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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포커스] 제자리 맴도는 동포정책

[LA중앙일보] 발행 2015/07/31 미주판 10면 기사입력 2015/07/30 19:50

김동필/선임기자

"중고차에 가발을 싣고 무조건 동쪽으로 달렸지. 그런데 가는 곳마다 이미 한인이 운영하는 가발업소들이 있더라고. 그렇게 도착한 곳이 조지아주의 한 도시였어. 여기도 한인 업소가 있으면 가발장사를 포기하려고 했는데 다행히 없더라고. 그곳에다 자리를 잡았지."

70년대 초 유학생으로 왔다가 공부하기가 싫어 사업가로 변신했다는 한 올드타이머의 회고담이다. 지금은 추억으로 얘기할 수 있지만 당시엔 절박했다.

이민 초창기인 60~70년대의 정착 이야기는 하나같이 무용담에 가깝다. 갖고 올 돈도 없었지만 당시 달러화 반출 규제로 인해 고작 200~300달러씩만 들고 태평양을 건너야했기 때문이다(현재의 화폐가치로 환산해도 그리 많은 돈은 아니다). 유학생 신분이라도 생존을 위해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일자리를 찾아야 했다. 이런저런 차별에 미숙한 영어, 딱히 기술도 없으니 식당 접시닦이 등 험한 일이 대부분이었다. 이런 '맨손 정착'은 본격적인 가족이민이 시작된 80년대에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이렇게 뿌리를 내리기 시작한 한인사회는 짧은 기간에 가장 모범적인 이민자 커뮤니티로 평가받을 만큼 성장했다. 한국처럼 급성장을 한 것이다. 그 사이 한인사회를 바라보는 한국의 시각에도 변화가 생겼다. 각 분야에서 '글로벌화'가 강조되면서 이민자들을 자산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인식이 높아진 것이다. 이런 흐름에 힘입어 한인들은 복수국적(65세 이상)에 대통령선거와 총선 투표권까지 얻었다.

그런데 아쉽게도 여기까지다. 그 이후에는 동포정책에서 이렇다 할 성과물들이 나오지 않고 있다. 동포청 신설, 복수국적 연령 하향 조정, 선천적 복수국적자 병역문제 해결 등은 수년째 제자리걸음이다. 여기에다 예산까지 삭감됐다. 내년 재외동포재단에 배당된 예산은 416억원. 증액을 해도 시원찮은 판에 지난해에 비해 11.5%나 대폭 깎였다. 해외동포가 750만명 정도라고 하니 전액 지원사업에 사용한다고 해도 한 사람당 5500원이 조금 넘는 액수다. 이런 예산으로 어떻게 실효성 있는 사업을 할 수 있을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한인사회를 방문하는 정치인들이 빼놓지 않고 하는 행사가 '동포간담회'다. 최근에도 심윤조(새누리당), 김성곤(새정치연합) 의원의 동포정책 포럼, 황우여 사회부총리겸 교육부 장관의 간담회가 있었다. 오늘은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간담회도 열린다. 하나같이 '동포들의 권익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하지만 이제 그 말을 곧이 곧대로 믿는 한인은 많지 않다. 그동안의 경험칙을 통해 '공약'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인들의 입장도 이해는 간다. 한인사회의 요구 사항은 국민적 관심이 쏠린 현안도 아니고 입법이 표로 연결되지도 않기 때문이다. 이뿐인가. 병역이나 복지혜택 등 민감한 사안들은 자칫 한국 유권자의 반발을 사기 십상이다. 문제점은 알고 있지만 선뜻 나서기가 쉽지 않은 이유다.

결국 동포정책의 프레임이 달라져야 한다. 우선 정부의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가 있어야 장기적 안목의 전략 수립이 가능하다. 이와 함께 정책 방향도 혜택 확대와 활용 방안을 함께 모색하는 투 트랙이 필요하다. 한국의 국익을 위해 세계 각국의 한인사회들을 어떻게 활용할까 고민하라는 얘기다.

버지니아주의 교과서 동해 병기나 미국 내 위안부, 독도문제 진실 알리기 등은 그 가능성을 보여준 좋은 예다. 여기에다 한인사회는 한국 문화나 상품 진출의 교두보로도 활용할 수 있다. 가발 장사로 변신한 유학생이 중고차에 싣고 다닌 것은 한국산 가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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