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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20/20] 배곯는 대학생들의 아메리칸 드림

김완신/논설실장

올해 48세의 샌타모니카칼리지 학생 이본 몬토야는 색다른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LA타임스가 3일 소개한 그녀의 캠페인은 학교내 매점과 식당이 푸드스탬프를 받도록 설득하는 일이다.

1990년대 말 대학을 중퇴하고 가정주부로 살았던 그녀는 비즈니스 실패 후 다시 대학에 들어갔다. 현재 경제적으로 어려워 정부의 푸드스탬프로 생활하고 있다. 문제는 푸드스탬프로 음식을 사려고 해도 학교 식당들이 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녀는 학교 밖 편의점까지 나가서 푸드스탬프로 음식을 사야하는 불편을 경험하면서 캠페인을 시작했다.

몬토야는 캠페인을 하면서 학교에 '굶는' 학생들이 많다는 사실을 알았다고 한다. 샌타모니카칼리지 공식발표에 따르면 봄학기 수강생 중 417명이 홈리스다. 최소한의 식비 마련이 어려운 학생들은 더 많다. 현재 캘스테이트대학(CSU) 당국도 식사를 못하는 이른바 '결식 대학생' 수를 파악하기 위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식품 조달이 불가능할 정도의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을 위해 대학에서는 푸드뱅크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 1993년부터 2007년까지 대학 운영 푸드뱅크는 단 1곳 뿐이었다. 2008년 들어 4개로 늘어난 후 매년 증가해 현재는 전국 121개 대학에 푸드뱅크가 있다.(미시간 주립대 학생푸드뱅크 자료)



가난한 대학생들은 주로 가족의 도움 없이 대학을 다니는 경우다. 학업을 병행하며 기본적인 생활비를 버는 것이 쉽지 않다. 가족 중 처음 대학에 진학한 학생의 경우 부모에게서 경제적 후원을 기대하기 어렵다. 더욱이 장기불황으로 상황은 계속 악화되고 있다.

등록금과 교재비 등의 비용이 물가상승률을 크게 앞서는 것도 캠퍼스를 점점 더 가난하게 만든다. UC등록금은 1980년에 평균 719달러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1만2801달러다. 잠정적으로 중단됐지만 2020년까지 1만5564달러까지 올리려는 계획도 있다. 인상이 확정되면 40년 사이에 대학 등록금은 20배 넘게 오르게 된다. 교재비도 만찬가지다. 노동부 통계에서 대학 교재비는 지난 40년 동안 1041%가 올라 일반물가 상승률에 비해 3배 이상 높다.

사회경제학자들은 가난을 벗어나는 가장 효율적인 방안으로 대학교육을 꼽는다. 대학 졸업자의 소득인상 효과가 뚜렷하고 매년 대졸과 고졸 임금격차도 커지기 때문이다. 퓨리서치 조사에서 대졸과 고졸 초봉임금 차이는 1965년에 7499달러에 불과했지만 2013년에는 1만7500달러까지 벌어졌다.

대학 교육이 가난을 탈피하는 확실한 방법임에도 가난 자체가 대학졸업을 방해한다. 상위 25% 가구 출신 학생이 25세 이전에 대학을 졸업하는 비율이 68%인 것에 비해 하위 25% 가정의 자녀 졸업률은 절반(32%)에도 미치지 못한다.

미국은 아메리칸드림의 가치를 소중히 여기는 나라다. 마케팅 전문회사 DDB가 미국민을 대상으로 실시해 2014년 발표한 '라이프스타일 조사'에서 아메리칸드림의 요건은 크게 4가지다. 첫째는 집, 둘째는 대학 교육, 셋째는 안정된 직장이다. 여기에 자녀세대가 부모세대보다 더 윤택한 생활을 해야 진정한 아메리칸드림의 성취라는 네번 째 조건이 붙는다.

아메리칸드림은 각자의 능력으로 목표하는 사회적 위치에 오를 수 있는 가능성을 뜻한다. 미국이 인류역사에 가장 가치있는 영향을 끼친 것이 있다면 이는 아메리칸드림의 정신이다.

가난의 현실을 딛고 아메리칸드림을 꿈꾸며 대학에 진학하지만 가난은 여전히 떨치지 못하는 굴레다. 가난은 또다른 악순환을 만들 뿐이다. 굶주리는 학생들에게 공부는 선택이지만 가난은 생존의 문제다. 허기진 배로 책을 잡을 수 없는 것이 세계 최고의 부자나라, 미국 대학생들의 불편한 진실이다. 대학에서도 아메리칸드림은 멀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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