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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음식은 입맛보다 마음을 사로잡아야"

[인물 오디세이] 한솔냉면 LA점 오픈…현대그린푸드 기술고문 신덕용 셰프

15세 식당 입문, 성실함 인정받아
20대에 서울 최고 맛집 주방장 꿰차
1985년 드디어 꿈꾸던 내 식당 오픈
당시 흔치않던 단일 메뉴로 초대박
"그 맛 그대로 한인들 전해주고 싶어
한·미 설탕 당도 차이까지 체크"


호기심 가득한 눈빛들 줄 지어 반짝이고 있었다.

조금은 낯선 이 풍경 속 백발성성 한 어르신들부터 삼삼오오 아줌마 부대까지 이들이 이곳에 모인 목적은 단 하나. 시원한 냉면 한 그릇이다. 한국에서 물 건너왔다는 그 전설의 손맛을 맛보기 위해 90도 육박하는 무더위에도 아랑곳없이, 싫은 내색 없이 기꺼이 그 줄에 동참한다. 아마 그들이 목 빼고 기다리는 건 냉면이 아닐지도 모르겠다. 서울 어느 곳에선가 북적이던 인파 속 엄마 손 잡고 먹던 유년의 추억이거나, 한국에 가면 열일 제쳐두고 반드시 들러 먹었던 맛집의 기억 한 조각일지도 모른다. 그리하여 이 지루한 기다림이 끝나면 그 추억과 기억의 조각들이 내 식탁 위에서 마법처럼 펼쳐질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사람들은 들떠 보였다.

고국 땅 아련한 추억을 바로 지금 LA로 선명하게 소환하는 이, 바로 현대그린푸드 기술고문 신덕용(69) 셰프다. 최근 LA한인타운 마당 쇼핑몰 내 한솔냉면 미주 1호점 오픈을 위해 LA를 방문한 그를 만나 봤다.



 

#소년, 꿈을 꾸다

1960년대 초, 너나 할 것 없이 배고팠던 그 시절 그는 고향 강원도를 떠나 무작정 서울로 왔다. 그의 나이 고작 열다섯이었다. 당시 무작정 상경한 어린 소년들이 그렇듯 그는 밥도 먹여주고 잠도 재워 주는 것만으로 최고의 직장이라 여겼던 식당에 들어갔다. 미아리에서 가장 잘 나가는 불고기집인 '옥돌집'이 바로 그 곳. 당시 서울에서 손꼽히는 식당이었던 그곳에서 그는 설거지도 하고 청소도 하고 숯불도 갈며 허드렛일을 도맡아 했다. 버스비가 3원이던 그 시절 그는 하루 18시간씩 일하고 받은 월급 800원을 고스란히 고향집으로 부쳤다.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오롯이 식당에서 산 덕분에 그는 1년도 채 되지 않아 주인의 눈에 들었다.

"그때는 뭐 내세울 게 있었나. 그저 열심히 하는 거지. 요리사들 나오기 전에 일어나 칼 갈고 연탄불 바꿔 놓고, 가운도 빨아서 개어 놓고…그렇게 성실하게 하다 보니까 주인이 장보는 길에 데리고 가고 현금도 맡기게 되고 그랬죠. 그러면서 차근차근 식당 일을 배우기 시작한 거죠."

이 영리하고 성실한 소년은 금세 주방에서도 두각을 나타내 스물도 채 안 돼 본격적으로 칼을 잡고 음식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오래지 않아 그 식당 최고 주방장이 돼 자신보다 나이 많은 요리사 10여명을 거느리고 서울 장안 최고의 맛집을 이끌어 갔다. 군 입대 기간을 제외하고 그 식당에서 꼬박 15년 여를 일한 뒤 그는 1985년 드디어 꿈에 그리던 자신의 식당을 오픈하게 된다.

 

#냉면 달인, 한국의 입맛을 사로잡다

그가 첫 식당을 낸 곳은 압구정동 현대백화점 내 푸드코트. 열다섯 평 남짓한 공간에 한솔냉면이라는 간판을 걸고 물냉면, 비빔냉면, 회냉면, 섞임이 냉면 달랑 네 가지 메뉴로 승부를 걸었다. 당시로서는 흔하지 않은 콘셉트였지만 냉면 하나만 맛있게 잘 만들면 고객들도 알아 줄 것이라 믿었다. 그의 예상은 적중했다. 감칠맛 나는 동치미 국물과 소고기 육수를 섞어 만든 시원한 냉면 국물에 칼칼한 얼갈이김치를 얹은, '신덕용 표 서울식' 냉면은 얼마 지나지 않아 입소문을 타고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하루 평균 700~800그릇, 주말엔 1200~1400여 그릇이 날개 돋친듯 팔려나갔다. 그야말로 초대박 행진이었다. 그가 잡은 것은 맛만은 아니다. 백화점이라는 특성상 젊은 주부들이 많다는 점을 감안해 어린이 냉면을 메뉴에 추가했고 유아들에겐 키즈 메뉴를 무료로 제공해 젊은 미시족의 마음까지도 사로잡았다. 이런 인기에 힘입어 그는 압구정 본점 외에도 목동, 삼성동, 미아리 점 등으로 지점을 확장하며 승승장구했다.

 

#냉면의 전설, LA 오다  

2009년 한솔냉면은 일대 전환기를 맞게 된다. 현대백화점그룹 계열사인 현대그린푸드(대표 오흥용)가 한솔냉면을 직영하게 되면서 그는 기술고문으로 제 2의 인생을 시작하게 된다. 직영체제 전환 후 한솔냉면은 현재 전국 현대백화점 12곳에서 운영되고 있으며 명실상부 최고의 냉면 맛집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리고 드디어 올해 초 한솔냉면은 첫 해외 진출을 결정했다. 현대그린푸드는 LA로 첫 해외진출을 결정하면서 그 어느 때보다 공을 들였다.

오픈 전부터 신 셰프를 LA에 파견, LA한인타운 식당가를 순례하면서 한인들의 입맛을 분석한 것은 물론이고 혹여 마켓 마다 야채 맛의 차이가 있을까 싶어 무 하나도 마켓 별로 구입해 한국으로 가져 가 김치부터 반찬까지 일일이 다 만들어 봤다니 더 이상 무슨 설명이 필요하겠는가. 심지어 미국 설탕과 한국 설탕의 정확한 당도 비교를 위해 당도계까지 동원됐을 정도니 현대그린푸드가 LA점에 들인 공을 알만하다.

이 뿐만 아니다. 한국 한솔 냉면 맛을 그대로 LA 식탁에 올리기 위해 고춧가루, 참기름과 같은 주요 양념과 냉면 가루도 한국에서 전량 공수해 왔다. 그리고 무엇보다 현대그린푸드가 한솔냉면 미주 진출을 앞두고 가장 신경 쓴 부분은 위생. 이미 현대그린푸드는 지난해 한국 최초로 대장균을 없애는 유산균이 들어간 동치미 육수를 개발하는 데 성공, 특허 출원을 낼 만큼 위생에 있어선 타협을 모르는 회사로 정평이 나 있다.

"아무리 고국의 맛을 낸다고 해도 위생을 지킬 수 없다면 오픈할 수 없다는 것이 회사의 원칙이었을 만큼 위생에 있어서 만큼은 한국보다 더 깐깐하게 신경 썼죠."

이런 정성이 통했을까. 한솔냉면은 오픈과 동시에 달인의 손맛을 보기 위해 북새통이다. 하루 평균 700여 명이 다녀갈 만큼 대박을 터뜨렸다.

그는 말한다.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이란 입맛이 아닌 마음을 사로잡는 것이라고.   그러고 보니 최근 우리가 이렇게 맛집과 음식에 열광하고 집착하는 것은 허기가 아닌 허전한 마음을 채우기 위해서가 아닐까. 그리하여 마음이 헛헛해지는 그 순간, 우리는 누군가가 차려주는 식탁에 앉는지도 모르겠다. 따뜻한 위로 한 숟가락의 절실함을 위해.

이주현 객원기자





사진설명>

최근 마당 쇼핑몰 내 오픈한 한솔냉면 LA점을 방문한 현대그린푸드 기술고문 신덕용 셰프가 자신이 만든 냉면을 자신 있게 선보이고 있다. 김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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