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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 정주영과 트럼프의 착각

전 현 수 / 번역가

우리가 익히 아는 것처럼 현대그룹의 정주영 회장은 신입사원 수련회에 같이 참석해서 씨름도 하면서 그들과 스킨십을 나누곤 하였다. 필자 친구 중의 하나는 그때를 회고하면서 말하기를 "씨름이 끝나고 '아침 식사로 설렁탕을 신입사원 수만큼의 그릇으로 가지고 오라'고 하셨다. 이 강원도 벽촌의 해변에서 변변한 식당도 없는데 어디서 그 많은 설렁탕을 순식간에 준비한단 말인가라는 생각에 얼굴이 노래졌다. 그러나 천상천하의 회장님 어명인지라 '알겠습니다'라고 답을 한 다음 정신이 막막했다. 그러나 별짓을 다해서 제시간에 맞춰 설렁탕을 조달하였다. 그러나 그런 난데없는 주문을 한 정 회장도 대단하지만 별별 수단을 다 써서 그 설렁탕을 조달한 직원들 역시 믿을 수 없이 대단하였다"라는 것이다. 이처럼 정 회장은 말만 하면 그대로 되었다. 다시 말해서 임직원의 생사여탈을 쥐고 있는 회장으로서 치열한 반대 상황을 경험할 수가 없다.

기업 총수로 성공한 경제인이 정치에서도 성공할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 필자는 불가능하다고 본다. 그 이유는 기업 총수와 직업 정치인의 사고방식이 출발서부터 다르기 때문이다. 오래 전 필자는 어떤 기업 그룹의 비서실에서 회장의 통역과 해외 출장 시 수행비서 역할로 직장 생활을 한 적이 있다. 회장의 수행비서가 하는 일은 한마디로 영화 '버틀러'에 나오는 시중 드는 집사와 흡사하다. 그래서 어떤 현장에서도 회장과 같이 있었던 적이 없고 귀는 있어도 들은 적이 없다는 것이 수칙이고 그 수칙은 퇴직 후에도 죽을 때까지 지켜야 한다.

그러나 이미 공개된 사실로서 말할 수 있는 것은 정주영 회장의 대통령 출마 당시 내걸었던 아파트 반값 공약이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동남아 순방 당시 경제인도 같이 수행하였다. 필리핀에서 공식 일정이 끝나고 기업 총수끼리만 모인 격의 없는 자리에서 정 회장은 그때 처음 아파트 반값 정책을 거론하였다. 그는 "정부가 아파트 값만 내리라고 그렇게 압박할 것이 아니라 토지개발공사가 건설업체에 매매하는 땅값에 이윤을 붙이지 말고 기업에 인도하면 땅값이 전체 공사 금액에 40~50%를 차지하므로 충분히 가능하다"라고 일성을 토하였다. 그 현장에 있었던 필자는 상당히 그럴듯한 발상이라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그후 그것이 정 회장의 국민당 대통령 후보 선거 공약이 되었다. 그러나 그 당시 김영삼 대통령 후보 진영에서 그 공약의 허구성을 지적한 논리에 이렇다 할 반박자료를 내놓지 못하였고 김영삼 후보에 패했다. 정 회장의 선거 패배 요인은 필자가 생각컨대 반대를 경험하지 못하였고 따라서 반대에 준비를 못한 결과라고 본다. 말도 안 되는 상황에서 설렁탕을 갖고 오라면 실제로 그렇게 되었다. 그러한 경험만 하였다. 국민을 상대하는 대통령은 국민의 생사여탈을 쥐고 있는 입장이 아니라 오히려 국민을 섬겨야 하는 처지이다. 그리고 삼권분립으로 입법.행정.사법부가 서로 견제와 균형의 토대 위에서 움직이므로 대통령이라고 해서 기업 총수처럼 모든 것이 가능한 것은 아니다.



정치는 반대자와 타협하고 수용하는 아우름의 행보이다. 반대가 없었던 기업문화에서 그것이 정치에 그대로 적용될 수가 없다. 미국에서도 공화당의 대통령 후보로 나선 도널드 트럼프를 본다. 그는 거침없이 심한 말을 하여 백인 보수층의 구미에 맞도록 하는 것이 선거전략인 것처럼 보인다. 그리고 자신은 성공한 기업인이므로 미국의 일자리 창출에 자기만 한 적격자가 없다고 주장하나 그 역시 자신의 특허 구호인 "You are fired"라고 말할 수 있는 것처럼 반대가 없이 이루어진 경험은 국민을 섬겨야 하는 대통령의 경륜에는 맞지 않는다. 그리고 또 하나 트럼프의 기업은 제조업체가 아니므로 일자리 창출 기업인이라고 인정하기에도 부족하다.

정주영 회장이나 트럼프 모두가 자신의 업적이 정치에서도 그대로 통한다고 생각한다는 것이 착각에서 비롯된 것이다. 정치는 국민을 섬기는 것이 목적이고 기업은 이윤을 추구하는 것이 목적이다. 각기 전혀 다른 분야에서 한 분야에서의 성공이 다른 분야에 그대로 이어질 수가 없는 것이다. 물론 그럴 수도 있으나 다른 분야에서 성공을 원한다면 그 분야의 밑바닥부터 시작해야 성공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이 불가능한 이유는 인생으로 주어진 시간이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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