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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계도 취업난…신학생들 앞날 걱정 많아

흔들리는 신학교·신학생<하>

신학교 졸업 뒤 빚 쌓여 부담
풀타임 목회 구하기 어려워
사례비로는 생계 유지 힘들어
다른 직업 구하는 졸업생 많아

우수학생· 젊은 지원자 없어
과거 '날림 교육'의 폐해



현실과 소명의 괴리는 크다. 그 사이에서 신학생의 고민은 깊어진다. 시대적으로 기독교가 고전하자 신학교가 흔들린다. 신학이 점점 외면당한다. 여파는 신학생에게 그대로 전해진다. 졸업 후 맞닥뜨릴 교계 구조와 목회 환경은 잿빛 미래다. 양질의 사역자를 양성하지 못하면 피해는 결국 교회로 돌아간다. 본지는 현실에서 신학생이 겪는 고충을 들어봤다.
장열 기자


jang.yeol@koreadaily.com

생계를 걱정하는 신학생

이윤종(28.가명)씨는 지난해 남가주 지역 유명 신학교를 졸업했다. 목회는 이씨의 평생 소명이다. 하지만, 그는 교회가 아닌 일반 회사에 취직했다.

이씨는 "신학교에 다니면서 학비를 내느라 빚이 너무 많았기 때문에 재정적인 부담이 컸다"며 "신학교 졸업 후 안정된 사역지를 구하는 것도 힘들었다. 교회 사례비로는 학비 상환은커녕 생계 유지 자체가 어려워 일단 다른 일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신학생들의 빚 문제는 심각하다. 미국노동부 통계에 따르면 목회학 석사 학위자(2011년 기준) 중 졸업생의 약 25%는 학자금으로 평균 4만 달러의 빚을 진다. 4명 중 1명이 사역지를 구하기 전부터 생계에 쫓기고 있는 셈이다. 이는 목회와 일을 병행하는 이중직 목사가 늘어나는 원인이 되기도 하다.

신학생도 소위 '취업난'에 시달린다. 서브프라임 사태 이후 미국 경제가 흔들리면서 불거진 고용난과 실직 문제는 교계도 안고 있는 이슈다. 교계 역시 수요(교회)와 공급(신학교)의 불균형이 존재한다.

LA지역 한 대형교회 관계자는 "사역자 모집 공고를 내면 주변 지인들의 추천까지 합해 보통 40~50개의 이력서를 받게 된다"며 "하지만 요즘은 교회마다 헌금이 감소하고 재정적으로 어렵다 보니 오히려 사역자를 줄이는 곳도 많아졌다. 새롭게 뽑는다 해도 1년에 1~2명 정도"라고 전했다.

올해 웨스트민스터신학교를 졸업한 신상원 씨는 "이제는 풀타임 사역지를 구하는 게 어렵다. 요즘은 인턴, 파트타임을 주로 뽑기 때문에 신학교를 졸업한다 해도 현실적으로 생계 문제를 고민하게 된다"며 "신학교 졸업후 사역지를 구하지 못해 다른 직업을 구하는 사람도 너무 많다"고 말했다.

"학업에만 충실할 수 없어요"

신학생이 학업에만 전념할 수 없는 교계 환경도 문제다.

한인 교계에는 '전도사'라는 특별한 명칭이 있다. 주로 교회에서 사역하는 신학생을 일컫는 말이다. 한인 교계에서 전도사 사역은 예비 목회자로서 스펙과 경험을 쌓는 과정으로 인식된다. 그렇기 때문에 교회들은 신학생을 무급 인턴으로 채용하거나 약간의 사례비만 지급한다.

다민족 신학교 ITS의 김재영 교수는 "한인 학생들의 경우 교회에서 사역하느라 시간적, 재정적 여유가 없다 보니 수업이나 과제를 충실히 감당하기 벅찬 환경에 놓여있다. 신학 교육의 부재는 결국 교회로 이어진다"며 "실제 한인 교회의 사역 현장을 보면 신학 교육의 필요성이 확실하게 감지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용주(33.가명)씨는 남가주 지역 한 신학교에서 목회학 한국어 과정을 졸업했다.

김씨는 "사실 영어 문제 때문에 한국어 과정을 택했다. 하지만, 시간과 언어만 뒷받침된다면 주류 신학교를 다시 제대로 다니고 싶다"며 "교회 사역이 너무 많아 학업에 충실하지 못할 때는 이렇게 공부하고 졸업해도 되나 싶을 정도로 후회를 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신학생 이지용(27)씨는 "예전에 한인 교회에서 전도사로 매달 200달러를 받고 사역했다. 주일학교 설교 및 아이들 관리, 청소, 심부름, 주보 만들기 등 정말 바빴다"며 "하지만 돈이 문제가 아니었다. 한인 교계는 신학생이 제대로 교육받고 올바른 목회자로 세워지는 것에 관심이 있기보다는 교회 사역을 위한 인력의 개념으로 여기는 것 같아 아쉬웠다"고 밝혔다.

필터링 안 되는 신학교

신학교의 대표 전공은 목사를 양성하는 '목회학(M.Div)'이다. 이는 대학원 과정으로 석사 학위에 해당된다.

요즘은 목회학 과정의 정원 미달 사태가 빈번하고 신학교 지원자가 크게 감소하고 있다. 학생 모집이 쉽지 않자 각 신학교는 오히려 입학 기준 및 졸업 과정을 완화시켰다. 이는 신학생 선발부터 졸업까지 '필터링'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폐해를 낳고 있다. 지원자가 없어 우수한 학생 자체를 선별하는 것 자체가 힘들다.

LA지역 한 신학교 관계자는 "지금은 신학교가 우수한 학생을 고를 수 있을 만큼 여건이 안 된다. 지원자 자체가 없다. 특별히 하자가 없으면 일단 입학을 허용하는 게 어쩔 수 없는 현실"이라며 "타 학문과 비교했을 때 인재풀이 워낙 좁다 보니 전반적으로 수준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미주장로회신학대학 이상명 총장은 "신학생 수준이 낮아지면 그 여파는 결국 교회로 이어진다"며 "양질의 목회자가 제대로 양성되지 못하다 보니 교회가 어려워졌고 이는 기독교 전체가 힘들어지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말했다.

ITS 김재영 교수는 "지난 30여 년 동안 신학교는 특수가 있었다. 쏟아져 들어오는 지원자 수 앞에서 쾌재를 부르며 날림 교육을 했다"며 "심지어 한 수업에 몇백 명을 모아놓고 학원 강사처럼 강의하는 경우도 있었다"며 신학교가 질적으로 하락한 이유를 전했다.

소명만으로 될 수 없는 자리 '사제'

“필터링 해도 쉽지 않은 상황인데…”
개신교와 가톨릭 신학 교육 차이
가톨릭에서는


목사를 양성하는 신학대학원의 목회학(M.Div) 과정은 기본적으로 3년이다. 양질의 목회자를 양성하기에 충분한 시간일까.

개신교 목사와 달리 가톨릭 사제가 되는 과정은 좀 더 오랜 시간이 소요되고 절차가 까다롭다.

우선 사제가 되려면 기본적으로 4년간의 신학대학(학부)을 마치고 대학원(5년 과정)에 진학하게 된다. 종종 일반 대학 졸업 뒤 신학대학원에 입학하는 경우는 있다. 그러나 철학, 라틴어, 히브리어 등을 이수해야 하기 때문에 이 경우 적어도 7년이 걸린다.

사제 지망생은 신학교에 들어가면서 기본적으로 공동체 생활을 시작한다. 가톨릭 사제 교육은 기숙 생활을 통해 지식은 물론 영성과 인성 겸비에도 중점을 둔다.

기숙 생활은 규율이 엄격하기로 정평이 나있다. 소명 의식과 학문은 기본이고 혹독한 수련 생활을 거친다. 신학생은 지역 교구에서 사회 봉사, 성당 행정 업무 등의 실질적인 교육도 받는다.

과락 제도도 있다. 소명만으로는 될 수 없는 게 사제다. 지속적인 면담과 관리 시스템을 통해 성적 및 생활 태도 등이 기준에 못 미치면 교육 도중 탈락하게 된다.

대개 학비를 개인이 부담하는 개신교 신학생과 달리 가톨릭 신학생은 보통 소속 교구에서 학비를 일정 부분 지원받는다. 혹은 성당마다 설치된 성소후원회가 사제 지망생의 재정을 지원하는 역할을 맡는다.

기본적으로 수년간의 공동체 생활, 철저한 신학 교육, 사회봉사 경험 등 필터링 과정을 거쳐 사제가 된다는 건 그야말로 ‘나’를 버리는 고난의 길이다. 그렇게 까다로운 과정을 거친 가톨릭 사제도 성직 생활 가운데 각종 문제로 제명당하는 경우가 있다.

물론 개신교와 가톨릭의 교육 시스템을 직접 비교하는 건 무리가 있다. 하지만, 요즘 개신교 신학교의 목회자 양성 과정이 느슨해지고 있음은 분명하다.

신학생들의 한마디

신학이 부실하면 교회가 흔들린다. 구조적 문제는 심각했다. 신학생의 현장 목소리가 궁금했다. 이번 취재를 위해 남가주 주요 신학교에 재학중인 학생 및 졸업생 7명과 심층 인터뷰를 했다. 그들은 “마음먹고 이야기하겠다”며 익명 처리를 요구했다. “자신들의 솔직한 이야기를 가감 없이 전해달라”고 당부했다. 그들의 주요 코멘트를 옮겨봤다.

▶“한인교회는 신학생 지원 프로그램이 거의 없죠. 미국 학생들은 소속 교회로부터 장학금이나 재정 지원을 많이 받아요. 너무 부럽죠. 한인교회들이 신학생 지원 방안을 많이 고민해줬으면 좋겠어요.”

▶“여러 가지로 걱정이 많죠. 이럴때 고민을 터 놓을 수 있는 멘토가 있었으면 좋겠는데 좋은 멘토를 만날 수 있는 기회 자체가 많이 없네요. 멘토들과 교류할 수 있는 만남의 장이 마련됐으면 좋겠어요.”

▶“사실 신학생들의 시각이 너무 좁아요. 뉴스도 보고 세상 돌아가는 소식에 관심도 있었으면 좋겠어요. 신앙 서적만 보지 말고 다양한 책도 읽어야 하는데…신학과 시대가 자꾸 동떨어질 수밖에 없죠.”

▶“한국어 과정의 경우 신학교 수업이 설렁설렁한 부분이 있어요. 그냥 과제만 대충 내고 시험만 적당히 보면 패스는 다 하죠. 오히려 대학때 공부가 더 힘들었던 것 같아요.”

▶“신학생이 가려는 길은 보통 비슷해요. 대형교회 사역 경험을 더 인정하는 교계 정서가 한 몫 한 거죠. 인식이 변해야해요. 솔직히 요즘 누가 작은 교회 가기를 원하나요. 요즘 신학생을 너무 경건하게 보지 마세요. 보이지 않게 스펙이나 사역 조건도 다 따져요.”

▶“목회학 공부한다고 성경을 제대로 아나요? 어쩔때는 교인들이 저희보다 성경을 더 잘 알아요. 그때마다 실력이 많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더 공부하게 돼죠. 사실 신학은 쉬운 공부가 아니에요. 수준 낮은 신학교가 많아지고 목사가 쉽게 되니까 신학이 저평가 됐어요. 안타까워요.”

▶“선배들이 그러는데 학위는 빨리 따는게 최선이래요. 현장(교회)에서는 신학보다 경험이 더 중요하대요. 물론 틀린 말은 아니겠지만 목회자들이 신학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데 후배(신학생)들이 신학에 대한 소중함을 느낄 수 있겠어요?”

▶“정말 이 길을 소명만으로 걷는다고 보세요? 얼마전 동료 신학생들끼리 이야기를 나눴어요. 다들 인맥관리가 중요하다면서 줄을 잘 못서면 이 바닥에 있는게 쉽지 않대요. 특히 영향력 있는 목사님들한테 찍히면 청빙 받기도 어렵고 사역지 구하는 것도 힘들대요. 그런 얘기 들을땐 힘 빠지죠.”

▶“페이스북이나 SNS는 조심해야 해요. 특히 기성 교회의 잘못된 점을 비판하는 글을 공유하는 것은 교계에서 찍히는 짓이죠. 소위 큰 교회 사역을 꿈꾸는 신학생에게는 더욱 금기시 되는 일이겠죠?(웃음).”

장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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