일 뉴욕에서 별세했다.

78세. 용인 백남준아트센터 서진석 관장은 "비디오 아트의 선구자 백남준의 아내였을 뿐 아니라 그 자신도 열정적 미디어 아티스트였다. 장례 참석 및 국내 추모 일정을 조율중"이라고 말했다. 

구보타는 1964년 백남준과 처음 만났다. 백남준이 도쿄 쇼게츠(草月) 회관에서 대패와 도끼로 피아노를 부수는 퍼포먼스를 벌일 때였다. 두 사람은 이후 뉴욕에서 재회 국제적 전위예술운동인 '플럭서스(Fluxus)'에서 함께 활동했다.



10여년 간 연인으로 지내다 76년 결혼했다. 구보타는 "자궁암 진단을 받고 수술을 받기 위해 일본으로 돌아가려 하자 백남준이 청혼하며 그의 보험으로 수술을 받도록 했다"는 이야기를 2010년 출간한 회고록 『나의 사랑 백남준』에서 털어놓기도 했다.

그는 회고록을 이렇게 마무리했다. "남준은 야곱의 사다리를 타고 떠났다. 그런 그를 한 발 한 발 쫓아가다 보면 언젠가 나도 찬란히 빛나는 그 사다리 위로 오르리라." 1937년 일본 니가타현에서 태어난 구보타는 도쿄교육대학(지금의 쓰쿠바대) 조소과를 졸업한 뒤 중학교 미술교사로 있다가 미국에 건너가 플럭서스 운동에 합류했다. 마르셀 뒤샹(1887~1968)의 회화 '계단을 내려오는 나부'(1976)를 재해석한 동명의 비디오 설치를 비롯한 그의 작품 14점이 뉴욕 현대미술관(MoMA)에 소장돼 있다.

그는 65년 가랑이 사이에 붓을 꼽고 그림을 그리는 강도 높은 퍼포먼스를 벌이기도 했다. 백남준의 예술적 반려였던 구보타는 96년 남편이 뇌졸중으로 쓰러진 뒤 그의 그림자가 됐다. 휠체어를 밀며 백남준과 함께 세계 각지를 누볐고 그의 마지막을 지켰다.

백남준은 2003년 3월 마이애미에서 "① 위대한 부인이고 ② 위대한 요리사이고 ③ 위대한 간호사이고 ④ 위대한 작가이고…그리고 이런 내용이 100페이지는 더 계속되는 구보타 시게코를 나는 사랑하고 존경한다"는 메모를 남겼다. 구보타는 백남준이 세상을 뜬 뒤 남편의 추모행사를 위해 여러 차례 한국을 방문했다. "남준이 유명해지고 죽은 뒤에야 (한국말로)'남준 알아요'라는 이들이 많이 나타났다"는 쓴소리도 했다.

그는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백남준에 대해 "오늘날 젊은 예술가들에게 21세기 예술의 문을 열어준 사람"이라고 평가하며 "난 아직도 그와 이야기한다. 작업실의 공기 맨해튼의 바람에서도 그를 느낄 수 있다. 죽으면 남준을 다시 만날 것이며 만나면 또 예술에 대해 신나게 이야기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백남준과 함께 지냈던 뉴욕 머서가 아파트를 10년간 홀로 지켰던 그는 이제 평생의 예술적 동지를 다시 만나게 됐다. 지난 20일은 백남준이 태어난 지 83년 되는 날이었다.

권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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