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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느끼며] 따뜻한 사람들

한 교회에서 음악회를 한다기에 지인들과 참석하기로 했다. 그런데 떠나기 바로 직전 W씨가 갑자기 허리를 삐긋하는 바람에 파스를 바르고 맛사지를 하느라 시간이 지체될 수밖에 없었는데 K씨로부터 전화가 왔다. 자기는 벌써 도착해서 주차장에서 우리 오기만 기다리고 있다고. 한인 행사의 사회는 도맡아 보는 ‘무대 체질’인 K씨였지만 남의 교회에 혼자 들어가기란 좀 어색했을 터. 충분히 이해가 갔지만 날도 더운데 혼자 차에서 기다리고 있다는 게 매우 신경 쓰였다. 그래서 그 교회 교인인 C씨와 S씨에게 ‘카톡’을 보냈다. 나가서 K씨 데리고 들어가라고.

음악회를 잘 마치고 교인들과 인사를 나누고 떠나려고 보니 또 한 할매가 마음에 걸린다. 우리랑 같이 갔던(차는 각각 따로 타고) 동네 할맨데 교회에서 주는 점심을 큰 테이블에서 혼자 덩그러니 앉아 먹고 있다. 할매와 같이 앉아 먹었으면 좋겠지만 나와 일행은 다른 점심약속이 있었다. 혼자 있는 걸 보니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교인 하나를 붙잡고 부탁했다. 할매 테이블에 누구라도 좀 같이 앉혀달라고.

얼마전 회사에서 직원들에게 공짜 점심을 제공했다. 공짜음식 좋아하는 나는 일착으로 가서 먹었다. 그런데 창문밖으로 여느때처럼 음식트럭이 와 있는 게 보였다. 딴 때는 점심시간을 기해 뱀처럼 줄이 길었는데 그날은 모두 회사에서 주는 점심을 먹느라 개미새끼 한마리 보이지 않는 거였다. 재료를 잔뜩 준비해왔을 터인 주인은 얼마나 황당했을까. 누가 좀 미리 알려 주었으면 좋았을 걸. 그날 음식트럭은 손님하나 받지 못한 채 떠났고 나는 한참 마음이 아팠다.

남이야 뜨거운 땡볕에 앉아 있든 말든, 혼자 밥을 먹든 말든, 장사를 공치든 말든 내 일이 아닌데 왜 그렇게 마음이 쓰일까. 왜 그냥 그런가보다 하고 넘어가지 못할까. 그렇게 온 동네 참견을 다 하니 밤에 잠이 안 오지. 그러나 어찌 생각하면 따뜻한 마음이 넘쳐서일 수도 있겠다. 예전에 김홍섭씨가 그랬단다. 흉이 열 가지인 이계숙한테 딱 한 가지 좋은 점이 있는데 바로 마음씨가 따뜻한 거라고.



그런 마음씨는 누구에게나 있다. 지나가는 길에 뒷뜰에서 딴 호박 몇개를 갖다 준 N씨에게서, 회사 에어컨에 손발 시려죽겠다니까 전자레인지에 돌려 난방할 수 있는 콩주머니를 얼른 만들어다 준 W씨에게서 나는 따뜻함을 느낀다.

최근, 안 돌려줘도 그만인 플라스틱 빈 그릇을 육개월만에 잊지 않고 갖다주면서 하와이 여행 중 구입했다는 커피 한봉을 넣어 준 H씨로부터도 따뜻함을 느꼈다.

그리고 J씨. 농장하는 한 지인 부모 집을 방문하면서 백개짜리 커피 두 봉을 사온 J씨. 사실은 사과만 한 박스 살 생각이었는데 커피 판매대를 지나면서 ‘한국마켓 한번 오는 것이 큰일 일 노인들에게 아주 요긴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란다. 나는 감격했다. J씨는 정말로 따뜻한 마음씨를 가진 사람이구나.

이 세상에는 따뜻한 사람들이 참 많다.


이계숙 (정신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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