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s Angeles

65.0°

2020.08.09(Sun)

[풍향계] 한국 정치에 줄서는 한인들

[LA중앙일보] 발행 2015/08/04 미주판 8면 기사입력 2015/08/03 21:35

이종호/논설위원

한국인은 화끈하다. 모 아니면 도다. 정치 성향도 그렇다. 진보면 진보, 보수면 보수. 노선을 분명히 해야 한다. 애매하게 중간에 걸쳐있으면 회색분자라는 비난을 면치 못한다. 살다가 생각이 바뀌고 가치관이 달라져 노선(?)을 갈아타도 변절자로 낙인찍힌다. 그러느니 차라리 입을 닫고 산다. 속마음도 숨긴다. 한국 선거 때마다 여론조사가 제대로 맞아떨어지지 않는 연유가 여기에 있다.

국민 각자의 정치성향을 대변해 줄, 믿을 만한 정당을 찾기 어렵다는 것도 한국 정치의 아쉬움이다. 여당은 보수, 야당은 진보인 것 같지만 실은 거기서 거기다. 상황 따라 정책이 바뀌고 사람 따라 당명도 바뀐다. 보수 진보의 경계선도 모호하다. 정당만 믿고 섣불리 표를 던져서는 안되는 이유다.

'죽 쑤는 정치'는 요즘 세계 각국의 공통 고민이다. 그나마 미국은 나은 편이다. 민주 공화, 확연히 다른 두 당이 서로 견제하며 꾸려가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큰 차이는 정부 역할에 대한 시각 차이다.

공화당은 작은 정부를 지향한다. 국민 생활에의 개입을 가능한 한 줄이고 개인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자는 쪽이다. 규제철폐, 세금감면은 공화당의 트레이드마크다. 민주당은 강력한 정부를 지향한다. 국가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약자를 보호해야 한다고 믿는다. 부자들에게 높은 세금을 매기고 그 돈으로 가난한 자를 도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복지, 인권 정책에서도 이런 차이는 그대로 반영된다.

군사적으로도 양당의 입장은 뚜렷이 구분된다. 물론 패권적 국익 앞에서는 민주당이든 공화당이든 놀랍도록 일치한다는 점은 있다. 그럼에도 접근방법은 판이하다. 공화당의 캐치프레이즈는 '강한 미국'이다. 세계의 경찰을 자처한다. 필요하면 군사적 행동도 서슴지 않는다. 반면 민주당은 '평화의 미국'을 내세운다. 불간섭이 원칙이다. 협상과 타협을 무기로 삼는다. 레이건과 카터, 부시와 오바마의 외교정책을 떠올려 보면 분명해진다.

미국 유권자들은 편하다. '전통 미국'의 부활을 원한다면 공화당을 밀면 된다. '지금과 다른 미국'을 지향한다면 민주당이다. 정당이 특정 인물에 휘둘리지 않고 정책 또한 거의 일관되기 때문에 당만 보고 투표해도 별로 실패가 없다.

한국은 이게 안 된다. 정당정치 70년이지만 지속적으로 신뢰받는 정당 하나 못 만들었다. 보스 정치, 계파 정치만 전통처럼 굳어졌다. 계파정치의 가장 큰 특징은 줄서기다. 보스의 눈도장이다. 실력보다 연줄, 능력보다 '빽줄'이 더 큰 위력을 발휘하는 사회의 씁쓸한 자화상이다. 정체성 모호한 한국 정당들, 계파정치 보스정치 벗어날 날이 언제나 올까. 뚜렷한 자기 정체성을 갖게 될 날이 오기는 할까.

안그래도 요즘 한국, 답답한 이야기만 들려온다. 경제는 살아나지 않고 빈곤과 실업문제는 갈수록 도를 더하고 있다. 남북관계는 얼어붙고 국민 소통도 말뿐이다. 한 사람에게만 올인해 온 한국정치의 필연적 결과다. 그럼에도 또 사람에게 줄서기다. 그것도 미국에서.

최근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미국을 다녀갔다. 국회의원 10명이나 대동했다. 촉 밝은 한인들이 난리가 났다. 미국만 오면 으레 열리는 동포간담회. LA에선 500명 모이는 자리에 1200명이 몰렸다. 2년 전 대통령 왔을 때보다 2배나 많았다. 사진 한 번 찍겠다고? 눈도장 찍으려고? 제발 그건 아니었길 바랄 따름이다.

권력은 허상이다. 지나간 권력은 무상하고 미래 권력은 신기루다. 신기루를 좇는 것은 투기나 다름없다. 그래도 잡히기만 하면 로토라고? 그렇다면 할 말은 없다. 누려보지 못한 자가 어찌 그 맛을 알겠는가. 다만 한국 정치인이 미주 한인들의 삶을 별로 바꿔주지 못한다는 것은 기억했으면 한다.

오늘의 핫이슈

PlusNews

포토 뉴스

전문가 칼럼전문가 전체보기

이선민 변호사

이선민 변호사

황세희 박사

황세희 박사

HelloKTow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