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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망쳤다, 금쪽같은 여름 휴가

오 수 연/문화특집부 차장

여름 휴가를 다녀왔다. 딱히 멀리 여행을 다녀올 계획은 없었다. 평소 못다한 DIY 목공작업들을 마무리하겠다는 계획이 컸다. 하지만 계획은 빗나갔다. 저질 체력 덕(?)이다.

휴가 둘째 날, 오랜만에 산행에 나섰다. 짧은 코스에 뜨거운 햇볕이 없는 야간산행이니 좀 쉽겠다 생각했다. 실수였다. 코스는 짧았지만 생각보다 오르막이 길고 경사가 가팔랐다. 오후 5시30분에 산행을 시작했더니 정상에 오를 때까지 해가 떨어지지 않았다. 옷이 흥건하게 젖을 정도로 날은 더웠다. 그렇게 어찌어찌 산행을 마쳤고 휴가 둘째 날이 끝났다.

문제는 셋째 날부터다. 전날의 피로로 오후가 되어서야 겨우 일어났다. 금쪽같은 휴가의 반나절이 또 날아갔다. 게다가 근육통에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목부터 종아리까지 삭신이 쑤셨다. 당연히 작업에 속도가 나지 않았다. 결국 남은 휴가 동안 계획했던 작업의 반도 끝내지 못했다. 당일치기로라도 가까운 곳에 바람 쐬고 오겠다는 계획 역시 무산됐다. 고대했던 여름휴가는 그렇게 끝이 났다. 물론 휴가를 망쳐버린 데 대한 책임은 모두 '나'에게 있다. 평소 체력을 관리하지 못한 '내' 탓이다.

문득 떠올랐다. "네가 이루고 싶은 게 있다면 체력을 먼저 길러라. 네가 종종 후반에 무너지는 이유, 데미지를 입은 후에 회복이 더딘 이유, 실수한 후 복구가 더딘 이유, 다 체력의 한계 때문이다. 체력이 약하면 빨리 편안함을 찾게 되고 그러면 인내심이 떨어지지. 그리고 그 피로감을 견디지 못하면 승부 따위는 상관없는 지경에 이르지. 이기고 싶다면 네 고민을 충분히 견뎌줄 몸을 먼저 만들어. 정신력은 체력의 보호 없이는 구호밖에 안돼." 드라마 '미생'에 나왔던 대사다. 너무 좋아서 몇 번이고 돌려봤던 부분이다.



맞다. 항상 문제는 체력에 있었다. 정신력으로 버티는 데는 한계가 있다. 하고 싶은 일은 많은데 실천하기 어려웠던 이유도 거기에 있었다. 계획했던 목공작업의 진행이 더뎌지는 이유, 멀리 여행을 해 보고 싶어도 체력이 못 받쳐줄까 주저하는 이유도 거기에 있었다. 체력이 없으면 할 수 있는 일의 영역이 좁아질 수밖에 없다.

얼마 전 '몸짱' 취재에서 만난 60대의 존 이씨는 체력을 키우기 위해 많은 시간과 노력을 할애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60대에도 불구하고 20대 못지 않은 탄탄한 몸을 갖고 있었다. 물론 체력을 기르기 위해서는 희생도 따랐다. 그는 운동을 위해 하루 1~2시간을 비워두고 저녁에는 먹고 싶은 음식도 참아가며 식단조절을 철저히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체력을 기르면서 얻는 것이 더 많다고 했다. 자신감이 생기면서 생각이 긍정적으로 바뀌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다 보니 가족들과의 관계도 더 원만해졌다고 했다.

체력을 기르면 몸만 좋아지는 게 아니다. 몸이 바뀌면 생각이 바뀌고 관계가 개선되고 할 수 있는 일들이 많아진다. 자신이 할 수 있는 한계치가 높아진다. 즐기는 일도 마찬가지다. 여행도 체력이 있어야 즐겁고 좋은 요리도 건강해야 맛이 있다. '체력은 국력이다.' 그 고리타분하게 느껴졌던 말이 괜히 나오지 않았음을 새삼 깨닫게 하는 여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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